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 위에 홀로 덩그러니 있는 포커 배열 키보드.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최초로 기능 키(Function Key), 그러니까 F1~F12 열이 빠진 키보드를 봤을 땐 "이게 무슨 키보드야ㅋㅋ"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작은 키보드는 고사하고 제품 우측에 넘버 패드가 없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던, 풀배열 키보드를 선호하는 유저였습니다. 그래도 워낙 키보드를 좋아하다 보니 참 예쁘다는 생각과 함께 정돈된 게임 환경의 화룡점정은 시크하고 삐딱하게 놓인, 저런 작은 제품이겠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일상의 소소한 어깨 통증을 텐키리스 키보드로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나니 작은 키보드에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더 작으면 편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RPG 게임을 할 때 빼고 기능 키를 쓰던가?", "작으니까 더 저렴하네?"라며 작디작은 키보드에 몸을 욱여넣다 보니 어느새 제 손에 들려있더라고요.

포커 배열 키보드라고도 부르는 미니 폼팩터 키보드의 물리적인 제약은 어쩔 땐 장점이, 또 어느 날은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익숙하지 않다는 점과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부분이겠습니다. 재택근무를 할 당시 급한 일이 있어 미니 폼팩터 키보드로 업무를 본 적이 있는데 제한적인 부분이 많더라고요.

▲ 로캣의 미니 폼팩터 키보드이자 타이탄 광축 스위치의 2세대를 알리는 '로캣 벌칸 2 미니'

하지만 장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집니다. FPS나 MOBA를 즐기는 유저들은 QWER와 WASD, 123456키를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죠. 이러한 게이머의 경우 인게임에서 딱히 쓰지 않는 버튼 대신 더 쾌적한 공간을 얻게 되는 거죠.

또한 저처럼 키보드에 관심이 많은 유저라면 미니 폼팩터 키보드를 통해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현재 키보드 시장은 약간 따분합니다. 어느 시점부터 브랜드 로고를 가리면 이 키보드가 어떤 기업의 제품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시점이 왔으니까요. 이러한 약간의 싫증들이 포커 배열 키보드를 통해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제한된 버튼을 어떤 키로 배치를 할지 심사숙고한 브랜드의 고민,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체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참 재밌습니다.

독일의 게이밍 기어 브랜드인 로캣(ROCCAT)에서도 다른 게이밍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포커 배열의 키보드, 'ROCCAT VULCAN 2 Mini(로캣 벌칸 2 미니)'를 출시했습니다. 주관적이지만 로캣의 시그니처는 뭐니 뭐니 해도 다른 브랜드와는 차원이 다른 흰색, 그리고 로캣 화이트와 LED의 조화에서 오는 그 분위기 아니겠습니까. 물론 독자적인 기술이나 성능적으로도 충분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인 것도 맞고요.

▲ 일명 '로캣 화이트'.. RGB와의 조화가 환상적입니다

▲ 제품 크기 비교 이미지 (상단부터 풀배열, 초박형 텐키리스, 미니 폼팩터)




제품 정보


  • ROCCAT VULCAN 2 Mini
  • 키보드 유형 : 65% 미니 폼팩터 유선 게이밍 키보드
  • 색상 : 검은색 / 흰색
  • 스위치 명칭 : ROCCAT TITAN II OPTICAL(로캣 타이탄 2 옵티컬)
  • 스위치 정보 : 광학식 리니어(선형, 유사 적축) / 45g / 1억 회 키 프레스 수명
  • 키캡 소재 : ABS 키캡
  • 폴링 레이트 : 1000Hz
  • 온보드 메모리 : 4MB
  • 케이블 : USB C to A 편조 케이블 (1.8m, 탈착식)
  • 크기 및 무게 : 324 x 116 x 31(mm) / 542g(케이블 포함 무게, 제외 시 500g)
  • 기능 : Full NKRO(N-Key RollOver) 100% 안티 고스팅
  • 소프트웨어 지원 : ROCCAT SWARM
  • 구성품 : 키보드 본체 / 탈착식 케이블 / 설명서


  • ▲ 로캣 벌칸 2 미니 타건 영상 (또렷한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촬영 기기를 근접하게 두고 촬영하였습니다)

    체리 스위치의 자사 독점 특허가 만료되며 많은 브랜드에서 키보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환으로 규모가 큰 글로벌 게이밍 주변기기 브랜드의 경우, 자사의 광학식 스위치(광축)를 개발하기 시작했고요. 광축은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아닌, 말 그대로 빛을 통해 동작하는 이론을 따르기 때문에 기계식 스위치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 내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정 키를 강하게 누르는 게이머에게 딱 어울리는 스위치죠.

