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PM 11:15. 크리스마스 45분 전.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영하 날씨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와 지하철역에는 많은 사람이 무리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문득 바닥을 한번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본 기자는 그때야 실감할 수 있었다.


막상 사람들과 이브를 함께 보냈음에도, 크리스마스 특가 바가지 가격의 음식점에서도,
그 당시 손에 들려 있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고를 때에도 느끼지 못했거늘.


집으로 홀로 돌아가는 길.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그제야 크리스마스임을 실감했다.
갑자기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며, 고독함 속의 외로움, 갈증과 같은 감정이 피어오른다.




[ 크리스마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왜 나만 쓸쓸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

뭔가 부족했던 것일까? 집으로 오는 차안.
혹시라도 날 기다리고 있는 자리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곳저곳 전화해보지만,


없다. 그런 곳 없다. 그런 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있는 일이다.


결국. 오늘은 약속 때문에 못 만날 것 같다고 허세 부려둔 PC방 죽마고우에게 전화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허세가 아니었다. 난 그날의 약속이 그렇게 빨리 마감될지 몰랐었단 말이다.


"어디냐? 그래? 넌 크리스마스에도 PC방이냐? ㅋㅋ한심한 놈. 알았다 간다. 기달료"
"아~ 약속? 아 그거 짜능나서 걍 일찍 쫑했어. 날도 추운데 걍 일찍 끝내자했지. 암튼 갈게 끊어!"


약속 때문에 못 본다더니 갑자기 웬일이냐는 친구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며 매듭짓고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쇼파 위에 대충 던져두고,


양껏 멋 부렸던 정장 코트와 바지는 대충 침대 위에 뉘어 둔 채 빠르게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PC방으로 가는 길. 그렇다. 25일 00시가 지난 시각. 나는 리니지 월드로 발길을 옮겼다.





본격!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PC방에 도착한 기자는 평소 즐겨 마시던 음료를 손에 들고 친구의 옆자리를 찾던 중.
모여 있는 많은 사람의 모습을 보니 마음에 위안이 되며 조금은 편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저~어기 나란히 앉아 리니지를 하고있는 커플만 빼고! 흑!




[ 상처받은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구나! 커흑! 부럽다!! - 응암동 PC방 이벤트 중 커플 유저분들 모습! ]

자리에 앉은 후, 리니지를 실행시키며 옆의 친구한테 말했다.
"크리스마스인데 사람도 별로 없겠다. 대장이나 잡고 물약이나 잔뜩 벌어다가 레서나 잡아야겠다"


친구왈 "아닌데? 사람 완전 많은데? 대장 찾기 무자게 힘든데? 포기하셈. 아! 오렌 또 낚시 아우 짜증!"




[ 12월 25일 00시 40분. 아덴서버 용의 계곡 떠도는 대장 오크 산타 레이드 모습. ]

접속하자마자 대장 산타가 용의 계곡에 나타났다는 제보에 빠르게 군마를 타고 이동했다.
아니 근데 이게 웬걸! 가뜩이나 비좁은 용의 계곡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전진조차 힘들 상황.


겨우겨우 사람 사이를 헤치며 전진하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 "아이 아파라! 아이 아파라!"
저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근처에 대장 산타가 있다는 것. 다행히 좁은 길목이 아닌 공터에서 발견한 대장 산타.


하지만, 이미 많은 인원이 모여 있어 다가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둔 비장의 흑단막대를 꺼내 들고 번개 소환!

간혹 번개가 빗나가 아이디가 보라색이 되긴 했지만, 어찌됐든 크리스마스 상자를 얻는데 성공했다.




[ 대장 산타를 공격하고 나면 잠시간 긴장속에 숨죽여 기다린다. 그 후, 멘트가 보이면 안도의 한숨을. ]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경쟁률. 크리스마스에 다들 산타만 잡으러 온건가?!
대장 산타를 잡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평소보다 더 힘들었다. 이것이 주말의 힘인가?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장 산타 보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기자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기억창 을 펼치게 되었다.




