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은 예상된 문제였다.


아이온 상용화 직후 단신으로 작성했던 'AP 포인트 어뷰징 작업 과연될까?'라는 기사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 기사를 기획했던 의도를 회상하자면, 가벼운 마음으로 ‘소수 어뷰징은 당연히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이미 세우고 실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이 났던 실험이었다. ]


당연히 결과는 같은 대상을 반복적으로 죽이는 행위는 5회 이상일시 일정시간동안 AP를 얻을 수 없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시스템임을 알고서도 기사화 했던 이유가 두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아이온이 [괴롭힘]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고, 또 다른 하나는 집단 어뷰징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유저들의 의견을 알아보려 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유저가 특정한 대상을 반복적으로 죽이는 행위는 어뷰징으로 발전되기 이전에 ‘괴롭힘’의 문제를 낳을 수 있지만, 이미 여러 게임에서 생각하고 도입했던 부분이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강력한 힘을 가진 불특정 다수가 약한 불특정 다수를 학살하는 시공의 균열이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또 다른 하나인 집단 어뷰징의 실현 가능성 부분에서는, 기사가 나간 후 조금만 응용하면 집단 어뷰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 유저들의 리플로 인해 조만간 대규모 어뷰징이 시도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유저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


감나무 농장 형제들의 이야기


지금까지 아이온에서 어뷰징이 발생한 상황과 제재 과정을 한편의 동화로 이야기 해보도록하자.



★ 감나무 농장 형제들 ★

Long~Long~ Ago~ 어느 풍요로운 시골에 커다란 감나무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이 농부는 많은 아들들이 있었답니다. 세월은 흘러흘러 임종의 순간을 맞은 농부는 모든 아들들을 불러 이렇게 유언했답니다.

“지금까지 내가 가꾸어 놓은 이 감나무 농장에 열린 감들을 마음껏 따먹도록 하여라. 하지만 감나무에 감이 높게 열려 있으니 열심히 노력한 사람만 따먹을 수 있을 것이야...”

그렇게 말하고 농부는 하늘나라로 올라가 자식들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형제들은 높이 열려있는 감들을 바라보며 무럭무럭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청년이 되어서도 감나무는 너무 높이 달려 있어 따먹기가 쉽지 않았죠.

형제들 몇 명이 목마를 타거나, 피라미드를 쌓거나 해야 하루에 한 개씩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 대부분 굶주렸습니다.

“왜 우리가 힘들게 저 감에 목메어야 하지?”

“난 그냥 감자 농사를 지으러 갈래!” 라고 하면서 몇몇의 형제들이 이웃마을로 떠났습니다.

“난 그냥 돈이나 벌러 도시로 갈래!” 라고 하면서 몇몇의 형제들은 도시로 떠났습니다.

남아 있는 형제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감을 따 먹으러고 하였지만, 너무 힘든 상황에 포기할려는 찰나, 꾀돌이 막내가 묘책을 내 놓았습니다.

“형님들 뭐하러 힘들게 서로 목마타고 한 개씩 따먹나요. 우리 그냥 도끼로 나무를 찍어버리죠!”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나무를 찍어 베어버리니 순식간에 몇 백개의 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남아있던 형제들은 신나서 그간 다른 마을로 간 형제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우리 한번에 감 몇 백개씩 먹을 수 있어!!”

도시로 떠났던 형제들은 분노하면서 말했습니다.

“너희는 어떻게 아버지가 물려주신 소중한 감농장의 감나무를 그렇게 쉽게 베어버릴 수 있냐?! 정말 실망이구나!”

“하늘에서 보고 계시는 아버지가 진노하실거야!!!”

사실... 하늘에서 지켜보던 아버지도 소중한 자식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것에 기분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감농장의 감나무들은 베어져 나갔고, 감농장에 남은 형제들은 감자 캐러가고, 도시로 떠난 다른 형제들보다 배부르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부른것에만 만족하지 못했던 막내 꾀돌이는 형들을 구슬려 또 다른 묘책을 말했습니다.

“형들!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하게 감을 먹을 수 있어서 감이 넘쳐나는데 이걸 팔아서 돈으로 바꾸면 우리는 더 부자가 될 수 있어요!”

형들은 동생의 말에 솔깃해 지금까지 모아둔 감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돈으로 감이 아닌 다른 음식도 사고, 차도사고 집도 샀답니다.

그들은 점점 부자가 되었고, 타지에 떠난 형제들은 그 모습을 한숨만 쉬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몇 형제들은 다시 감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결국! 하늘에서 지켜보던 아버지는 감농장에 남아있던 형제들에게 천벌을 내렸습니다. 남아있는 모든 감들을 불살라 버렸으며, 감을 팔아 모은 재화들에 벼락을 내렸습니다.

잘려나간 밑동만 남은 황폐한 감농장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왜 자식들이 도끼로 나무를 찍으려 할 때 미리 혼내지 않았는가...’, ‘왜 형제들이 합심하여 농장을 가꾸게 인도하지 않았는가...’ 라고 후회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어뷰징 제재를 시작하다. 신석어뷰징만...