    로캣에서도 ROCCAT TITAN이라는 자사 광축 스위치를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VULCAN 2 미니를 통해 'ROCCAT TITAN II'를 발표했습니다. 타건하며 느낀 개선점은 글쎄요, LED가 좀 더 다듬어진 것 같고 기존 스위치와 비교했을 때 덜 촐랑거린다는 느낌 외엔 없어 아쉬웠습니다. 다만 키캡을 제거해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키캡을 제거해 보니 익숙한 모양의 스위치가 나왔습니다. 스위치가 스위치 한 거 아니냐고요? 이 전까지는 로캣의 광축 키보드는 키캡 변경이 어려웠습니다. 일반 체리형 스템 모양이 아니었을뿐더러 스태빌라이저가 달라서 키캡을 꼭 바꿔야겠다는 유저들도 엔터키 등은 기존 키캡을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제한적이었거든요. 로캣 키보드 고유의 일자형 키캡을 사용할게 아니라면 왜 로캣 제품을 사용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만, 키보드는 원래 키캡 세트를 두세 개씩은 구비해놔야 제맛이기 때문에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죠. 이제는 타이탄 광축 스위치를 탑재한 로캣 키보드도 다른 키캡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 타건 시엔 1세대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만

    ▲ 키캡을 제거하니 표준형 십자 스템으로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좌: 타이탄 / 우: 타이탄 2)

    첨언하자면 방향키 탑재와 가벼운 무게 또한 어필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 포커 배열 키보드의 상징이자 진입장벽이라 하면 방향 키의 부재였는데요. 요즘은 VULCAN 2 미니를 포함하여 방향 키를 탑재하는 미니 폼팩터 제품들이 꽤 있습니다. "내가 하는 게임에서는 방향 키를 안쓰는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의외로 방향 키가 많이 쓰입니다. 예를 들자면 채팅을 치다 오타를 냈을 때가 가장 대표적일 것 같네요. 참고로 제가 개인용 포커 배열 키보드를 고려했을 때, 가장 우선순위로 둔 것이 방향 키 탑재의 유무였습니다.

    542g의 케이블을 포함한 무게도 큰 강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풀배열 키보드가 1kg 대, 텐키리스 키보드가 800g 후반대, 요즘 출시하는 미니 폼팩터 키보드가 600g 후반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가벼운 무게입니다. 비록 유선 제품이기 때문에 외부 업무 용도로 사용하기엔 다소 제한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는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유선 연결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중량은 어필이 될만한 포인트입니다.

    외부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반 키보드와는 살짝 다르게, 로캣 VULCAN 2 Mini는 하단 열의 키캡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이게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복사 붙여넣기를 하다 보니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다만 새끼손가락 끝으로 Ctrl을 누르는 것이 아닌, 저처럼 새끼손가락 마디로 컨트롤을 누르는 유저가 있다면 말입니다. 신나는 마음에 이 부분을 작성하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사무실에 있는 동료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손끝으로 Ctrl을 누르고 마디로 누르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더라고요. 나만 편한 걸로..

