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번에도 그 시작은 단순했다. 출근한 기자에게 한 통의 쪽지가 도착해 있었고, 쪽지는 얼마 전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한 유저가 보낸 것이었다. 그는 리그오브레전드가 너무 재미있지만, 이제 접으려는 찰나였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 재미있게 즐기고 있지만, 게임을 접는다? 대체 왜? 무엇 때문에? 궁금증과 함께 좀 더 읽어내려간 기자는 그 유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리그오브레전드는 앞으로도 잘 될 것입니다. 명실공히 e-스포츠의 새로운 주역이고 최근 이처럼 빠르게 저변을 넓혀온 게임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무섭게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만 보고 뛰다간 분명 놓치는 게 있겠지요. 지금 리그오브레전드가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 내에서는 물론, 리그오브레전드 관련 최대 커뮤니티인 인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는 각종 버스들과 부 계정 육성, 양민 학살, 고의로 심해로 내려가는 Bj들과 유저들, 입에 담기도 싫을 정도로 험한 채팅창 등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습니다. 제가 개구리라는 게 아닙니다. 언젠가 이 개구리가 리그오브레전드가 될까 걱정됩니다. 뭐, 접는 마당에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재미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10레벨이 한계더군요. 이제 접으렵니다.




[ 의외로 게임 내에서 이런 상황을 자주 볼 수 있다 ※ 출처 : 리그 인벤 사건사고 게시판 ]



Elo를 낮추는 유저들



최근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플레이들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상적으로는 만나기 어려워야 할 플레이어들이 같은 게임에서 만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바둑에 몇 급, 몇 단 하는 식으로 실력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그오브레전드는 ELO라는 시스템으로 유저들의 수준을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를 할 때는 비슷한 ELO 점수를 가지고 있는 유저들끼리 매칭되게 하여, 너무 현격한 실력 차이로 경기 자체가 재미없어 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ELO 시스템의 제약을 피해서 플레이하는 방법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정 랭크 점수를 넘긴 유저들이 아예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부계정으로 플레이를 하거나, 일부러 매칭을 회피해 자신의 랭크 점수를 낮춰서 플레이할 때 기존 ELO 시스템은 유저가 가진 진짜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아예 ELO 점수가 낮은 유저의 계정을 빌려서 대신 플레이 하는 것도 시스템은 감지해낼 수 없다.


이런 방법을 이용해 본인의 수준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ELO 시스템에 근거해 전력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게임 시스템이 무산되고,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유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저 게임을 즐길 뿐, 왜 문제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리그오브레전드의 매칭은 Elo라는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시스템이 판단하기에 최대한 비슷한 수준의 유저들과 매칭되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몇가지 방법을 이용하면 일반적으로 자신보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게임 이해도가 낮은 유저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ELO 시스템 때문에 만날 수 없는 유저들이 함께 게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MOBA 장르인 리그오브레전드는 MMORPG들과는 승패를 결정짓는 기준이 단순하고 명확하다. MMORPG에서는 아무리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도 1레벨 유저가 60레벨을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다르다. 2천점 이상의 실력을 갖춘 유저는 계정이 바뀌고 룬과 마스터리가 없어진 상황이라 해도, 본인이 가진 실력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기량의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 변수는 있겠지만 LoL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실력이다 ※ 사진은 인벤 방송 ]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유저들이 평소라면 활동하지 않을 위치까지 내려와 플레이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 경기의 밸런스는 시작부터 맞지 않게 된다. 경기 내용도 일방적이 된다. ELO 시스템으로 비슷한 수준의 유저들끼리 매칭이 되었던 것으로 생각하던 다른 유저들은, 일방적인 경기 양상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문제점들이 생겨날까.


예를 들어 2천점 이상의 유저가 1600~1700대에 내려와 플레이한다고 해보자. 이 점수대에는 프로 지망생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저들이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패배로 그들의 점수는 낮아지게 된다.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리그오브레전드의 특성상 일정 기간 내에 고위 랭크에 진입하지 못하면 이후 랭크 점수를 올리는 것이 매우 힘들어서 좀처럼 위로 가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앞서 말한 예가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반 게임을 생각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유저들이 저레벨에서 플레이를 할 경우, 이제 게임을 배우기 시작한 저레벨 유저들은 게임에 재미를 붙이기도 전에 거듭되는 패배로 게임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유저들의 이탈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더 안 좋은 점은 이렇게 붕괴한 밸런스에서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그 상황에 지친 유저들마저, 자신보다 더 낮은 곳을 찾아 내려가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순환의 고리가 돌기 시작하면 전체 유저층은 점차 얇아진다.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고 e스포츠로 활개를 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게임을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 하느냐라는 점에서 볼 때, 리그오브레전드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ELO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게임의 수명도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내려오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ELO에 맞지 않은 플레이는 분명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 현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상황이다. 물론, 이렇게 ELO를 낮춰 플레이하는 데에는 개인의 성향이나 게임관 등도 반영되겠지만, 여건상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 긴 기다림에 지친 랭커들



국내에서 리그오브레전드가 인기를 얻고 빠르게 유저층을 넓히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시간의 장벽을 이길 수는 없다.


