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는 팀원들의 퍼포먼스를 낱낱이 보여줘서 경쟁하게 하고 의욕을 드높이려 했던 롤과 정반대의 컨셉을 가졌어요.

기나긴 라인전을 거치는 롤과는 달리 한판 내내 페이스가 빠르고

1인칭인데다가 자세하고 잡다한 현황들을 간소화했기 때문에 남이 뭐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알기가 힘들죠.

똥싸개가 있어도 롤과는 달리 스노우볼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남탓할 여지도 비교적 적어요.

고의트롤조차 쉽지 않은게 이게임이죠.



모든 시스템들이 명백하게 정치질 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어설프게 롤을 개선해서 내놓았던 히오스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새로운 길이자 오버워치의 장점이에요.

스코어를 낱낱이 들이대면서 끝도없이 굴러가는 스노우볼의 피할수 없는 책임을 묻던 롤에 피로감을 느꼈던 사람들은

오버워치에 유입될 때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순수한 재미가 뭔지 다시 알게되었고 인기도 급등했죠.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경쟁전이 열리자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롤에서 배운 나쁜 습관들로 모조리 회귀하고있어요.

이미 단군이래 최악의 패드립과 쓰레기멘탈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롤을 거쳐 오면서

정신승리와 정치의 달인이 된 한국 플레이어들은 여기서도 정치할 거리를 맹렬하게 찾아다니고 있죠.

멘탈수준이 바닥을 기는 심해에서는 심지어 1거점 뚫리는 순간부터 정치질을 시작하는 어이털리는 광경도 벌어져요.

최소한의 성취감을 위해 남겨둔게 메달인데 그걸로 정치질이나 하고있는걸 개발자들이 알게된다면 분명 씁쓸해할거에요.

그래서 적어도 정치와 정신승리가 체화된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번째 방안은 양팀의 메달을 통합하는거에요.

지는팀의 금메달은 이기는팀의 노메달보다 실제 수치가 딸릴수도 있는게 현실이죠.

하지만 양팀의 메달을 통합해버리면 개털리는 팀은 모조리 노메달로 내몰리기 때문에

정치질과 정신승리를 할 수단이 없어지게 되요.

대신에 지고있음에도 메달을 땄다면

힘든 게임이었음에도 자신은 비등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확실한 근거를 얻을 수 있겠죠.

이러면 어떻게든 정신승리해야 하는 멘탈쓰레기 루저들은 혼란스러워할거고,

지는팀에서 분투했던 진짜 잘한 사람은 인정받을 수 있게 될거에요.



두번째 방안은 오로지 게임목표와 관련된 수치들만을 보여주거나 종합해서 나타내는 스코어를 만드는거에요.

나머지 킬이나 딜같은 스코어는 모조리 가리구요.

기존의 스코어들은 나중에 투표창에서만 보여줘도 충분할거에요.

거점전이라면 거점 또는 주변의 적을 죽였을 때, 거점을 점령할 때 등등

거점점령이라는 해당 매치의 승리목표에 기여한 내용들만을 종합해서 보여주는거죠.

화물전이라면 좀 멀리 나갔을지라도 앞길을 미리 뚫는 착한 킬딸을 했다면

아마 조금 후에 바로 화물이 팍팍 전진하기 시작하겠죠?

이런걸 영리하게 잡아내서 스코어화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될거에요.

엉뚱한 데서 킬딸을 한다거나 킬은 못하면서 모기딜만 누적시켜서 딜딸을 치는 경우에는

아주 형편없는 스코어가 나오게 하는거죠. 이런 스코어는 전광판에 띄워도 나쁘지 않을거에요.



저는 이게임이 롤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게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그 어떤 인기게임도 롤처럼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유저가 급속히 유입되고 블코가 일안하고 손을 놓으면서 빠르게 롤화가 진행되고 있다는게 참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