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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논문
 '일본 TV 심야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경향: 전일 애니메이션과의 비교' (나고 마리 , 2012, 한국 컨텐츠학회) 

  

0. 앞서서 단어 정리 

 심야 애니메이션이라는 개념은 정말 간단하게 보면 심야시간대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칭하는 단어지만 만들어진 배경은 전일 애니메이션이란 단어의 뜻과 전일 애니메이션이 줄어든 이후부터 바라보아야해요. 

 90년대 후반부부터 PC, 닌텐도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저출산으로 일본의 청소년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 이리저리 분산되고 줄어들어서 감소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다양한 이유 때문에 아빠가 퇴근하고 엄마가 저녁 만들고 아이들이 리모콘을 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시간인 골든타임 (오후 7시~ 10시) 의 광고주들도 점점 줄기 시작했어요.


 골든타임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은혼> 
 

 이런 상황 속에서 발전한게 심야 애니메이션이었어요. 골든타임 이후 오후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를 일컫는 이 시간대는 시간대는 시청률도 상당히 적어 값이 싼 것은 물론 이 시간대에 방영하는 것은 '시청률은 둘째치고 DVD를 한 장이라도 더 팔자.'는 목적이 있어요. 한 때 유명한 판매단위였던 1프랙탈이라던가 심심찮게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몇 천장, 몇 만 장 판매량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래요.

 그래서 이 시간대의 예상 시청자는 '그냥 보는 사람'보다 '이 DVD를 사줄 사람'을 목적에 두고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충격에 머리가 얼얼하던 청소년층의 시청자를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전일 애니메이션의 수 보다 심야 애니메이션의 수가 더 많아졌죠. 


1. 전일 애니메이션과 심야 애니메이션의 비교

 다음은 2010년 애니메이션들 중 시청률 상위 작품을 표로 정리한 것이에요. 
 (2015년 현재, 지오시티즈에는 2012년 하반기까지 애니메이션 시청률이 정리되어 있어요.)

 

 본 논문이 2012년 버전이라 2010년이 최근 버전... 
 작년 시청률 한 번 할려다가 지금 머리 깨져서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표가 나오고, 전일 애니메이션과 심야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나누는데는 '주인공의 목적과 목적을 이루는 방법', '주인공의 행동 무대와 경로', '주인공 교류의 폭'으로 항목을 나누었어요. 그럼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해요. 

 
 1.1. 주인공의 목적과 목적을 이루는 방법 

 목적 없는 주인공은 없죠. 그 흔한 세계 정복이든, 점프 만화에서 신물나게 다루는 모험과 우정이든 누구나 목적은 가지고 그걸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요. 너무 목적에 취해 어떠한 수단이라도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악인이 있는가 하면 과정을 통해 목적이 변하기도하는 등 다양한 목적이 있고 그에 맞춰 세계가 짜여있어요.

 그 세계가 시련을 줘서 주인공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고, 마치 아기를 다루는 어머니처럼 밥을 한 술씩 조심스레 떠먹여주기도 하겠죠

 전일 애니메이션 

 


 
 전일 애니메이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일상 생활을 하는 주인공' 혹은 '비현실적이고 방대한 목적을 가진 주인공' 이에요. 전자에 해당하는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 <사자에상>이라던가 <도라에몽>은 특별한 목적의식을 보여주지가 않아요. 그저 비슷한 패턴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비슷하게 다루죠. 

 반대로 <드래곤 볼 카이>, <나루토> 등은 아무리 주인공이 주인공 버프를 한참 먹고 있더라고 '이걸 이뤄낼 수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크고 아름답게 비현실 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인공들간의 커다란 싸움으로 달성하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에요. 

 이는 시청자층의 특징에 잡혀있어요. 전일 애니메이션의 시청자층은 아까 위에서 설명했듯이 온 가족이 보는 시청 시간대긴 하지만 보통은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아이들이 리모콘의 중심을 잡아요. 제가 <썬가드>, <다그온> 같이 크고 필살기 마구 쓰고 빛나고 부수는 거대로봇에 반해 지내왔듯이, 아이들은 비현실적이라도 엄청나게 크고 엄청나게 부서지는걸 좋아해요. 