이제 겨우 서비스 100일이 된 게임, 소위 말하는 실력자들의 절대적인 숫자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국내에서 유명한 유저들의 대부분은 북미 시절부터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겨왔던 이들이기 때문에 국내 서비스 이후 게임을 알게 되고 실력을 쌓고 있는 2세대와는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이 차분히 성장하여 고수층으로 흡수되어 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러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현재의 고수층에게 이 시간을 기다리기란 너무나 답답한 상황이다. 전체 고수층이 얇다 보니 게임 한 판을 하는데 2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생기기 때문이다.


게임 한 판을 하려고 해도 일반적으로 자신 외에 9명이 더 필요한 리그오브레전드의 특성상, 비슷한 수준의 유저가 적다면 자연히 매칭 대기 시간은 길어지게 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2천점 근처에 있는 유저들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으며 게임 한 판을 하기 위해 때때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한국 서버 오픈 초창기에는 이러한 이유로 이전을 꺼리던 유저들도 많았을 정도.



[ 유별난 경우긴 하지만 초창기에는 이런 일도 간혹 있었다 ]



결국 이러한 유저들이 이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유저가 많이 분포한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되는 셈이다. 물론, 그러한 행위 때문에 중위권 점수대 유저들이 상위권으로 흡수되는 경우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 승리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



대부분의 게임에서 유저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공통적인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대체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플레이하곤 한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장르의 게임, 정확히 말해서는 승패가 나뉘는 게임에서는 모든 유저들이 하나의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바로 '승리'다.


물론,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방식 역시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자신이 선호하는 챔피언으로 몇 승을 기록한다든지, 일정 승률을 넘긴다든지. 혹은 모든 챔피언을 구매하거나 모든 룬을 사는 것처럼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패배의 두 글자를 보고 기분이 좋은 유저란 없다. 가볍게 즐기고 싶은 일반 유저부터 랭크 게임의 결과가 곧 자신의 커리어로 연결될 수도 있는 프로 지망생, 나아가 프로 선수들까지, 누구나 승리를 맛보길 원한다.



[ 승리처럼 뿌듯한 패배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뿌듯한 것은 승리라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다. ]



하지만 ELO 시스템은 유저의 연승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스템에 의해 가능한 비슷한 실력을 매칭시켜 주기 때문. 대다수 유저들의 승률이 50%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유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승률'과는 분명 거리가 먼 현실이다.


그 상황에서 일부 유저들이 좀 더 많은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 바로, 다른 계정으로 플레이하는 것이다. 평소 자신의 실력보다 낮은 곳, 예를 들어 낮은 점수대의 랭크 게임이라던지, 저레벨들이 레벨업을 하는 사이에 껴서 플레이를 한다면 좀 더 많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 예외 사항, 버스



이야기한 두 가지 상황과 약간 다른 이유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유저가 아래 쪽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바로 '특정 플레이어가 대가를 받고 다른 플레이어의 계정을 대리 플레이함으로써 랭크 점수를 올리는' 버스가 그것.


리그오브레전드에 처음 버스란 개념이 등장했을 때에는 일반적인 듀오 플레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좀 더 높은 점수를 지닌 유저가 자기보다 낮은 유저들과 듀오로 게임을 하면서 아래에 있는 유저를 위로 끌어올리는 행위를 지칭하던 단어였다. 배치고사를 매우 안 좋게 본 유저는 본인이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까지 올라오기까지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일종의 구제 과정이자, 당시 북미에서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간의 소소한 품앗이(?)였던 셈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버스'는 이와는 다른 개념이며 듀오 플레이가 아닌 직접적인 계정 대리 플레이로, 이는 라이엇 게임즈 정책상으로도 금지하고 있는 것임과 동시에 개인의 이득을 위해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입히는 피해이기에 더욱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인벤 가족 Apink님이 받은 대리 플레이에 대한 문의 결과 ]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등급에서, 누군가 본인의 실력보다 높이 올라간다는 것은, 결국 그 자리에 올라갔어야 할 다른 누군가가 올라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결국은 버스로 본인의 실력보다 높은 곳에 간 유저가, 실력 이상의 곳에서 게임을 하게 되면 같은 팀으로 맺어진 다른 유저들에게는 패널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 버스에 대한 유저들의 시선이 고울 수 없는 것이다.



