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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 들리나?"

 로봇의 통신기에서 박정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들려요. 여기 군인 아저씨들이 절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송하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프로게이머 요원들은 부산 국군 전초기지에서 대기 중이었다. 송하나의 곁에는 그녀와 똑같은 기체에 탑승한 군인 두 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다른 프로게이머들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국군의 호위를 받으며 도시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군인들은 송하나가 조금만 기체를 움직여도 즉각 제지했다.

 "이렇게 든든한 보디가드는 저한테 없어도 되는데…."

 "나한테 투덜거려봤자 바뀌는 건 없어. 너희가 우리보다 기체를 잘 다루더라도 아직 풋내기란 사실을 잊지 마라. 조금 뒤에 대원들이 먼저 들어갈 거다. 넌 그 사람들 뒤를 따라서 도시를 한 차례 둘러보면 된다. 너희가 싸워야 하는 전장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도색은 어떻게 됐죠?"

 송하나가 물었다. 그녀는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로봇을 분홍색으로 도색해달라고 요청한 터였다.

 "말은 해뒀지. 하지만 빨리 될 거라고 기대하진 마라. 여긴 무엇이든지 다 느리게 해주니까."

 "만약 제가 멋지게 활약한다면 금세 해주지 않을까요?"
 "적어도 오늘 안에 그런 활약을 보일 기회는 오지 않을 거다. 이제 들어가렴."

 군인들이 도시에 진입하자마자 먼 곳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짙은 안개 너머에서 회색 재가 섞인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군인들은 정해진 경로가 표시된 지도를 화면에 띄우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로봇이 발을 내딛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도시는 폐허가 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비닐도 벗기지 않은 건설 자재가 쌓여 있고 다른 곳엔 치워지지 않은 잔해와 함께 고장 난 굴착기가 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술사의 숟가락처럼 꺾이고 구부러진 가로등이 도로 위에 널려 있었다. 거리엔 깨진 유리 파편과 고층 건물에서 쏟아진 가재도구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었다. 바람을 타고 정부의 대피 권고문과 날짜가 한참 지난 신문들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신문지 한 장이 송하나의 기체에 들러붙었다. 사흘 전 신문이었다.

 "무능한 국군…안일한 정부…."

 "뭐라고?"

 "아뇨, 그냥 신문 읽어본 거예요."

 기사엔 옴닉의 괴물들의 사진과 함께 송하나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기사는 미성년자까지 전쟁터로 내모는 정부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그녀는 신문지를 치워냈다. 부모님을 비롯한 모두가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멋지게 활약해서 여론의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릴 계획이었다. 옴닉의 괴물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이미 수없이 봐온 터였다. 설령 갑자기 괴물들이 나타나더라도 겁먹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도시의 분위기가 으스스한 것만은 그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너진 담벼락엔 수많은 자동차와 호버크래프트가 버려져 있었다. 아직 온전한 담벼락엔 생존자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족이나 연인이 새겨놓았을 전사자 명단 옆으로 사진과 함께 사람을 찾는다는 안내문이 끝도 없이 붙여져 있었다. 종말이 다가왔다는 내용의 삐뚤빼뚤한 그라피티 위로 대피소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들이 이어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온갖 단체에서 배포한 유인물이 담벼락에 달라붙었다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송하나는 유인물이 날아다니는 걸 지켜보다가 조각 난 보도블럭의 틈새에서 뭔가 하얗고 동그란 걸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얼굴 반쪽에 금이 간 로봇의 머리였다. 멀쩡한 얼굴엔 매직으로 이 땅에서 깡통들을 추방하자고 적혀 있었다.

 군인들은 그녀를 무너진 고가도로 쪽으로 인도했다. 고가도로의 잔해엔 찢어지고 찌부러진 자동차 몇 대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가운데 유리만 남은 신호등에 인간형 로봇이 쇠사슬 올가미에 목을 멘 채로 흔들리고 있었다. 로봇의 목에 '좋은 옴닉은 죽은 옴닉뿐이다'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군인들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송하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겁을 먹기보단 그저 기분이 나빴다. 도로에서 자동차 몇 대가 떨어지면서 흙먼지가 일었다. 군인들은 그녀가 멀쩡하다고 판단하고 다시 움직였다.