[ 대장 산타를 잡기 위한 데스노트를 완성하였다. 대장 산타! 기다려라! 내가 간다! ]

자주 발견되는 장소를 마을별로 저장해 놓고 탐마다 이동하는 방법.
많은 사람이 즐겨 사용하는 이 방 법때문에 지금 현재도 축복받은 순간이동 주문서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정신없이 대장 산타를 잡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고,
즐길 수 있는 이벤트임에도 혼자 긴장한 탓에 마을에서 쉬고 있던 기자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 시간에 리니지를 하고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까?'


궁금한 것은 절대 못 참는 천성. 그렇게, 무작정 길거리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왜 TV에서 많이들 하지 않는가.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크리스마스 때 리니지를 했던 당신! 더 크게 봐서는 우리!
그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다 함께 공감과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첫 번째. 날도 추운데 집에서 레벨업!


[ 영하 날씨엔 밖으로 나가기 싫다! 그래도 창피하여 익명을 요청한 유저. ]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날도 춥고 해서 집에서 용기사 렙업에 전념했습니다.
아직 버림받은 땅에 갈 수 있는 레벨도 안 되고 해서, 이참에 이벤물약으로 레벨업이나 왕창해보자 했죠.


그래도 이벤트 물약 덕분에 금요일부터 이틀 동안 무려 10레벨이나 올렸습니다.
이벤트 물약이 HP를 사용하는 용기사에게는 매우 좋습니다. 더군다나 3단 가속 때문에 느린 것도 좀 해소되네요
"


오호! 그러고 보니 용기사는 스킬을 사용할 때 HP를 사용한다. MP물약으로 용변신 유지도 편하고,
3단 가속으로 느린 단점을 보완까지! 아! 이벤트 기간에 용기사나 키울걸…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두 번째. 친구들과 함께하는 보스탐!


[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리니지를 즐기고 있다고 말한 지상최악소녀 님. ]

"그래도 크리스마스라서 다들 모여서 고깃집가서 거하게 먹고, PC방에 왔어요.
원래 3명이서 모이기로 했는데, 어제 여친이랑 헤어진 놈도 있어서 결국 4명 다 모였어요.(웃음)


물약 효과가 워낙 좋아서 상아탑 8층이랑 PC방 오만의 탑 81층대에서 친구들이랑 파티플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스템 좀 먹어보자 했는데, 데몬이랑 감시자 리퍼 2번 잡았거든요?
"




[ 지상최악소녀 님이 보내주신 데몬 잡는 모습. 찰칵! 이놈이 데몬의 부츠를 줬다는데… ]

"근데! 데몬은 부츠 줬고(^^)v 감시자 리퍼는 축젤줬네요.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크리스마스 아닌가요?"


아… 우선 축하의 말을 전하긴 했지만, 왠지 배가 아프다. 물약 7천 개가 넘게 모이도록 보스는커녕,
평소에 단골로 잡혀주던 드레이크도 대장 순찰하는 사람 때문에 구경도 못해봤다. 아무튼, 부럽고! 축하한다!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세 번째. 나의 크리스마스 목표는 아크 변신 주문서!


[ 크리스마스 이벤트 내내 아크 변신 주문서 100장이 목표라는 유저. 역시나 창피해서 익명(풉) ]

"네. 저 솔로에요. 뭐 크리스마스 혼자 보낸 게 한두 해도 아니고 이젠 무덤덤하네요.
그나저나 이번 이벤트에 반지랑 아크 변신 주문서만 남자나요. 전 아크 변신 주문서에 사활을 걸었어요.


사냥은 물약 모인 걸로 상아탑 7~8층에서 1시간만 하고 나머지는 산타 잡으러 다녀요.
그러다가 대장 산타 탐 되면 파티 모아서 대장 잡고 다시 그냥 산타 잡고, 물약은 대충 쓰고 버리고 하는 중-_-.


