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금). 예상 시간 오후 7시 전후.
조우 서버의 유저들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날은 금요일 밤으로 수많은 직장인이 주말을 맞이하기 전
어느 때보다 불타올라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시간. 하지만!


몬스터가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일까?


아니다. 현실 세계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대체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이벤트? 흑룡의 해를 맞이해서 할파스가 강림해
모든 몬스터들에게 어스 바인드를 걸어버린 것인가? 종말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일까?


유저들은 그저 영문도 모른 채. 이 상황에 대해 수많은 추측과 한탄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 사건 당시 조우 서버. 오렌 마을의 모습. 소환된 몬스터가 움직이지 않는다. ]

[ 용의 계곡 모습. 평소에는 등장하기 무섭게 한 줌에 재가 되었던 존재가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모든 몬스터들은 10시 방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떠한 공격에도 그리고 어떠한 외침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금요일 밤을 위해 수많은 재료(드상, 룬)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마을을 나선 유저들은
이 현상에 대해 억울함을 게임 내, 게시판 등에 호소해 보지만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점점 지쳐 현실 세계로 돌아간 유저들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나름의 재미를 위해 보스 몬스터와 3시간의 혈전을 펼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사건 당시 조우 서버. 용의 계곡에서 일어난 3시간에 걸친 흑장로 레이드. 샌달 주나? ]

주인 없이 움직이는 무인 유저가 아닌 실제 유저가 가장 많이 게임을 즐기는 저녁 시간에 일어난 사건.
정상적이라면 게임 내에서부터 홈페이지 공지 사항까지…


사과는 둘째 치더라도 현재 상황에 대해 내부적인 파악이 있기 전 유저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먼저였다.
과연 리니지만큼 오랜 시간 유저들과 함께 해온 게임이 얼마나 있을까?


유저들도 현 상황에 대해 대략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고는 있을 것이다. 유저들이 진실로 원했던 것.
보상도 물론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유저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현재 ㅇㅇ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파악중에 있으며 신속해 조치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유저들의 불만과 불안. 그리고 혼란을 해소해줄 게임사의 표명이었다.




[ 4월 6일. 조우 서버 게시판 상황. 이번에도 그저 징징글로 보일뿐인가? ]

결국, 이날 사건은 자정을 넘기고 나서야 일정 부분 해결되어 마무리 지어졌고,
해당 일에 대한 원인 규명 및 사과 공지는 고객센터 휴무일인 금요일. 그리고 주말을 지나


다시 일성으로 돌아온 4월 9일 저녁이 돼서야 웹사이트 내 공지사항란에 올라오게 되었다.



[ 4월 9일. 19시 32분에 올라 온 조우 서버 사건 과련 공지. ]

'NPC 서버 불안정 현상이 있었고, 현재는 해결이 완료되었다.'
사건 당시에도 누구나 예상했던 원인이었고, 해결도 이미 게임 내에서 겪은 상황.


물론, 이 공지의 목적은 해당 시간 내 게임 내 불편을 겪은 유저들에 대한 사과 공지였다.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노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일부 유저는 사과 공지가 올라온 것조차 몰랐다는 것.


최근 외부에 의한 서버 공격으로 게임계 전체가 서버 장애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리니지 또한, 서버 장애로 미녀와 데스 3차 미션 진행 불가. 4월 4일. 접속 종료 현상이 있었고,
이에 대해 이벤트 기간 연장 및 보상 대책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조우 서버 및 공지에 표기되었듯 이와 같은 현상이 있었던 일부 서버에 대한
보상 조치가 필요할 것
으로 보이며, 또한 유저와 서비스사 간의 무너져가는 신뢰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문제의 발생과 해결. 보상 조치를 넘어 앞으로는 문제에 따른 빠른 조치(공지)와
해당 문제를 겪은 유저들에 대한 적극적인 사과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연인과 친구 사이도 서로에게 소홀해지거나 소홀하다 느끼는 시기가 찾아오곤 한다.
모든 이벤트와 게임 내 문제로 불만이 끊이지 않는 유저와 이에 대해 다소 늦은 대답을 건네는 게임사.


우리는 지금 권태기일까?


유저와 게임사가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갔던 리니지 초창기 시절. 아직 늦지 않았다.
시스템에 대한 한계는 극복할 수 없겠으나 유저와 게임사 간의 커뮤니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유저 불만의 시작은 미실행이 아닌 미수신이다. 항상 듣고 있으며 보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좀 더 유저들에게 알려. 모두가 다함께 호흡하는 행복한 리니지 월드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Inven Dalin - 이강희 기자
(Dal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