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는 사회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상당히 강력한 힘을 지닌 단체였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군인에 천재 과학자, 의사, 기술자 등등 현존하는 최고 능력자들이 모이고 모인 집단이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그들의 의도는 아주 선하고, 실제로 그들의 활동은 인류에게 있어 득이 되었음 되었지 해가 될 일은 없었다. 옴닉과의 전쟁 외에도 오버워치는 다방면에서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의 의도가 선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었다. 오버워치는 강한 힘을 가진 만큼 적도 많았다. 그들의 적은 옴닉뿐만이 아니었다. 인간 역시 그들의 적이기도 했다. 지켜야 할 대상이 적도 포함되어 있다니, 아이러니한 것도 정도가 있었다. 

 그렇기에 오버워치의 부사령관, 아나 아마리는 오버워치 전 소속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전투 능력을 익히게 했다. 요리사부터 사무직 직원까지 예외는 없었다. 상술한대로 그들의 적은 도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떤 식으로 누구에게 습격당할지 모르니 적어도 제 한 몸 정도는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가 그녀의 지론이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었다. 시대가 어디 좀 험하던가. 

 덕택에 정말로 모든 직원이 사격 훈련이니 무술 훈련이니 팔자에도 없을 법한 훈련을 받게 되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솔직히 전문가에게 직접 그런 훈련을 사사 받을 기회는 정말 드물었다. 아니, 오히려 평소에 보기 힘든 전투 요원들을 직접 보게 되었다고 좋아라 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맥크리라던지, 맥크리라던지, 이도 저도 아니면 맥크리라던지……. 라인하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맥크리는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아주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오버워치 내 여직원들을 죄다 쓸고 다녔다. 그 행동은 아나에게 걸리고 쥐어 터진 후에야 끝을 맺었고, 한동안 맥크리는 미라를 연상케 하는 붕대 투성이 차림으로 돌아다녀야 했다. 약간의 마찰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훈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아나는 만족했다. 

 적어도 의료팀 소속 앙겔라 치글러 박사의 사격지를 볼 때까지는, 정말로 그랬다.


***


 “치글러 박사, 이게 대체 뭐죠?”
 “제…사격지에요, 아나 씨.”
 “아나 씨?”
 “아, 으…아마리 부사령관님.”

 아나의 눈썹이 휙 올라가자 앙겔라는 옆구리 걷어차인 개처럼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훈련이나 전투와 관련된 일이라면 아나 아마리는 정말 무서워지기 때문이었다. 아나는 한숨을 푹 쉬며 들고 있던 종이 쪼가리 한 장을 책상 위로 던지듯 내려놓았다. 앙겔라 치글러라는 이름이 적힌 그 사격지는 그 흔한 총알 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리고 그게 앙겔라가 단신으로 여기 와서 질책 아닌 질책을 받고 있는 이유였다.

 “난 이 사격지를 봤을 때, 순간 치글러 박사가 부처의 환생이 아닐까 했어요. 만물을 소중히 여기다 못해 사격지까지 가엾게 여겨서 일부러 총알을 빗맞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고요.” 
 “저는 물론, 당연히…….”
 “왜요? 아닌가요? 그럼 그거 정말 이상한 일이네요. 어찌 그러지 않고서야 총알을 서른 발이나, 세 발도 아니고 서른 발이나 쐈는데 이 사격지가 깨끗할까요? 혹시 정말 부처의 환생이면 말해 줘요, 치글러 박사. 아니 그냥 그렇다고 해줘요. 당장 샴발라 수도회에 추천서를 써 줄 테니까.”

 아나의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점점 사나워지더니 ‘당장’이라는 단어 즈음해서는 거의 단어 하나하나를 씹어 뱉듯이 말할 지경이었다. 물론 앙겔라는 부처의 환생 따위가 아니었고, 아나도 그걸 알고 있었다. 사격을 못하는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앙겔라는 그 정도가 심했다. 아니, 너무나도 심각했다. 아나는 컴퓨터를 조작해 큰 스크린에 앙겔라의 훈련 성적표를 띄우며 말했다.