[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기에 가치있는 플래티넘, 버스는 누군가의 영광을 가로챈다 ]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결국 현재 상황에서 문제점을 요약해보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오랜 매칭 대기 시간과 그 시간을 감수할만한 메리트가 없다는 것. 그리고 승리에 대한 욕구의 빈자리를 채워줄 다른 이점이 없다는 것..


사실 매칭 대기 시간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다. 시간이 흘러 리그오브레전드의 저변이 지금보다 더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준 프로급 실력자들이 좀 더 실력을 쌓아 본격적인 프로로 발돋움하면서 유저풀 자체가 늘어나면, 매칭 대기 시간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때가 되기 전까지 오랜 매칭시간으로 인한 불편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는 개발사의 몫이다. 어쩌면 대기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경기 후 IP보상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 정도는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신경 써야할 부분은 더 많은 승리를 얻기 위해 내려간 이들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부계정이나 고의로 랭크 점수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 시스템상으로 제약을 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한 판 한 판의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맞는 결과를 얻도록 하는 사례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ㅁ 점수 외의 누적 개념을 추가, 업적과 초상화


비교적 리그오브레전드와 비슷한 형태의 플레이 방식을 제공하는 스타크래프트2와 워크래프트3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업적과 초상화' 시스템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랭크 점수외에도 추가로 해당 계정에 누적하여 쌓이는 개념을 추가하여 단판 승리를 넘어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부여하고, 유저들 스스로가 도전의식을 느끼는 한 편, 자부심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리그오브레전드에도 있다면, 한 판을 승리하기 위해 랭크 점수를 낮게 만드는 작업을 하기보다 보다 높은 랭크에서 더 많은 플레이를 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랭크점수 2000점 대 이상으로 구성된 상대팀과 연속해 10번 대결하고, 모두 승리하는" 업적이 있고 그 업적을 달성한 유저에게 아주 특별한 스킨 보상을 준다고 되어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업적을 노리고 플레이하는 유저는 낮은 랭크대로 내려가 플레이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 스타크래프트2는 업적을 이룰 경우 초상화를 변경시킬 수 있다 ]



[ 워크래프트3에서는 종족별 플레이 횟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아이콘이 달리진다. ※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사실 이러한 업적 시스템은 요즘 대부분의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그 추세를 따르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게임 내 소환사 프로필 화면에서 아직 비활성화 상태로 추가된 업적탭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업적 시스템 ]



ㅁ 래더 등급의 세분화


사실 래더 순위는 가장 기본적인 대책중의 하나다. 다른 계정으로 한 판 이기는 것보다 본인의 아이디로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 목표 그 자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좀 더 높은 위치에 가고자 하는 근본적인 경쟁의 결과물이 바로 랭킹이다.


하지만 래더 랭킹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최상위에 올려진, 소위 말하는 1페이지에 등록되는 탑 플레이어 유저들에게 이러한 래더는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주 게임을 하는 유저들과의 미묘한 순위 격차, 제 3자들의 시선, 본인 스스로 느낄 자부심 등 하나의 페이지에서 많은 신경전이 오간다. 하지만 과연 일반 유저들에게도 그럴까?


전체 순위에서 29만 등을 하고 있는 어떤 유저가 열심히 게임을 해서 28만 등으로 올라갔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란... 언뜻 생각해도 크다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조금 순위를 높여봐도 마찬가지다. 1만1천 등 하는 유저가 1만 등으로 올라갔을 때의 기쁨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걸 신경이나 쓸지 의문스럽다.


즉 최상위권 랭킹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일반적인 순위 매기기는 또 다른 목표로서 기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스타크래프트2나 프로야구매니저는 '리그' 개념을 도입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경우다. 리그 개념이란 모든 유저들을 한 번에 순위화하지 않고,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그 그룹 안에서 순위를 매기는 방식.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전체 유저중에 내 실력이 97만 등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브론즈 리그 C조"에서는 18등이고 여기서 등수를 좀 더 올리면 한 단계 높은 "실버"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


프로야구매니저도 이와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리그의 등급을 루키 - 마이너 - 메이저 - 월드 와 같은 식으로 구분해두고 각 리그 등급에서는 10명의 유저를 하나의 조로 편성해 그 속에서 순위를 가린다. 조에서 순위가 높은 유저는 상위 리그로 진출하게 되어, 낮은 등급의 유저들에게 단판 승리를 거두는 것과는 또다른 '좀 더 높은 리그 단계로 올라가겠다'는 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어있다.