    ▲ 일반 키캡과 다르게 하단 배열의 키캡이 살짝 경사가 있습니다

    ▲ 이미지 편집까지 다 해놨는데.. 오른쪽과 같이 사용하면 정말 편리합니다. 튜라이 튜라이




    제품 사진

    ▲ 본격적으로 키보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진은 흰색 제품을 위주로 촬영하였습니다

    ▲ 게이밍 키보드 시장에서는 흰색 제품이 참 귀하죠

    ▲ 제품은 키보드 본체, 탈착식 케이블 그리고 설명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USB C to A를 지원하는 탈착식 케이블

    ▲ 로캣 로고가 귀엽게 음각되어 있습니다

    ▲ 모서리에 손상 방지 스티커가 붙어있더라고요

    ▲ 아.. 외형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어필됩니다

    ▲ 흰색이 과하게 제 취향일 뿐, 검은색 제품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 살짝 보이는 타이탄 2세대 스위치가 매력적이네요

    ▲ 좋은 것은 크게 크게

    ▲ 키보드 전면에는 USB C 단자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 표준형 십자 스템! 이제는 로캣 키보드로도 키캡 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 키캡은 LED 표현이 풍부한 ABS 재질을 채택하였습니다

    ▲ 키캡 앞면

    ▲ 키캡 뒷면

    ▲ 스페이스 바에는 로캣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 비록 기능 키(F1~F12)는 없지만

    ▲ 방향 키가 있습니다~! 저는 이걸로 충분합니다

    ▲ 우측에 어떤 키를 배치했느냐도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 흰색 제품 측면

    ▲ 검은색 제품 측면

    ▲ 제품 뒷면에서는 꼼꼼하게 부착된 미끄럼 방지 패드가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 높낮이 조절 다리에도 세심하게 부착된

    ▲ 미끄럼 방지 패드.. 이런 건 또 처음이네요. 호감 +5

    ▲ 키보드 본체 두 개를 합쳐도 겨우 1kg. 정말 가볍네요

    ▲ 3가지 높이를 지원합니다


    ▲ 제품을 켜니 스튜디오 조명도 뚫는 빵빵한 LED가 반겨줍니다

    ▲ 조명을 낮추면 더 예쁩니다

    ▲ 흰색 제품 LED 효과

    ▲ 검은색 제품 LED 효과

    ▲ 사무실에 놔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 우연찮게 옆에 있던 '터틀비치 REACT-R' 게이밍 컨트롤러와 색상이 잘 맞아서 한 컷!

    ▲ 전용 소프트웨어인 ROCCAT SWARM을 통해서 키보드 설정과 함께

    ▲ LED 패턴 설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2022년도에 들어, 다양한 글로벌 게이밍 주변기기 제조 업체에서 미니 폼팩터 키보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광축을 탑재한 게이밍 키보드에 관심이 많았으나, 이를 독자적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좀 아쉬웠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독자적으로 광축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키보드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이에 따라 시장도 커지고 있는 게 실감되어 즐겁습니다. 물리적인 접촉 방식을 따르지 않는 광축은 얕게 보면 더 많이 눌러도 견디는 키 프레스 수치에만 주목될 수 있겠으나, 길게 보면 기계식 스위치에 비해 마모가 적어 더블클릭이나 잔고장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어필했지만 케이블을 포함한 무게가 542g라는 것을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는 휴대용 키보드의 정점이라고도 부르는 '해피해킹' 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중량이기 때문입니다. 유선 제품이라는 한계만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휴대하고 다녀도 부담이 없을 무게입니다. 대신 해피해킹에는 방향 키가 없죠.

    로캣 VULCAN 2 Mini는 미니 폼팩터 중에 방향 키를 탑재하고 있으며 빵빵한 LED, 심지어 흰색을 취급하고 있는 키보드입니다. 게이밍 키보드 시장에서는 다른 성능을 다 재껴두고 흰색이라는 것만으로도 어필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흰색과 RGB의 조합을 위해 PC 본체에 몇 십만 원을 더 투자하는 게이머들을 생각한다면 말이죠. 색상도 그렇지만 로캣 키보드 고유의 일자형 키캡은 게임 전용 제품 같은 느낌을 부담스럽지 않게 채워주는 느낌이 짙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해당 제품을 비롯한 미니 폼팩터 키보드는 키보드를 한 개만 사용하는 유저보다는 게임용 키보드를 따로 고민하는 유저에게 적합한 제품입니다. 게이머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보니 사용자에 따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컴퓨터로 문서 작업 등을 하지 않고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간단한 웹서핑 정도만 즐긴다면 공간은 쾌적해지지만 시각적인 효과는 꽉 찬 이 제품을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