 도로 너머엔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추락한 헬리콥터와 포탑이 구부러지고 무한궤도가 벗겨진 전차들이 건물에 처박혀 있었다. 불발탄 몇 발이 도로에 처박힌 채 흰색 연기를 조금씩 내뿜었다. 군인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보급품 상자들이 트럭 주변에 널려 있었다. 난장판 속에서도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비둘기들이 상자 주변을 열심히 쪼고 있었다. 아직 쓰지도 않은 대포와 포탄엔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도시 중앙엔 싱크홀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여기저기에 파여 있었다.

 "센터피드가 날뛴 흔적이군. 나도 그놈한테 된통 당했지."

 박정식이 말했다. 센터피드는 옴닉이 만든 거대 괴물 중 하나로 지네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걸 상대할 때 어떠셨나요?"

 "어땠냐고? 내가 얼마나 무력한지 절실히 깨달았지.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그 기체의 무기로는 녀석에게 흠집조차 낼 수 없었어. 놈은 고화력 병기가 쏟아지면 땅바닥에 구멍을 만들어서 도망쳐버렸지. 그 구멍마다 우리가 낭비한 세금이 도시 재건 비용에 맞먹을 거야."

 군인들은 혹시나 싶어서 구멍 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멍 안은 칠흑같이 어두울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구멍 곁에는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전투기 잔해가 남아 있었다. 군인 한 명이 피로 얼룩진 캐노피를 확인해본 다음에 전우에게 지나가란 듯이 손짓을 보냈다. 시체가 회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군인이 송하나가 전투기를 발견하지 못하게 자신의 기체로 그녀의 시선을 막으면서 전투기를 지나쳤다.

 "다른 쪽에서 어떤 젖먹이가 울음을 터뜨린 모양이야. 하긴 그게 정상이지."

 박정식이 말했다.

 "전 젖먹이가 아니라서 울 일은 없다고요."

 "그거 다행이군. 난 울거나 징징대는 아이는 딱 질색이거든. 내 자식이더라도 그런 건 못 참아줘. 어때, 거기서 맨정신으로 싸울 수 있겠어?"

 "어차피 비행하면서 싸울 텐데 이런 걸 볼 틈이 어딨겠어요? 중사님의 상관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구멍 사이사이에 위태롭게 자리 잡은 건물들은 예리한 칼날에 썰린 것처럼 토막 나있었다. 군인들은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비행 모드로 전환해서 구멍 위를 넘어다녔다. 송하나는 어렵지 않게 그들보다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다.

 "밑은 쳐다보지 마."

 그녀는 박정식의 그 경고만은 똑바로 새겨들었다. 자칫 현기증이라도 느끼면 끝장이었다. 그 점만 빼면 벌써 무서움보단 지겨움이 더 커지고 있었다.

 "이제 볼 만큼 본 것 같은데요. 언제쯤 돌아갈 수 있죠?"

 "앞으로 십 분만 더 가면…잠깐만…."

 박정식이 다른 연락을 받는 동안에 군인들도 동일한 내용을 수신받았다. 도시 너머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에서 순찰 중이던 헬리콥터가 급히 전초기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도시에 몇 대 남아있지 않은 스피커에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이런 제기랄! 괴물이 나타났어!"

 박정식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라고요? 지난번에 나타나고 일주일밖에 안 지났잖아요."

 "우리한테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걸 알고 대담해진 모양이지. 군인들과 함께 당장 기지로 복귀해라."

 군인들은 송하나가 따라오는지 확인하면서 전속력으로 건물들의 잔해를 넘어다녔다. 괴물이 내지르는 끔찍한 포효와 건물들의 단말마가 점점 가까이서 들려왔다. 하늘에서 전투기 몇 대가 괴물이 나타난 곳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송하나는 전투기를 쳐다보다가 그중 한 대가 날개가 박살 난 체로 떨어지는 걸 보았다. 박정식의 목소리가 한층 더 다급해졌다.