[리그별로 아이콘이 다르고, 조 순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50위부터 모양이 바뀌며 25위 이상은 날개가, 8위 이상은 별이 추가된다]



[ 비기너 - 루키 - 마이너 - 메이저 - 월드 - 올스타 - 클래식 - 위너스 - 챔피언 - 마스터 로 구성되어 있는 프야매 ]
[ ※ 사진 출처 : 프로야구매니저 인벤 팁 게시판, 꿈잃은꼬마님]



이런 방식을 리그오브레전드에도 도입해보면 어떨까. 현재 리그오브레전드에 존재하는 등급 별로 각기 따로 순위를 체크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1499점 유저는 금장으로의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어 어느 정도 목표 제시가 된 상황일테지만 전체 래더에서 보자면 복잡한 순위 자릿수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유저에게 1499점은 그저 1500점 달기 직전의 수치가 된다.


하지만, 이를 바꿔 리그를 세분화 한다면 1499점의 유저는 은장 중 최상위에 속하는 유저가 된다. 스스로 자신의 점수에 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되고 점수 유지 및 상향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마음 가짐이 되게 할 수 있다.


ㅁ 순위에 따른 혜택 부여


높은 점수를 유지할 때 혜택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봄직하다. 과거, 북미 서버에서 시즌 1이 종료되면서 일정 점수 이상 유저들에게 자르반 4세의 스킨을 보상으로 준 적이 있다. 이를 좀 더 확장하는 방안으로 이처럼 적당한 수의 유저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유지하면서 최상위에 위치한 유저들이 순위다툼을 벌일 가치가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위부터 10위까지의 유저들에게는 레어 초상화를 소환사 초상화와, 한정판 스킨, 플래티넘 이상 등급을 나타내는 심볼을, 이후 11위부터 20위까지의 유저들에게는 초상화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만, 3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유저들에게 플래티넘 이상의 등급 심볼만 지급하는 등 순위 결과에 따라 보상을 다르게 하여 목적을 부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e-스포츠와의 접목도 고려해 볼만 하다. 현재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The Challenger Circuit이 각 대회에서 일정 성적을 거둔 팀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나중에 최종 종합 시즌에서 이를 참고하는 것처럼, 일정 점수나 순위대의 유저들에게 대회 진출권을 주고, 이런 대회를 통해서 점차 높은 단계의 대회 진출권을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 해외에서 진행 중인 The Challenger Circuit 중간 정산 ]
[ 각 대회에서 승점을 쌓는 형식이다 ]



책임을 묻기보다 앞으로를 고민할 시기



기자가 어떤 개발자를 만나 들었던 말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유저들이 게임을 그만두고 뒤돌아서는 데에는 단 2초면 충분하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게 하는 데에는 2년이란 시간도 모자라다." 그만큼 유저들은 쉽게 변하지만 되돌리긴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 상황에서 ELO를 낮추는 플레이를 막거나 제한하기는 어렵다. 또 이런 플레이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ELO를 낮추는 플레이를 마냥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ELO는 비슷한 실력대의 유저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근본에 해당하는 것이다. 본인의 ELO와 다른 곳에서 플레이하는 유저가 점점 늘어난다면, ELO 시스템에 대한 신뢰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결국 나중에는 신규 유저들이 없는 매니아 게임으로 전락해버리는 일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어쩌면 이번 기사에서 다룬 ELO를 낮추는 플레이를 하는 유저의 수는 전체 유저의 수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나 불만들도 어쩌면 아주 커다란 호수에 작은 조약돌을 던진 정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언젠가 이 작은 조약돌들이 커다란 호수를 메워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는 개발사에서 이런 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나 새로운 시스템들을 제공하는 것이 1차적인 접근이겠지만, 어떤 좋은 시스템이나 추가적인 컨텐츠를 제공한다고 해도, 애초에 승리와 패배라는 양분된 결과를 갖는 게임의 특성상 이런 현상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전적으로 개발사의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이제 온라인 게임에 있어 유저는 게임을 즐기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동시에 게임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다. 게임을 어떻게 즐길지는 자유지만, 그 게임이 어떤 이미지의 어떤 위치를 갖게 할 것인지는 유저에게 달려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더 화려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 기록적이었던 광안리 스타 리그. 지금보다 LoL이 더 발전하여 그 이상의 무대에서 빛나길 바라본다 ]
[ ※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



※ ELO 시스템을 우회한 플레이에 대해 인벤 가족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덧글을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