 “특별히 하는 운동 없음, 좋아하는 운동 역시 없음, 무술 훈련 쪽 평가는 ‘무술 이전에 움직이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최하점인 F. 사격 훈련 쪽은 구태여 읽어 줄 필요도 없죠? 여기 결과가 이렇게 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부사령관님, 전 의사란 말이에요. 제 역할은 총을 쏘는 게 아니라 총에 맞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거란 말이에요.”
 “당신 역할이 뭔지는 내가 더 잘 압니다, 치글러 박사.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지 않나요? 내가 언제 당신에게 모리슨 사령관 정도의 사격 실력이나 겐지의 순발력을 기대했나요? 지금 오버워치 본부 사람들 중 유일하게 탈락한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과 같은 의료팀 소속에, 심지어 당신보다 나이가 세 배는 많은 헤르만 박사도 합격했단 말입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아나가 책상을 탕 치며 분에 겨운 목소리로 외치자 앙겔라는 거북이 목 집어넣듯 고개를 푹 수그렸다. 사실 아나의 말에 틀린 거 하나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유일한 탈락자라니,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유일한 탈락자라니……. 어떻게 보면 아나가 그토록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후,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오버워치 요원이, 그것도 야전 의무관이 총 하나 쏘지 못한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이참에 제대로 된 교관 하나 붙여서 확실히 교육시켜 드리죠.”
 “사격 교관이라면…맥크리 씨 말씀이신가요?”
 “아니, 그놈은 아니고.” 아나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놈은 다른 방면으로 위험하니까 제외에요. 후, 발정난 종마도 그놈보다는 얌전할 겁니다.”
 “아하하…….”

 앙겔라는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맥크리의 화려한 여성 편력은 그녀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만 밝히다가 아마리 부사령관에게 떡이 되도록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는 오버워치 내에서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 누구 말씀이신가요? 딱히 생각나는 분이…….”
 “걱정 말아요. 성격 더럽고, 막나가고, 말 함부로 하고, 그런 주제에 사격 실력은 기가 막히게 좋은 요원이 있으니까. 이쪽으로 오라 할테니 얼굴이나 익혀 둬요.”
 “…….”

 아나가 씨익 웃는 것과 반대로 앙겔라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저렇게 험담을 한 걸로 봐서 아나 본인이 직접 가르쳐 준다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치더라도 앙겔라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아나가 호출기에 대고 뭐라고 할 때부터 시작이 배는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유난히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느껴지는 앙겔라였다. 1분, 또 1분. 마침내 앙겔라의 등 뒤에서 부사령관실의 문의 벌컥 열렸다.

 “이야, 이거 반가운 얼굴이군.”
 “…그래, 잘난 부사령관님께서 이 미천한 놈에게 또 무슨 허드렛일을 시키려 그러시나.” 

 등 뒤에서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앙겔라는 다른 의미로 몸을 떨었다. 설마, 설마……. 그녀는 설마를 수없이 마음속에서 되뇌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모양새가 꼭 녹슨 고철 인형처럼 끼긱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에 아주 불만스러운 표정의 흑인 한 명이 서있었다. 앙겔라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레예스, 기뻐해줘. 드디어 네 사회봉사 시간을 줄일 일거리가 생겼으니까.”
 “왜, 이번엔 이 여자 발이라도 닦아야 하나?”
 “아니, 이번엔 교사 노릇 좀 해줘야겠어. 열흘 치 줄여줄 테니까 여기 치글러 박사가 사격 좀 하게 만들어 봐. 30발 중에 15발…아니 10발이라도 맞추게 말이야.”
 “10발? 그거 허들이 너무 낮군.”
 “그래? 이게 치글러 박사의 사격지인데 한 번 볼래?”
 “아, 잠깐만요!”

 레예스가 코웃음을 치자 기다렸다는 듯 아나가 그에게 앙겔라의 사격지를 건내줬다. 앙겔라가 급히 막으려 했지만 이미 사격지는 레예스의 손에 들어간 뒤었다. 그는 깨끗한 사격지를 이리저리 보면서 아나가 장난치는 건 아닌지 눈살을 찌푸리다, 결국에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아나를 바라봤다.

 “설마 30발 중에 하나도 못 맞췄다 이건가? 빗맞힌 것도 없이?”
 “그래.”
 “허어.”

 그는 앙겔라와 사격지를 번갈아 보다가, 결국엔 앙겔라를 보며 무겁게 한숨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열흘 안으로 바꿔 보도록 하지. 자, 할 말 더 없지? 그럼 가지, 의사양반.”
 “네, 저요?”
 “그럼 여기 의사가 당신 말고 또 있나. 1분 1초가 아까우니 어서 가자고.”
 “잠깐만요, 잠깐…아나 씨, 아니 부사령관님!”
 “행운을 빌어요, 후후.”

 거의 끌려 나가다시피 부사령관실을 나서는 앙겔라가 애처롭게 아나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사람 좋은 미소뿐이었다. 앙겔라는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레예스라니. 그 모리슨 사령관도 통제 못 한다는 망나니 요원이라니. 앙겔라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히 열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레예스도 그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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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0. 졸려서 그런지 엉망입닏다. 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