 "센터피드가 바로 네 뒤에 있어! 빨리 도망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센터피드가 고층 건물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리며 등장했다. 센터피드의 머리로 미사일 세례가 쏟아졌지만,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포효를 내질렀다. 송하나는 먼지 바람이 걷히면서 처음으로 옴닉의 괴물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센터피드는 갑각 모양의 장갑으로 뒤덮인 네모난 마디 스무 개가 연결되어 있고 마디마다 거대한 대포가 장착된 병기였다. 머리에 해당되는 부위엔 눈처럼 보이는 레이저 감지기들이 원형으로 뭉쳐 있고 입은 강철 마스크로 보호받았다. 센터피드가 전자음으로 흉내 낸 포효를 내지를 때마다 마스크 안에서 소리가 증폭되어 땅으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군인들은 송하나를 보호하는 것마저 잊고 서둘러 달아났다. 센터피드의 대포들이 사방에 포탄을 퍼부으며 도시의 잔해들마저 깔끔하게 치워버렸다. 전투기들은 센터피드가 형성한 탄막을 피해 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센터피드는 자그마한 기체들까지 놓치지 않았다. 군인들이 탑승한 로봇은 직격탄을 맞고 론슨 라이터처럼 불타올랐다. 다행히도 기체가 터지진 않아서 군인들이 비상 탈출 장치를 사용할 수 있었다. 송하나는 그 광경을 보고 기체의 맷집이 보기보다 좋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디바, 뭐 하고 있나?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움…."

 "여보세요, 중사님? 지금 이거 들리고 있어요?"
 센터피드가 발산하는 전자파 때문에 로봇의 통신 시스템이 먹통이 되어버렸다. 센터피드는 전투기들을 상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송하나는 군인들이 맨몸으로 달아나는 걸 보았다. 센터피드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그들도 포화에 휘말릴 게 뻔했다.

 그녀는 센터피드의 무시무시한 화력을 보고도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에서 도전 욕구가 불타올랐다. 그녀가 늘 분석해온 게임의 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가 지금 누군가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레버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로봇의 출력이 높아지면서 센터피드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는 센터피드에 다가갈수록 메탈슬러그를 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센터피드는 뒤늦게 송하나의 기체를 감지했다. 녀석은 송하나를 향해 길게 포효를 내질렀다. 그녀에게 돌풍이 들이닥쳤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센터피드의 눈들이 적외선 레이저로 그녀를 일시에 조준했다. 송하나는 급히 하강하면서 센터피드의 꽁무니 방향으로 날아갔다. 센터피드의 대포 몇 문이 그녀에게 포탄을 퍼부었다. 그녀는 곡예를 하듯이 기체를 위아래로 마구 꺾어가면서 포탄을 피해갔다. 그녀는 센터피드의 끝마디에 융합포를 연사했다. 박정식이 말한 대로 광선은 센터피드의 장갑에 흠집도 내지 못했다.

 센터피드는 그녀를 덮치려는 듯이 몸을 구부려 땅밑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간발의 차이로 센터피드를 피했다. 센터피드가 들어간 자리에 주변에 있는 것과 똑같은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그녀는 로봇의 방어 시스템으로 센터피드가 숨은 곳을 분석했다.

 "아직 아무런 반응도 없는데…. 응? 고출력 에너지 감지?"

 그녀는 로봇의 경고 메시지를 보자마자 구멍 밖으로 기체를 틀었다. 구멍 안에서 파란빛의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으아…내 포보다 훨씬 크잖아! 설마 입에서 발사하는 건가?"

 센터피드는 들어간 곳과는 다른 구멍에서 이무기처럼 솟아올랐다. 녀석은 몸을 일자로 세운 뒤 모든 포대를 송하나에게 집중해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그녀는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포탄 사이를 가로질렀다.

 "방어 매트릭스 가동!"

 송하나의 음성에 반응해 로봇의 능동방어체계가 작동했다. 그녀는 회피 기동으로 피할 수 없는 포탄이 날아올 때만 수동으로 요격했다. 센터피드의 마스크가 열리면서 입에서 광선이 충전되었다. 광선은 송하나를 가두려는 듯이 여러 발로 나뉘어서 퍼져나갔다. 그 사이로 포탄들이 인정사정없이 쏟아졌다. 송하나는 마치 광선을 타고 올라가는 듯이 비행하면서 포탄과 광선을 서로 충돌시켰다.

