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크리

 “레예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군요! 빨리 안 와요? 임무 끝나면 반드시 들러서 몸 검사 받으라고 했잖아요!”
 “이깟 긁힌 상처 가지고 무슨. 대단한 것도 아니니 신경 끄게, 앙겔라.”
 “대단한지 아닌지는 제가 결정해요! 오기나 하세요!”

 수상하다.

 “이게 뭔가?”
 “뭐냐뇨, 샌드위치잖아요.”
 “요즘은 석탄 덩어리를 샌드위치라 부르나? 음식인지 따지기 이전에 먹을 수나 있는지 의심스럽군.”
 “…당신, 말 다했어요?”

 수상하다.

 “거, 그 권총 내려놓고 진정부터 하게.”
 “진정이고 뭐고 그 바퀴벌레 빨리 치우란 말이에요!”
 “걱정 말게. 이건 실험용으로 길러진 거라 병균 따윈 전혀 없…….”

 타다당!

 “꺄아아아아아! 오지 마, 오지 마! 쏴버릴 거야!”
 “…총 쏘고 위협하는 건 또 처음이군.”

 수상하다. 너무나도 수상하다. 

 자칭 사랑의 전도사이자 해결사인 제시 맥크리는, 앙겔라 치글러 박사와 가브리엘 레예스 사이에서 부는 수상한 바람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수상한 관계를 알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레예스의 사물함에 있는 고급 브랜디를 조금만 ‘빌려’ 마실까 하다가 우연찮게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던 게 화근이었다. 그들은 참으로 이상한 관계였다. 뭐랄까 연인처럼 보이는데 서로 연인은 아닌 것 같고, 친구라고 부르기엔 너무 서로에게 거리낌이 없었다. 

 자칭 사랑 전도사 맥크리가 이 재미있는…아니 이 안타까운 사실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그들의 관계를 확인한다는 숭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블랙워치의 온갖 잠행술을 동원해 그들을 추적했다. 녹음기에 망원경, 그리고 초소형 도청기까지 준비는 만반이었다. 물론 나쁜 의도는 결코 없었다. 잘만 하면 형수님(!)이 생길지도 모를 이 중요한 일을 어찌 다른 대원들과 공유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이토록 투철한 정신으로 무장한 그의 모습은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허나 누가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맥크리는 계속해서 허탕만 치고 있었다. 일주일이 다 지나가도록 둘 사이에 뭔가 뚜렷한 접점이 보이지 않았다. 저런 대화도 물론 써먹을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좀 더 확실한 물증이 필요했다. 가령 입맞춤이라든지, 입맞춤이라든지, 이도 저도 아니면 입맞춤이라든지……. 하지만 그런 장면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맥크리가 포기할 위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기회가 없으면 만들어야 하는 법.’

  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를 보며, 그의 얼굴에 악동 같은 미소가 걸렸다. 

















잡담

0. 이번 화의 하이라이트는 바퀴벌레 든 리퍼와 울면서 권총질하는 메르시

1. 원래 바퀴벌레 소동이 에피소드였는데 뭔가 썰렁해서 바꿈

2. 맥크리 시점인데 썸넬이 맥크리가 아닌 이유는 내가 메르시를 보고 싶어서

3. 허헣 비명 자동재생되네 좀만 더 괴롭혀야지

4. 가로등과 별 쓰다가 2편 분량 지워야 해서 스트레스 풀 겸 씁니다

5. 관심주면 빨리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