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칼과 꽃에서 묘사된 연개소문(배우 최민수 역)

1. 연개소문!
그 이름은 모두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연개소문이 등장하는 시점의 고구려는 이제 막 수 양제의 113만 대군을 막아내고, 수습할 겨를도 없이 당나라가 등장했으며, 그러던 와중에 일어난 연개소문의 정변, 그리고 당 태종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는 고구려-당나라 전쟁까지... 그야말로 산전수전 그 자체입니다. 이 시기, 7세기 한반도에서 벌어진 난세는 한국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개소문은 특히 고구려의 국운이 걸린 전쟁이었던 고당전쟁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으로, 혹자는 고구려 멸망의 원인이 된 폭군이라 평하고 또 다른 혹자는 고구려 마지막 영웅이라 평하기도 합니다. 아직 확정된 이름은 아니지만, 가제 '연개소문'은 제1차 고당전쟁을 배경으로 한 게임으로,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연개소문의 이름을 차용했습니다. 제1차 고당전쟁의 중심에는 연개소문 뿐만 아니라 3달 동안 격렬하게 벌어졌던 안시성 전투가 있습니다. 이 전투는 '양만춘'이라는 가상의 이름과 토산으로도 유명한 전투입니다. 아쉬운 점은 많지만 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 안시성(링크)이 당시의 상황을 열심히 묘사해주었습니다.


제1차 고구려-당나라 전쟁의 전황도


"연개소문" 지도 초안 (계속 업데이트 중)


전쟁기념관이 소장 중인 안시성 전투 그림

2. 고구려 진영의 상황
"연개소문"에서는 고구려 진영과 당나라 진영이 등장하여 두 진영이 서로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됩니다. 고구려 진영은 연개소문 플레이어와 안시성주 플레이어로 구분합니다. 연개소문 플레이어는 후방인 수도 평양성을 중심으로 최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안시성주 플레이어를 지원하며, 중앙군을 끌어 모아 당나라군에게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엿보아야 합니다. 

안시성주 플레이어는 최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며 후방의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당나라군을 상대로 끝까지 버텨내야 합니다. 그들은 최전선인 천리장성에서 당나라군의 공격을 버텨내며 시간을 끌고 겨울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고, 선제적으로 당나라군을 타격하여 힘으로 함몰시킬 수도 있습니다.

『왕이 신성과 국내성의 보병과 기병 40,000명을 보내서 요동성을 구원하였다.』 ─ 《삼국사기》

『오골성에서 병사 1만여 명을 파견하여 백암성을 위해 구원하였다.』 ─ 《자치통감》

『고려의 가짜 군주는 그 경내를 쓸어서 이 사납고 예리한 병사를 다하여, 모두 징발하여 종군하게 하니, 이에 평양에서 멀리 말을 몰아 그림자처럼 돕게 하였다. 무리가 15만이나 되었고 깃발이 30리나 이어졌다.』 ─ 《전당문》



영화 안시성에서 묘사한 고구려 15만 대군 중 일부가 참여한 주필산 전투

연개소문은 정변을 일으킨지 3년 밖에 되지 않았기에 고구려의 국내 상황을 완전하게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시 상황에 따라 연개소문 플레이어는 고구려의 전통적인 청야 전술과 성 안에서의 방어를 등한시하고 선제 타격을 통한 야전에서의 거대한 승리를 취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안시성주 플레이어는 굳이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기보다 기존의 전통적인 전술을 통해 당나라군을 몰아내는 것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들의 가장 큰 목표는 당나라군을 격퇴하는 것이지만, 안시성주는 연개소문의 정변에 반대한 가장 핵심적인 인물으로서 연개소문과는 경쟁 구도에 있습니다. 두 플레이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쟁을 이끌어야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은근한 내부 경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승리자는 오직 한 명 뿐이라는 점을 상기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나라군을 격퇴하는 것이라는 점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황제가 백암성에게 이기고 이세적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안시성은 험준하고 병력이 정예하며, 그 성주는 재능과 용기가 있으니 막리지의 난에도 성을 지키고 굴복하지 않았고, 막리지가 이를 공격했으나 함락시킬 수 없어 그에게 주었다고 하오."』 ─ 《삼국사기》

3. 당나라 진영의 상황
당나라 진영은 군부(이세적) 플레이어와 반군부(장량) 플레이어로 구분합니다. 이세적 플레이어는 그가 지휘하는 요동도행군을 이끌고 선봉에 서서 대대적으로 고구려를 압박해야 합니다. 강력한 공성 무기와 엄청난 수의 병력들을 이끌고 끊임없이 고구려 성들을 두드려야 하며, 황제 이세민이 도착하기 전까지 전진기지를 세우고, 나아가 고구려의 수도 평양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반면 장량 플레이어는 평양도행군과 친정군을 이끕니다. 평양도행군은 모두 수군으로 구성되어 있어 요동도행군에 비해 수가 적지만, 빠르게 상륙하여 거점을 확보하고 이세적 플레이어에게 군량을 보내줘야 합니다.

