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Lisa Su·50) AMD 회장 겸 CEO가 세계 최초 7nm(나노미터) CPU로 경쟁사 인텔에 도전장을 냈다. 이미 2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개인용 컴퓨터(PC) 시장 CPU를 발판으로 서버·슈퍼컴퓨터용 시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AMD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차세대 서버용 프로세서 ‘에픽(EPYC, 코드명 로마)’과 3세대 ‘라이젠(Ryzen)’ 데스크톱 프로세서, 신형 그래픽카드 ‘라데온 VII(Radeon VII)’을 공개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9 기조연설에 나선 리사 수 AMD 회장 겸 CEO. CES 2019에서 기조연설자로 선정된 여성은 리사 수와, 지니 로메티 IBM CEO뿐이다. /AMD 제공
AMD가 내세우는 무기는 ‘세계 최초 7나노 공정’이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화될수록 소비 전력과 발열이 줄어들고 집적도가 늘어난다. AMD는 7나노 CPU가 자사의 기존 공정보다 같은 전력에서 성능이 25% 높다고 밝히고 있다. 경쟁사 인텔이 4년째 14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1~2세대 앞선 신공정으로 비수를 겨누는 모습이다.

◇ 대만 출신 여성 IT기업인… 고사 직전 AMD 살린 ‘구세주’

리사 수는 실리콘밸리 최초 아시아계·여성 CEO다. 대만 출신인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전자와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 재직시엔 지금도 업계 표준으로 활용되는 수많은 특허를 냈다. 회장 겸 CEO지만 AMD 내외부에 통용되는 그의 호칭은 '박사(Ph.D)'다. 반도체 산업 발전에 공헌한 그의 업적에 대한 존경의 의미다.

AMD에 합류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AMD는 CPU에선 인텔, GPU에선 엔비디아에 밀려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CPU는 경쟁사 인텔보다 2~3세대 뒤떨어진 기술력으로 빠르게 시장을 잃어갔다. CPU에 GPU를 결합한 ‘APU’ 제품으로 활로를 찾았지만, CPU 성능이 워낙 뒤쳐져 "이도 저도 아니다"는 냉혹한 시장 평가를 받았다.

데이터센터들은 성능·발열·전력소비에서 뒤쳐지는 AMD CPU를 외면했다. 2006년 시장점유율 25%를 기록했던 AMD 서버·슈퍼컴퓨터용 CPU 브랜드 '옵테론'은 단종의 운명을 맞는다. 이 틈을 타, 경쟁사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의 99%를 장악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얻었다.

반격의 시작은 ‘게임’이었다. 2013년 출시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의 게임기 엑스박스 원(Xbox One)과 플레이스테이션4(PS4)에 APU를 공급해 실탄을 마련했다. 이어 2017년엔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CPU ‘라이젠’을 출시했다. 라이젠은 고사 직전이던 AMD를 기사회생시켰다. 벤치마크 업체 패스마크(Passmark)에 따르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2016년말 17.8%까지 떨어졌던 AMD CPU의 PC 시장 점유율은 라이젠 출시를 기점으로 반등, 지난 13일 기준 23.3%로 뛰어오른 상태다. 

◇ 서버용 시장 재도전 선언한 AMD… 공정 뒤쳐진 인텔 ‘긴장’

리사 수의 AMD는 라이젠 출시와 코인 채굴로 인한 그래픽카드 수요 폭증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영 성과는 주가에서도 드러난다. 2012년 주당 2달러대까지 떨어졌던 AMD 주가는 지난 11일 20.27달러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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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나노 서버용 CPU는 AMD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승부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세계 서버용 CPU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AMD의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텔의 주력 CPU는 14나노다. 인텔은 7나노보다 한 세대 아래인 10나노 기반 CPU 생산을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말 인텔의 시장점유율이 올해 98%에서 9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작은 비율이지만, 시장 점유율 1%에 불과한 AMD의 입장에선 판매랑이 1년만에 4~5배 늘어난다는 의미다.

AMD는 신형 서버용 에픽 프로세서를 올해 3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아마존(AW)·오라클·텐센트·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과 공급 계약도 맺었다. 리사 수 박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AMD에게 2019년은 7nm 공정에 기반을 둔 차세대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뜻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5/20190115016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