 그때 센터피드의 머리로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도시의 잔해 속에서 국군의 전차와 로봇들이 나와 센터피드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도 헬리콥터의 미사일이 쏟아지자 센터피드는 다시 한 번 구멍 속으로 파고들었다. 녀석은 금세 다시 솟아올라 헬리콥터를 몸으로 들이받았다. 센터피드는 몸을 땅바닥에 눕힌 뒤 뱀처럼 뒤흔들었다. 전차와 로봇들이 센터피드의 몸에 깔려 종이처럼 구겨지면서 포격이 잦아들었다.

 송하나는 그 와중에도 센터피드의 뒤통수에 융합포를 갈겨대고 있었다. 센터피드의 꽁무니에서 커다란 칼날이 튀어나와 송하나를 노렸다. 송하나는 기체를 하강시키면서 어깨의 로켓포를 확인해보았다. 그녀의 예상대로 미사일은 아직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건물의 잔해 속에서 센터피드의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 녀석의 칼날이 로봇의 머리 위를 한 끗 차이로 빗겨나가면서 콘크리트 건물이 무처럼 싹둑 베어졌다. 송하나는 센터피드의 몸 한가운데로 직진했다. 센터피드는 엔진의 출력을 높여 송하나의 주변을 비행하면서 포탄을 퍼부었다. 그녀는 센터피드의 몸에 바짝 붙은 체로 올라갔다. 포탄들이 센터피드를 맞췄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그녀는 단숨에 센터피드의 얼굴에 도착한 뒤 눈을 향해 융합포를 발사했다. 감지기가 파괴되자 센터피드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마구잡이로 포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송하나에겐 그게 더 피하기 쉬웠다.

 그녀는 센터피드의 중앙에 있는 대포에 다가갔다. 그녀는 기체의 한쪽 어깨를 틀어 막 발사된 포탄을 피해낸 뒤 포구에 융합포를 발사했다. 대포 안에서 유폭이 일어나면서 센터피드의 마디에 금이 갈 정도로 커다란 불기둥이 솟구쳤다. 센터피드의 비명이 아까보다 더 요란해졌다. 녀석이 구멍으로 들어간 뒤에 땅에서 해안 쪽으로 진동이 일어났다. 송하나의 턱선을 타고 땀방울이 떨어졌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구멍 밑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마터면 조종간을 놓칠 뻔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쏟아지면서 바디슈트가 그녀에게 더 달라붙었다. 그녀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았다.

 "도망친 건가…?"

 센터피드가 질문에 대답해주듯이 그녀의 눈앞에서 튀어나왔다. 코앞에서 발사된 포탄 한 발이 기체의 상부에 명중했다. 곧바로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로봇의 출력이 떨어졌다. 송하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조종간을 틀었다.

 "아니, 왜 맞기만 하면 불이 붙는 거야!"

 그녀는 땅으로 추락하면서도 센터피드의 대포를 겨누는 걸 잊지 않았다. 운 좋게도 또 다른 대포가 폭발을 일으켰다. 센터피드의 장갑판이 한군데 벗겨지면서 연결부와 철판이 드러났다. 센터피드는 이번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번개 같은 속도로 구멍으로 들어갔다.

 송하나는 기체가 추락하기 직전에 탈출용 레버를 잡아당겼다. 기체에 수납된 낙하산이 그녀의 등에 부착되었다. 이윽고 불붙은 상부가 열리면서 좌석이 그녀를 튕겨냈다. 그녀는 낙하산에 의지해 민들레씨처럼 땅 위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무사히 착지한 뒤에도 허리춤에서 비상용 광선총을 빼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그녀의 기체는 이쑤시개처럼 튀어나온 배수관에 깊숙이 처박혔다. 그러고도 용케 폭발하지 않았다. 송하나는 그 괴이한 현상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불은 잘 붙는데 폭발은 없고…. 뭘 어떻게 만들어야 저런 게 나오지?"

 하늘에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국군의 로봇들이 그녀의 주변에 있는 잔해를 파헤치면서 다가왔다. 그녀는 광선총을 다시 허리춤에 차고 그들을 향해 브이를 날렸다.

 

 

 

 

 

음...

뭘 떠올리면서 썼는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