『장량의 수군은 7만 명이었는데, 바다에서 바람을 만나 익사자가 수백 명이 되었다.』 ─ 《책부원구》

『평양도행군총관 장문간은 바다를 건너며 배를 많이 전복시켰는데, 조서를 내려 지체하면서 도착하지 못한 것을 핍박하고 참수하였다.』 ─ 《책부원구》


황제 이세민이 도착하기 전에 이세적이 전진기지를 구축하지 못하거나, 또는 장량이 상륙 거점을 확보하지 못하여 다른 군대에게 효율적으로 군량을 보급하지 못하면 당나라는 전략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물론 황제 이세민이 당나라 본국을 비우고 있는 동안 태자 이치(훗날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당 고종)가 감국으로서 황제를 대신하여 본국의 정치와 함께 후방 지원을 맡았습니다. 

전쟁 초반에는 감국 이치의 지원만으로도 이세적의 요동도행군이 보급 걱정 없이 고구려와 전쟁을 벌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율이 떨어져 수군의 보급이 절실해질 것입니다. 만약 수군이 제대로 보급을 감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든 고구려의 성들을 함락시키고 그들의 군량을 빼앗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쉬운 일일까요?

『행군총관 장군예가 퇴각해 달아났으므로, 당의 군대가 패배하였다.』 ─ 《삼국사기》

『우위대장군 이사마가 강노의 화살에 맞았다.』 ─ 《자치통감》

『장량의 군대가 건안성 아래를 지나며 성벽이나 보루가 아직 견고하지 아니한데, 사졸들이 대부분 나가서 풀을 뜯어 말 먹이를 준비하니, 고려의 군사들이 습격하며 도착하였고, 군대 안에서는 놀라고 소란스러웠다.』 ─ 《자치통감》


친정군은 황제 이세민의 본대로서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갖고 있지만, 다른 군대에 비해 전장에는 비교적 늦게 도착합니다. 친정군은 장량 플레이어의 소속이지만, 황제 이세민은 이세적 플레이어와 공동 소유합니다. 두 플레이어들은 각 턴마다 제한된 횟수만큼 황제 이세민으로 행동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세민은 수당교체기 당시 당나라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천책상장"이라는 별칭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군사적 재능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러나 당나라가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황제의 신변은 패배한 군대가 전장에서 퇴각하는 데에 오히려 장애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공산 전투 당시 왕건을 살리기 위해 신숭겸과 김락이 국왕을 연기하며 적들을 유인하여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나라 진영은 황제 이세민의 출중한 능력을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만약 연개소문이 틈을 노리고 이세민의 목에 창 끝을 겨눌 기회를 얻게 된다면, 전쟁의 향방은 순식간에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당나라 진영은 이러한 고민거리를 가슴에 품으며 동시에 고구려 진영과 같이 내부적인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일찍이 당 태종이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한 군대를 일으키고자 했을 때 명재상이라 불리던 위징과 더불어 평양도행군대총관으로서 수군을 총괄한 형부상서 장량 등 여러 신하들이 전쟁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황제가 강력하게 전쟁을 추진하자 반대 입장은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특히 영국공 이세적이 과거 사례를 들이밀며 강력하게 전쟁을 지지하였고 한 때 반대했던 조국공 장손무기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전쟁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전쟁이 터진 이상 이세적 플레이어와 장량 플레이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전쟁을 수행하느냐에 있습니다. 만약 이세적 플레이어가 더 큰 공을 세우고 고구려를 밀어붙인다면 전쟁이 종료된 이후 군부의 입김이 거세지겠지만, 그보다 장량과 친정군의 역할이 크거나 이세적이 실책을 거듭한다면 군부의 힘은 약해질 것입니다. 이들 또한 이 게임의 승리자는 오직 한 명 뿐이라는 점을 상기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것이라는 점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태종이 장차 고려를 정벌하려고 하자, 장량이 (전쟁을 중지할 것을) 자주 간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전쟁에 참여하기를 청하였다.』 ─ 《구당서》

『전 의주자사 정천숙은 이미 은퇴하였는데, 황제는 그가 수양제를 따라 고구려를 정벌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불러서 행재소로 오도록 하였다. 그에게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요동은 길이 멀어서 식량을 운반하기 어렵고, 동이는 성을 잘 지키므로, 단기간에 항복시킬 수 없습니다."』 ─ 《삼국사기》

『무양의공 이대량이 장안에서 죽었는데, 표문을 남겨 고려 원정군을 철폐하라고 청하였다.』 ─ 《자치통감》

『이세적이 말하였다. "전에 설연타가 들어와 노략질하자 폐하께서 군사를 일으켜 끝까지 토벌하고자 하였는데, 위징이 간언하여 중지하였다가 오늘에 이르러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전에 폐하의 계책을 사용했더라면 북방은 편안해졌을 것입니다."』 ─ 《자치통감》

『장량과 정공영은 함께 서쪽에 있는 저잣거리에서 목이 베였고, 그 집안도 적몰되었다.』 ─ 《자치통감》


오늘은 가볍게 고구려 진영과 당나라 진영의 상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고구려 진영은 강력한 당나라군을 상대로 효율적으로 방어하며 때로는 상황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당나라 진영은 강력하고 방대한 군대를 갖고 있지만 그만큼 그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두 진영은 기본적으로 적 진영으로부터 승리를 거두는 것이 최종 목표지만, 전쟁 이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적인 경쟁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이 게임의 최종 승리자는 단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각 진영의 고유한 특수 규칙이나 다양한 행동 등 다른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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