크리스마스 이벤트 시작하자마자 목표로 삼은 게 아크변줌 100장 모으기였죠.
지금 64장 모았네요. 힘닿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에요. 아자! 아자!
"


그…그렇다. 좋은 목표의식이다! 지금은 시세가 많이 하락했지만, 이전에는 아크 변신 주문서가 장당 20만 아니던가!
100장 모으면 2천만! 부러운 마음에 주문서 1~2장만 주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가 바닥에 누울 뻔했다.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네 번째. 나의 크리스마스 목표는 최고급 라온의 반지!


[ 리니지 초보자에게 최고급 라온의 반지는 크리스마스 선물만큼 기쁘다! 발라카스 님. ]

"리니지를 군대 가기 전에 접고, 다시 시작한 지 2달밖에 안 된 하면 망하는(강조) 용기사입니다.
이름이랑 설명만 보고 완전 멋있어서 선택했는데, 아오...


암튼 리니지를 다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반지도 상아탑 반지를 끼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이벤트를 좀 열심히 해서 반지 맞췄어요. 완전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2개만 만들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물약도 모을 겸 더 하다 보니,
반지가 더 모이더라고요. 되는대로 모은 다음에 마지막 날 2개 남기고 다 질러볼 생각이에요. 뜨면 좋고 아님 망!
"


반지 인챈트. 최고급 반지가 상급이니 +1마다 모든 속성 저항 +1에 +6 이상 성공하면 HP/MP 회복 +1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차피 거래도 안 되는 반지. 많이 모았다면 인챈트도 해볼 만 하다. 부디 성공하길 빈다!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다섯 번째. 나는 크리스마스에도 일한다!


[ 크리스마스에도 출근한다는 리니지인벤 가족 질문과 답변 게시판의 단애. 드래곤테이머 님. ]

"직업 특성상 저는 오늘도 일하고 내일도 오후 시간에 근무입니다.
그래서 가족, 지인들과는 모두 연말로 약속을 미루어 두었지요.


덕분에 크리스마스에는 리니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물약 이벤트 때 광렙모드를 했던지라,
이번에도 M P회복물약으로 마음껏 힐하면서 펫을 키울 생각입니다.


연인이나 가족과 여행을 가거나 데이트하는 분들을 보면서 부럽고 아쉽긴 하지만,
연말에 재미있게 놀 생각에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근무하시는 리니지 유저 여러분 힘냅시다!
"


질문과 답변 게시판에 상주 중인 단애님. 듣고보니 그처럼 크리스마스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들의 책임감에 박수를 보내며, 아쉽고 억울한 마음. 리니지에서 대박 득템으로 날려버리길 바란다! 화이팅!






크리스마스에는~♪ 리니지를~♬ 크리스마스에는~♩ 득템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감도 되고,
가슴을 한쪽을 꽉 막고 있던 쓸쓸함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리니지 월드에서의 크리스마스. 서로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었지만,


우리는 한 공간에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 된 마음(이벤트)으로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혹시 아직까지도 지난 크리스마스를 리니지에서 보낸 것에 쓸쓸함이 남는다면,
당신과 함께한 우리를 생각하며 씻어내길 바란다. 강한 솔로 화이팅!




[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기사를 탄생하게끔 만든 축데이 카툰. 제목은 동일. 강한 솔로의 크리스마스. ]

카툰의 마지막 멘트가 가슴을 시리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은 안강함. 아…아니야!




[ 12월 25일. 치열한 공성전을 치른 진정한 강자들! (클릭) 메리 X - 공성전 기사 보러 가기 ]

크리스마스 당일 저녁 8시~10시. 이들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들의 투지에 박수를!!






[ 상단의 그림을 클릭하시면 이벤트 설명 페이지로 이동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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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 Dalin - 이강희 기자
(Dal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