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시 글이 요즘 많이 올라오는데, 대부분 '패치된게 너무 강해서 메르시 많이 나오니까 너프하자'로 연결되는거 같습니다. 근데 저는 지금 오버워치가 망게임 소리 듣는 원인을 생각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먼저 말하면, 메르시는 지금 상태로 냅두면서 오히려 다른 힐러 영웅을 버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 해볼게요.
1. 현재 오버워치가 딜러충만 많은 이유: 
 간단합니다. 딜러가 재밌고, 잘 죽지도 않고, 점수 올리기도 쉬워서. 
 오버워치에서 딜러는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군입니다. 애초에 게임 구상 자체가 딜러 위주로 편성되어있어요(팟지도 대부분 딜러 활약 영상으로 나옴) 
 탱커는, 딜러가 킬을 잘 딸 수 있게 맞아주면서 팀 전체의 포지션을 잡는 역할이고, 힐러는 딜러가 죽지 않게 힐 잘주는게 주요 역할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인공'인 딜러만 선호하는 양상이 일어나는거죠

2. 반대로, 사람들이 탱커와 힐러를 안하려는 이유: 
 1번과 연결됩니다. 힐러만 국한해서 말하자면, 잘 죽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하고, 적을 죽이지도 못하고, 점수 올리기도 힘듭니다. 
 오버워치는 '게임'입니다. 다시 말해서 엔터테이닝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그러나 지금 힐러하는 사람들? 물론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FPS에서 적을 죽이는 것보다 죽임을 당하는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재미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기더라도 딜러에 비해 점수도 적게 오르고, 혼자 캐리력이 없다보니(어찌됐건 킬을 따야 게임을 이기는데, 힐러로써는 불가능함) 게임을 이기는거 자체도 딜러에 비해 어렵습니다.

3. 왜 메르시 너프가 아닌 다른 힐러 버프를 주장하는 이유
 1번과 2번의 설명을 봤다면, 결국 지금 오버워치는 힐러를 픽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드밴테이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재미도 없는데, 그렇다고 점수를 올리기 쉬운 방법도 아닙니다. 
 메르시가 너프 된다면? 물론 다른 힐러들과 밸런스가 맞으면서 픽률이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생존력이 거지가 된 메르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을 끌지 못하겠지요. 애초에 패치 전의 메르시가 픽 자체로 욕 먹은 것은 그 생존력이 상위 티어로 갈 수록 매우매우 어려워진다는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메르시가 생존률이 너무 좋으니 그것을 너프하자는 것은 메르시를 노잼캐릭으로 만들어서 고인으로 보내는 행위일 뿐입니다.
 차라리 루시우, 아나, 젠야타를 버프하면서, 힐러 자체의 재미를 높여주는 방법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힐러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지금보다는 훨씬 조합을 맞추는 게임이 많아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메르시 모스트로 랭커를 간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메르시가 잘 안죽으면서도 '재미'가 있기 때문이죠. 힐탱 유동픽인 저도 이번 시즌에 메르시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모스트 캐릭이 됐습니다. 저번 시즌에는 힐러 중에서 가장 비선호픽이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힐러에게 생존력을 높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힐러에 대한 버프 개선안은 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지만, 너무 글이 길어져서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각 힐러들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단점을 보완시키는 패치보다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차별화'를 통한 힐러픽의 다양성 증진을 위함입니다.


** 추가 1. 지금보다 조합을 잘 맞춰지게끔 할 수 있는 방안 
 아이온 같은 MMORPG를 예로 들어보자면, 그 게임에서 딜러는 이펙트도 화려하고 재밌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힐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플레이 자체는 재미가 없는 대신 파티를 구성할 때 희귀성도 있고, 그렇다보니 레벨을 올리기도 쉽기 때문이죠. 
 여기서 핵심은 재미가 없는 대신 다른 것을 반대급부로 주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딜러입니다. 동시에 경쟁전을 진행하면서 점수를 가장 많이 얻는 것도 딜러이지요. 메달 시스템 자체가 딜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탱커와 힐러에게 경쟁전 보상 점수를 높게 책정한다면, 자연스럽게 딜러 선호 현상은 약화될 것입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으로 메달 수를 더 세부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게임 막바지에 카드팩에 나오는 수치도 메달 집계에 포함시킨다면 힐러나 탱커도 기여도가 높게 책정될 수 있겠지요.

** 추가 2. 트롤을 줄일 수 있는 방안
 추가 1과 조금은 연관될 수 있는데, 게임 내에서 자신의 기여도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점수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현재 경쟁전을 진다면 트롤이든, 열심히 게임한 사람이든 똑같이 20~30점 정도가 하락하게 됩니다. 여기에 메달 시스템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게임에 지더라도 그 게임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기여도를 높게 책정된 사람은 점수 하락을 소폭으로 당하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트롤픽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게임에 기여할 수 있는 픽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트롤픽을 보고 게임을 던지는 '2차 트롤' 자체도 현격하게 감소할 것입니다. 게임을 지더라도 점수가 더 조금 깎이도록 팀원 모두가 열심히 게임에 임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이 정말 길어졌네요. 긴글을 쓰다보니 문체 자체가 공손해졌습니다. 
평소 애정을 가지고 게임하고 있는데, 문제 대처에 너무 미흡하고 느린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긴 글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