 지금까진 원거리 공격에 치중했던 마법소녀물에 근거리 마법 격투의 시초를 연 <프리큐어!> 시리즈도 여기 포함되어요. ㅋㅋ 


 심야 애니메이션

<레인보우> 재탕해야겠다.. 어우.. 사진만봐도 

 목표가 없거나 있으면 매우 비현실적이고 끝이 안 보이는 전일 애니메이션의 목표에 반해 심야 애니메이션들의 목표는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으로 보면 매우 거리가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예시로 든 <노다메 칸타빌레>는 '피아노의 극에 달한다'는 목적을 기술의 향상과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해결하고 <레인보우 2사 6방의 7인>은 '형기를 마치고 재출발'하는 목표에 더해 그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과 거기서 탄생한 '악인'들과의 투쟁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나가요. 
 
 청소년층이 주 시청자인 심야 애니메이션은 일상적인 목적과 현실감 있는 노력과 성실한 자세, 그리고 자신의 개성으로 목표했던 것을 성취해서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어요. 

 
 

 2010년대 들어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일상물'은 2015년의 지금까지도 일상물을 좇는 '난민'이라는 종족을 탄생시킬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이 장르는 특히 일상적인 목적이 두드러지고 스토리의 기복이 매우 적기 때문에 스토리의 흐름으로 시청자를 공감시키기 보다는 적은 기복과 편안한 대화들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시청자가 공유하기 쉽다'는 점 때문에 지금도 많은 일상물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1.2. 주인공의 행동 무대와 경로

 다음은 주인공의 행동 무대와 경로에요. 거대한 목적이나 작은 목적에 맞춰서 세계는 주인공들을 위해 갈등을 제공해주거나 화해의 장을 주는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주인공들은 그 세계를 거닐죠. 이 논문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주인공들의 무대 경로를 보여주었어요. 


 전일 애니메이션 
 

 우선 특별한 목적이 없는 <짱구>나 <마루코는 아홉 살> 같은 만화의 세계는 한 지역 이내로 한정되어있어요. <짱구>를 들면 주 무대는 떡잎 마을이라는 작은 마을 중에서도 떡잎 유치원과 짱구의 집이 주 무대가 된다죠. 그리고 이 작품들의 특징은 저녁이 되면 가족이 모두 집에 모인다는 거에요. 

 <도라에몽>이 '진구가 트러블이 생김 - 도라에모오오오오오옹! -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를 획득 - 문제 해결까지 수월하게 다가감 - 하지만 진구가 잘못 사용해서 해결 실패 - 결국에는 원 상태로 돌아감' 이라는 일정한 패턴으로도 수십년을 지내왔듯이 이 시간대에 이런 작품들은 '1화 완결 형태'  갖추고 있어요. 짧지만 기승전결이 존재하기에 어린 아이부터 늙은 어른 분들까지 부담없이 시청할 수 있는게 특징이에요.

 특히 짱구나 도라에몽같은 가족 애니메이션은 이런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 극장판에서는 완전 다른 세계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해요.


 <포켓몬>이나 <나루토>같은 경우는 시작은 태초 마을(나뭇잎 마을)이었지만 점점 세계관이 넓어지고 무대가 바뀌어요. <포켓몬>은 지우의 공장초기화 이후 다시 새로운 마을에서 새로운 히로인과 함께 포켓몬을 잡는 것으로 비슷한 패턴이지만 조금씩 변주를 더해요. 

 <나루토>는 무대가 바뀌어도 해당 무대에서 갈등이 끝나면(예를 들자면 소리 마을) 다시 나뭇잎 마을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가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자기 지역 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해요. 


 심야 애니메이션 

 

 <아마가미>, <해파리 공주>, <너에게 닿기를> 과 같이 목적이 일상적인 작품들의 무대는 <짱구>의 무대와 행동경로와 같이 굉장히 좁은 편이에요. 학교, 친구 집등 가깝고 작은 장소 속에서 왕래를 하죠. 하지만 심야 애니메이션의 이 작품들은 '1화 완결형'이 아니고 매화 집으로 돌아오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느 때는 아르바이트 장소에서, 어느 때는 동아리방에서, 어느 때는 보건실에서 지내는 장면을 보여주어요. 

