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과 인텔 코어 시리즈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3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지만 현 시점에선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이에 따라 양 플랫폼이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하는 PC 사용자들이 넘쳐난다.

이에 따라 양 플랫폼간의 성능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성능 비교에서는 언제나 공정성에 대한 고려를 피할 수 없다.

과연 어떻게 비교해야 양 플랫폼에 대한 공정한 비교가 될 것인가?

 

일단, CPU와 메인보드 칩셋이 다른 만큼 양 플랫폼을 완전히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메인보드의 경우 동일 플랫폼이라도 제조사의 기본 설계 방침과 제품 등급에 따른 차이, 바이오스 버전, 기본 설정 등 여러가지 요인이 사소해 보이지만 테스트 결과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메인보드는 CPU 동작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 가급적 양 플랫폼에서 동일 제조사의 동급 제품을 선택하고, 바이오스도 테스트 시점에서 최신 버전을 적용 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기본 세팅을 이용한다.

물론 최신 CPU의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스트 클럭의 유지와 온도 특성, 소비전력 비교를 위해 동일한 쿨러를 동일한 성능으로 조정하고, 파워서플라이도 동일한 제품을 쓰며, 운영체제도 동일한 버전에 동일한 수준의 업데이트를 적용한 후, 그래픽 카드와 메인보드 칩셋 드라이버도 동일하게 세팅한다.

여기까지 설정하면 비교적 공정한 테스트 조건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기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메모리다.

 

다른 플랫폼, 다른 메모리 지원, 동일 클럭이나 플랫폼 특성이냐

서로 다른 플랫폼간의 성능을 비교할 때, 메모리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선, CPU의 성능을 공정하게 비교한다는 명목으로 메모리 클럭을 동일하게 설정한다면 특정 플랫폼이 불리하거나 유리하게 된다.

현재 AMD 3세대 라이젠의 공식 메모리 클럭 지원은 DDR4 3200MHz인 반면, 인텔 9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DDR4 2666MHz이다. 이론상 메모리 대역폭은 3세대 라이젠이 51.2GB/s, 9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41.6GB/s이다.

양 플랫폼의 메모리 세팅을 DDR4 3200MHz나 DDR4 2666MHz로 통일하면, 동일한 조건에서 'CPU'의 성능을 중점으로 비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식 지원하는 메모리 클럭에 차이가 있는데, 메모리 클럭을 통일하는 것이 진짜 공정한 CPU 성능 비교일까?

DDR4 3200MHz로 통일하면 인텔 CPU의 공식 지원 스펙보다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AMD CPU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DDR4 2666MHz으로 통일하면 인텔 CPU나 플랫폼은 문제가 없지만, AMD CPU와 플랫폼에 패널티를 주는 셈이다.

특히 AMD 라이젠은 IF(인피니트 패브릭, Infinity Fabric)라 불리는 인터커넥트 기술이 메모리 클럭에 영향을 받으므로 인텔 플랫폼의 클럭을 높일 때보다 큰 패널티를 받는다.

 

그렇다면 메모리 클럭을 각 플랫폼에서 공식 지원하는 최대 값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각 플랫폼의 공식 지원 스펙끼리 비교했으므로 '플랫폼'의 성능을 비교하게 되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조건에 테스터가 임의로 차이를 두는 것이므로 관점에 따라서는 특정 'CPU'에 패널티를 주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단지, 어차피 사용자는 AMD와 인텔로 구분된 '플랫폼'을 선택해 사용하게 되므로 각 플랫폼에서 공식 지원하는 메모리 클럭에 맞춰 테스트하는 것이 실제 사용 조건에 더욱 근접하고, 때문에 AMD와 인텔의 '플랫폼' 사용자 입장에서는 보다 의미있는 비교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드나라에서도 AMD와 인텔의 신규 플랫폼이나 CPU가 출시될 때는, 각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공식 메모리 클럭에 맞춰 테스트하고 비교한다.

 

그러나 '플랫폼'을 중심에 둘 경우 메모리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골치 아픈 요소가 있으니, 바로 메모리의 타이밍이다.

고클럭 메모리에 관심 있는 사용자라면 메모리의 클럭과 타이밍이 대체로 반비례 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휘발성 메모리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수많은 셀(캐퍼시터)의 내용이 방전되지 않도록 리프레시하는 주기, 특정 자료가 저장된 셀까지 찾아가는데 걸리는 주기가 바로 타이밍이다.

AMD와 인텔 모두 각 CPU의 공식 지원 메모리 클럭은 표시하지만, 해당 클럭에서의 타이밍은 명시하지 않는다. 아마도 JEDEC 표준 타이밍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명확한 정보가 없는 만큼 어떤 타이밍을 세팅하느냐는 완전히 테스터의 재량이다.