최근 어뷰징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용인즉, 어뷰저로 밝혀진 유저들의 어비스 포인트를 초기화 시키고, 오늘은 어비스 포인트로 구입했던 아이템마저 회수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 것. 제재의 의도는 확실했다.

▶ [관련기사] 어뷰저 제재 시작하나?

▶ [NC공지] 어뷰저 제재 시작


하지만 신석어뷰징으로 인해 제재를 당한 유저들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11월 27일에 처음 보고된 AP어뷰징에 대한 문제는 2개월 가까이 잠잠하다가 이제서야 신석어뷰저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AP어뷰징은 하지 않았지만, 신석어뷰징을 한 유저가 제재를 당했다는 인터뷰 내용과 해당 서버의 유저라면 모두 인정하는 AP어뷰징을 한 유저들은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AP어뷰징이 아니라 신석어뷰징으로 처벌받았다. ]


어쨌든, AP어뷰징이나 신석어뷰징이나 둘 다 제재의 이유는 분명하기에 해당 유저들의 말은 백번을 들어도 잘못한 일이겠고, 어떻게 보면 신석어뷰징이 AP어뷰징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기에 그들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었다.

[ 누적 어포를 보면 AP어뷰저가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신석어뷰저이기에 제재 대상이다. ]



제재하기 쉬운 어뷰징과 그렇지 않은 어뷰징이 있다?


이렇다면 왜? AP어뷰저들은 2개월 동안 별다른 제재를 받고있지 않고, 최근 시도된 신석어뷰저들은 제재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AP어뷰징 자체만으로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AP어뷰징은 제재해야 할 사항임에 분명하지만, 그들이 AP어뷰징으로 장비를 사거나 높은 계급을 유지하는 것 자체는 남들보다 빠르게 ‘달성한다’라는 부분 이외에 지속적으로 악용할 사항은 없기 때문. (수호신장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하자.)


둘째. AP어뷰징은 제재의 확실한 기준을 세우기가 불분명하기에 처벌하기 까다로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예를들어, 게임을 접으려는 유저가 옷을 다 벗은 후 지속적으로 상대 진영 마을에 투신했고, 상대 진영 유저들은 당연히 올 때 마다 죽였다면 그것이 AP어뷰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또한 3~4명 소수의 유저들이 AP어뷰징을 한다면, 데이터상으로 그것이 AP어뷰징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전투를 벌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그 상황을 직접 보기 전까지 알 수 없기에 처리의 기준은 모호해진다.

[ AP어뷰저는 심증도, 물증도 있더라도, 운영자가 직접 보기전까지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



셋째. AP어뷰징 보다 신석어뷰징이 심각한 이유는 신석어뷰징으로 인해 AP를 키나로 세탁이 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를 AP어뷰징과 병행한다면 소위 작업을 하는 세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마음만 먹는다면 작업장의, 작업에 의한, 작업장을 위한 완벽한 키나벌이 시스템이 탄생하게 되는 것.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과연 근본적인 문제인 AP어뷰징을 해결하지 못한채 신석어뷰저에 대해서만 아이템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어뷰징을 막을 수 있을지가 과연 의문이다.

첫째.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는 세력은 AP가 0이되던, 아이템이 모두 회수당하던 그 주에 AP를 장교급 이상으로 만들어 신석어뷰징을 할 고객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고 계정이 블록되지 않는 이상 이 작업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지금의 제제를 당한 유저들은 신석 퀘스트 교환을 위해 서로 죽어준 소수 유저들에 불과하다는 것.

[ 이런 상황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세력이 그만둘리는 없다. ]



둘째. 제재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지 못하고 처벌자체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제재를 당한 것은 신석어뷰징을 제공한 유저일 뿐이고, 정작 돈을 주고 신석 퀘스트를 깬 유저는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적 통념상 매춘을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매춘을 한 사람도 처벌을 받지만, 이에 응한 사람도 처벌을 받도록 되어있다. 사회는 걸리면 쌍방 모두 처벌을 받지만 아이온은 신석 퀘스트를 깬 유저는 아무런 처벌을 받고 있지 않다. 키나를 지불했으니 정당하다는 것인가?

만약 응한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이미 갈 때 까지 간 사람은 아이템이 사라지든, AP가 0이 되든 신석을 구입하려는 유저가 넘쳐나는데 이 작업을 그만둘지 의문이다. "님은 걸려도 피해 없어요. 이 기회에 신석 하나 싸게 사가세요."라는 광고를 뿌리며...


셋째. 애초에 잘못된 뿌리를 뽑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AP어뷰징으로 인해 생겨난 또 다른 시스템 악용이 바로 신석어뷰징이기에 AP어뷰징을 확실하게 처리해 '반복적인 신석어뷰징'을 자연스럽게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AP어뷰징이 확실하게 제재당하고 있지 않은 지금, 신석어뷰징만 제재당한다는 것을 알게된 유저들은 어떻게 행동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감을 돈받고 팔아먹은 아들들에 대한 처벌은 했다. 이제 나무가 잘려나가지 않도록 도끼를 치워버리는 일만 남았다.'






Inven - Ulf
(Ulf@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