 그렇게 기점이 되는 장소도 다르고 집중해서 보여주는 장소도 다른게 전일과 심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집'의 비중이 상당히 적은 것도 큰 특징이에요. 전일 애니메이션은 '집'이 구심점이 되는 것에 비하면요.

 다음으로 <크게 휘두르며>와 같은 작품에선 스포츠 시합에 출장하기 위해 자주 지역 밖으로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경기를 치루지만 상대적으로 크기를 비교하자면 주 지역 보다는 작은 편이에요. 위의 예시로 들었던 <레인보우>도 탈옥 후 여기 저기를 배회하기는 하지만 주 장소는 언제나 감옥이죠. 비중 차이에요.


 이처럼 심야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전일 애니메이션보다 전체적으로 작아졌어요. 이는 천천히 청소년들을 옭아매는 경제 불황과 취업난 등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등허리가 굽어버려 큰 꿈을 꾸기가 어려워져 작고 소박한 만족감을 추구하는 현재 젊은이들의 성향과 맞물려있다고 할 수 있어요. 초식남, 사토리 세대가 사회학적으로 이런 젊은이들을 표현하죠.

 우리요? 후... 7포든 4포든 힘내봐요. 


 1.3. 주인공의 교류의 폭 

 여기서는 주인공이 교류하는 사람들의 입장과 연령을 살펴서 인간관계의 폭을 알아보는 거에요. 기준은 주인공이에요.

 전일 애니메이션과 심야 애니메이션 

 

 
 전일 애니메이션의 교류의 폭은 그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처음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로 부터 시작해 그 아이들의 가족이 조연으로 첨가되는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마을이 돌아가면서 무대가 되어요. 결국에 저녁은 집에서 먹지만요. 그래서 다른 입장을 가진 가족과도 교류를 하지만 주 활동 영역은 <짱구>의 떡잎 마을이나 <도라에몽>처럼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들이 모여 지내는 곳이지요.

 <나루토>나 <원피스> 같은 경우는 비슷한 연령이긴 하지만 <나루토>를 예로 들자면 호카게가 되고 싶은 우즈마키 나루토나 가문의 영광을 위해 나선 휴우가 네지, 노력으로 극복해나가던 록 리처럼 각자 입장이나 연대는 다른 것이 특징이에요. 

 반면 심야 애니메이션은 <아마가미>나 <너에게 닿기를>이 보여주듯 비슷한 입장과 연령 (학생)이 가장 많아요. 주인공을 둘러싼 커뮤니티 속에서 몰입하면서 비슷한 연령 입장의 인물들과 집중적으로 교류하는 게 심야 애니메이션의 큰 특징이에요. 

 극단적인 예시로 30살이 넘어가는 캐릭터가 거의 없이 누님형이나 정신적 멘토가 20대고 주인공 커뮤니티가 10대 위주로 이루어진게 그러하죠. 커뮤니티의 범위가 좁아지는 동시에 대화의 범위도 좁아지고 세밀해지는 것이죠. 



 2. 마무리

 

 물론 모든 심야 애니메이션이

'현실적인 목적을 가지고'
'행동 무대가 상당히 좁은 편이며'
'교류하는 커뮤니티의 연령대나 입장이 비슷한'

것은 아니에요. 포스트모던한 사회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요구가 다양한 만큼 수 많은 개성을 가진 작품들이 나와요. 여기서는 전일 애니메이션과의 비교를 위해 이렇게 가지를 좀 쳐낸 것이구요. 얼마나 포스트모던하냐면 애게에서 겹치는 최애캐가 정말 적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죠. :)

 재미있는 논문이라서 읽고 나서 애게 분들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각색을 해보았습니다. 최대한 본문의 맛을 살리면서도 저의 글로 쉽게 풀어내 적어보았는데... 어떠신가요? 

 이상, 안개꽃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