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말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5’와 ‘X박스 시리즈X’를 출시한다. 두 회사가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진정한 승자는 ‘AMD’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게임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는 AMD가 독점 공급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X박스 시리즈X./마이크로소프트 제공
MS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더 게임 어워드 2019’에서 차세대 게임기 X박스 시리즈X를 정식 공개했다. 신제품에는 AMD 젠(Zen)2 기반 커스텀 CPU가 탑재된다. 8코어로 추정되는 CPU는 현재 PC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7나노(nm) 라이젠과 유사하다.

GPU로는 AMD 차세대 RDNA 아키텍처가 쓰인다. 연산 성능이 최대 12테라플롭스(TFLOPS)로, 8K 해상도 화면을 초당 120프레임(장)으로 재생할 수 있다. 필 스펜서 MS 게임부문장은 "X박스 시리즈X를 내년 11~12월 중 출시할 계획"이라며 "차기작은 기존 X박스 원보다 8배, X박스 원X보다 2배 빠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소니는 올 10월 자사 블로그를 통해 PS5를 정식 공개했다. PS5 역시 AMD 젠2 기반 커스텀 CPU를 탑재한다. GPU도 RDNA 기반으로 하며, 8K 해상도와 120프레임을 지원한다. 짐 라이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말 성수기에 맞춰 발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MD는 소니와 MS가 2013년에 각각 선보였던 플레이스테이션(PS)4와 X박스 원에도 CPU와 GPU를 공급했다. 올 3분기 기준 게임기 CPU·GPU 시장에서 AMD의 점유율은 95%를 웃돈다.

게임기용 CPU·GPU는 고사 위기에 처했던 AMD가 붙잡은 ‘동아줄’이었다. PS4와 X박스 원이 출시되던 2013년, AMD의 ‘불도저’ CPU는 큰 전력소모와 낮은 성능으로 인텔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PC 시장 점유율은 5% 아래로 추락했고, 서버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쳤다. GPU 시장에선 ‘케플러’ 칩을 앞세운 엔비디아가 AMD를 압도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서버·인공지능·가상화폐 채굴 관련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텔과 엔비디아는 공급 여력이 부족했다"며 "AMD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CPU와 GPU를 함께 설계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을 위한 플레이스테이션5 테스트 머신 렌더링 이미지./T3 갈무리
2014년 취임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비디오 게임기 칩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라이젠 CPU 개발에 투입했다. 이후 라이젠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성능, 경쟁사의 공급난 등을 발판으로 AMD의 실적을 반등시켰다. CPU벤치마크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AMD의 CPU 시장 점유율은 30%를 돌파했다.
AMD는 올 3분기 매출이 18억100만달러(약 2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16억5300만달러)보다 8.9% 늘어난 수치다. 라이젠 CPU 판매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서버·임베디드·주문형 반도체 등을 포함하는 EESC 부문의 매출은 5억2500만달러로 26.5%가 줄었다.

AMD는 내년 하반기 PS5, X박스 시리즈X 출시로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리사 수 CEO는 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하반기 커스텀 관련 판매가 30%대 후반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