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AMD가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다시 한번 붙는다. 양사 모두 최신 기술을 쏟아부은 차세대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의 기선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 AMD, 7나노 적용한 코드명 ‘로마’로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가속

AMD는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2(Zen2) 아키텍처 기반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에픽(EPYC)’ 프로세서(코드명 로마.Rome)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2017년 선보였던 첫 번째 에픽 프로세서의 32코어 64스레드 구성과 비교해 이번 신제품은 두 배로 껑충 뛴 최대 64코어 128스레드를 자랑한다.

젠2 아키텍처를 사용한 3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2세대 에픽 프로세서 역시 TSMC의 7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된다. 늘어난 코어 수로 같은 면적의 데이터센터에서 최대 70%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미세 공정을 통해 전력 효율에서 자신 있다는 것이 AMD의 주장이다.



인텔 제온 플래티넘 9200 시리즈 프로세서(왼쪽)와 AMD 2세대 에픽 프로세서. / 인텔, AMD 제공


성능 면에서도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걸맞다고 강조한다.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80개의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면서 성능을 입증했다는 것. 특히 최근 데이터센터의 핵심 워크로드로 떠오르는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ML) 부문에서 큰 폭의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고 AMD 측은 강조했다. 대역폭이 더욱 확대된 차세대 PCI익스프레스 4.0(PCIe 4.0)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AMD는 인텔이 99% 이상 차지한 데이터센터 및 서버 시장에서 에픽 프로세서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에픽 프로세서는 2017년 4분기 점유율이 0.8%에 불과했지만, 1년 후인 2018년 4분기에는 3.2%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 크레이, 일본 NTT 등을 시작으로 채택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번 젠2 기반 2세대 에픽 프로세서를 앞세워 올해 내 점유율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 56코어 ‘쿠퍼레이크’로 맞불 놓은 인텔…광범위한 생태계 앞세워 리더십 이어간다

인텔 역시 7일 최대 56코어 112 스레드를 지원하는 ‘쿠퍼레이크’ 기반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Xeon Scalable processor) ‘인텔 제온 플래티넘 9200’ 시리즈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AMD 2세대 에픽 프로세서보다는 코어수가 조금 적지만, 인텔만이 가진 장점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을 수성한다는 방침이다.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한 AMD와 달리, 인텔은 20여년에 걸쳐 데이터센터 사업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축적된 노하우, 운용실적, 안정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호환성 등은 AMD가 당장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만큼이라도 치고 올라온 것도 인텔 CPU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빈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텔의 무기는 단순히 프로세서뿐만은 아니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통신 및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등에서 자체적인 솔루션을 모두 갖췄다. 엣지 환경에서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에 이르는 엔드-투-엔드 라인업이 시너지를 낸다. 수십 년간 축적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지원과 파트너 생태계도 AMD가 단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센터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AI 분야에서도 주로 코어 수와 연산 성능에만 의존하는 AMD와 달리, 2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부터 지원하는 ‘딥러닝 부스트(DL 부스트)’로 더욱 효율적인 인공지능 성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그로 인한 공급 안정화까지 더해지면 AMD가 파고들 수 있는 틈은 갈수록 좁아질 전망이다.

인텔코리아 데이터센터 부문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시장은 단순 하드웨어 스펙과 이론적인 성능만으로는 안된다"며 "인텔 제온 솔루션은 지난 20여 년간 소프트웨어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 및 워크로드 최적화를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수천 개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질적으로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대다수 데이터센터 워크로드에서 더 우수한 경쟁력과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