당연히 고클럭 - 빠른 타이밍 조합에서 메모리의 성능이 높아지지만, 메모리의 한계나 CPU의 컨트롤러, 메인보드 배선 등 다양한 원인으로 동일한 메모리라도 시스템에 따라 사용 가능한 클럭과 타이밍의 조합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의 공식 클럭을 맞춘다 해도 타이밍을 다르게할지 같게 할지, 타이밍을 다르게 해도 JEDEC 표준 타이밍으로 할지 테스트에 쓰인 오버클럭 메모리의 XMP 타이밍을 쓸지도 고민해야할 문제다.

 

다를 수밖에 없는 플랫폼, 골치아픈 메모리 설정은 어떻게?

동일 업체의 플랫폼에서 CPU의 성능을 측정, 비교할 때는 메모리 클럭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동일 세대에서는 메모리 지원이 동일하고, 차이가 있다고 해봐야 한 단계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텔 9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코어 i5 이상일 경우 DDR4 2666MHz를, 코어 i3 이하 제품군은 DDR4 2400MHz를 공식 지원한다. 이론상 메모리 대역폭은 약 4GB/s 차이에 불과하기에 대부분의 일상적인 테스트에서는 결정적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동일한 아키텍처 기반의 CPU고, 어쨌든 메모리 오버클럭은 가능한 만큼 메모리 클럭을 동일하게 세팅하는 것이 동일 세대, 동일 플랫폼에 한해서는 공정하게 성능을 비교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일 업체의 플랫폼이라도 세대가 바뀌고 아키텍처나 지원 메모리 클럭이 바뀔 때, AMD 라이젠과 인텔 코어 시리즈 처럼 서로 다른 아키텍처 기반의 플랫폼이나 CPU의 성능을 비교할 땐, 메모리 클럭이 미치는 영향과 공식 지원 클럭에 차이가 발생하기에 어떤 기준으로 테스트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AMD의 공식 3세대 라이젠 테스트는 비교군인 인텔 9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메모리 클럭과 타이밍을 동일하게(DDR4 3600MHz, CL16) 설정하고, 올 코어 부스트 클럭 유지를 위한 AMD PBO(Precision Boost Overdrive)와 인텔 MCE(Multi-Core Enhancement)를 끄고 진행했다.

PBO와 MCE를 끄고 진행한 것은 3세대 라이젠 초기에 이슈화된 부스트 클럭 유지 내용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AMD의 공식 테스트는 'CPU'의 성능을 비교한 것으로, 공식 지원 스펙이 다른 플랫폼의 특성이 무시되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위에도 언급했지만 보드나라는 AMD와 인텔 플랫폼의 공식 지원 클럭에 맞춘 '플랫폼' 중심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AMD의 공식 테스트와 달리 메모리 조건이 다른 만큼 CPU 성능을 공정하게 비교하지 않았다거나, 메모리 클럭과 메모리 타이밍이 반비례 하는 특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관점에 따라서는 '동일한' 플랫폼의 비교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플랫폼에 따른 메모리 지원 요소를 고려해 지난 3세대 라이젠 출시 당시에는 '플랫폼' 기준 테스트에 더해 메모리 클럭을 DDR4 2666MHz로 통일한 'CPU' 중심의 테스트도 동시에 진행한 바 있으나, 리뷰를 위해 시간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테스트 항목(시간)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진행하는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데스크탑 플랫폼에서의 CPU 테스트는 메모리 조건에 신경을 써야 할까? 알겠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등은 제조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핵심 성능 컴포넌트인 CPU와 GPU, 메모리 교체나 오버클럭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데스크탑은 모든 컴포넌트를 사용자가 교체하고 설정을 변경할 수 있기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처럼 '플랫폼' 그 자체를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고,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동일한 환경에서 비교하면 옵션에 따라 특정 제품과 플랫폼에 대한 편향성 논란을 유발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다른 데스크탑 시스템을 비교할 때는 그나마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메인보드, 주 비교 대상인 CPU를 제외하면, 현재 인텔과 AMD 플랫폼은 메모리 지원에 차이를 보이는 만큼 완전한 공정성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메인스트림 CPU가 최대 16코어에 달하면서 메모리 클럭은 무시하기 어려운 결과 차이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데스크탑 플랫폼 성능을 비교할 때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테스트 목적에 따라 보드나라처럼 '플랫폼' 차원에서 비교할 것인가, 혹은 AMD처럼 'CPU'를 중심으로 비교할 것인가 확실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확실한 기준하에 테스트 시스템을 세팅해야 불필요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문제라면, AMD와 인텔 플랫폼의 공식 지원 메모리 클럭이 동일해지기 전까지 양 플랫폼 비교시 메모리 클럭 설정에 대한 기자나 개인 테스터들의 고민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