추후 만화화 추진중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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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는 한때 인류를 위협했던 '옴닉 사태'에 맞서 싸운 영웅들의 군단을 말합니다. 옴닉 사태의 종결 이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들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오버워치와 영웅들' 전시관 소개문에서 발췌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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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휩싸인 기지 건물 하나가 고통의 신음 같은 기묘한 소리와 함께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디선가부터 시작된 화염은 맹렬하게 퍼져나가 닥치는대로 기지 전체를 집어삼켜가고 있었다.

 

산발적인 40mm짜리 포의 땅을 뒤흔드는 소리, 불에 그을린 건물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울려펴지는 리드미컬한 펄스 소총의 발사음, 그리고 죽어가는 자들의 처절한 비명과 신음소리가 지금 이 장소가 바람앞의 등불이나 다름없어졌음을 대변했다.

 

'오버워치'의 본부인 감시기지 지브롤터는 사상 최악의 습격에 의해 차차 무너져가는 중이였다.

 

"유타 24-1, 여기는 게이틀린 A-5. 현재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본토의 지원을 즉시 요청한다..."

 

통신실의 스피커에서는 절망적인 잡음만이 흘렀다.

망연자실해있는 요원들 위의 천장이 '쿵'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한 번 크게 울렸다.

또다른 미사일이 통신실 벙커 위를 덮친 것이다. 물론 침입자들이 지브롤터 기지의 마지막 보루인 이 곳을 미사일 세례로 뚫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어찌되든 간에 오늘이 오버워치 최후의 날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제기랄..."

 

통신실 바로 위의 지상.

고개를 살짝 내밀려 하던 한 오버워치 요원이, 즉시 무자비하게 쏟아져오는 펄스광선에 벌집이 되어 고꾸라졌다.

오버워치의 사령관, 모리슨 대령은 그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앙다물었다.

 

"사령관님! 여기를 계속 고수할 수는 없습니다!!!"

 

마구 빗발치는 총알세례를 사이에 둔 채 한 요원이 필사적으로 소리질렀다. 끊임없이 빗발쳐오는 적들의 탄막 때문에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엄폐하고 있는 기둥 뒤에 엉거주춤하게 엎드린 채였다.

 

'제기랄...제기랄! 저 망할 놈의 머저리들이...어디서 쏘고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니...'

 

모리슨은 어떻게든 이 포위망을 돌파할 일말의 단서라도 잡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 했다. 사령관인 자신이 1초라도 빨리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요원들 모두가 이 곳에서 개죽음을 당하게 될 게 분명했다.

 

"사령관님!!! 성공했습니다!!"

 

모리슨의 한쪽 귀에 꽃힌 이어폰에서 거의 비명소리같이 들리는 보고가 잡음소리와 함께 그의 고막을 때렸다.

 

"통신팀, 보고하라! 어떻게 되었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온갖 소음 속에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크게 말하려고 애쓰며, 모리슨은 필사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 직후하는 날카로운 음과 함께 무언가가 허공을 갈랐다.

 

"미사일이다!!!"

 

한 요원이 비명을 지르며 벽으로 몸을 날렸다.

모리슨이 엄폐하라고 소리지르기도 전에, 땅바닥에 직격한 그 물체는 눈부신 섬광과 함께 폭발했다. 내장 속까지 온통 뒤흔들어놓는 강렬한 충격파에 거세게 몰아친 화염에 휩쓸려, 그는 땅을 몇번이고 구르며 튕겨나갔다.

 

"맞았습니다!!! 맞았다!!!"

 

고통에 찬 비명이 이곳저곳에서 울려퍼졌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료를 어떻게든 일으켜세우려는 요원의 모습이 눈을 스쳐지나갔다.

폭발에 거의 직격당하다시피한 탓애 고막에서는 기묘한 불협화음이 어지럽게 춤췄다.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동료를 겨우 부축해 옆 벽에 기대어놓은 요원이 달려와 다급하게 손을 내밀었다.

 

"사령관님, 일어나십시오! 제 손을..."

 

...잡으라고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건너편 난간에서 한순간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퍼지고, 그 요원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기묘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더니 뒤로 천천히 고꾸라져갔다.

 

모리슨의 머릿속은 그대로 공백상태에 빠졌다.

 

도대체 오늘 몇 병의 부하들을 잃은 것일까?

 

어차피 오버워치는 오늘 무너질 것이다. 그럼 그들의 죽음 같이 중요하지도 않은 사실을 어느 누가 기억하려고 할까?

내가? 오늘 그들과 같이 서서히 죽어갈 내가?

 

사방에서 뒹굴면서 부상에 고통스러워하는 요원들과, 그 뒤에서 뿌리까지 모두 붕괴해가는 초소건물이 간신히 눈에 들어왔다.

모리슨의 머릿속에는 서서히 허무함과 무력감, 그리고 자포자기의 심정이 몰려들어왔다.

 

이 상태에서 눈을 감는다면 모든 게 더 편해질 거다.

 

"사령관님!!"이라고 외치며 달려오던 요원이 온 몸에 펄스탄이 박히고 외마디비명과 함께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풀썩 쓰러지는 광경을, 힘없이 지켜만 보았다.

적군의 미사일런쳐가 차가운 빛을 발하며 바로 이쩍을 겨누는 걸 흘끗 보고는, 모리슨은 눈을 꾹 감았다.

 

이젠 정말로 끝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