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보다 자신이 더 나은 종자라는 우월감만 없다면

 대부분 싸움 없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요.

 

덕후, 그 중에서도 애니, 만화덕후를 대표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수 많은 애니, 만화덕후가 있습니다.

 

그리고 애니, 만화 덕후 중에는

[하나뿐인 남자주인공이 최소 2인 이상의 여성에게 둘러싸여 행복에 겨운 인생을 사는]

하렘이라는 구도, 스토리를 가진 애니를 좋아하는 덕후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마가미, 러브히나, 네기마, 하야테처럼 같은 작품이 있구요.

 

또 다른 애니, 만화 덕후중 하나는

[대사나 단어, 캐릭터의 행동이 쓸데없이 거창하고 겉멋만 들어 잘난 척 하는 듯한]

중2병 요소라는 것이 눈에 띄는 애니를 좋아하는 덕후도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월희, 헬싱, 페이트, 공의경계 같은 작품이 있죠.

 

두 덕후의 다른 점은 [좋아하는 작품의 분위기, 스토리] 입니다.

 

대부분 하렘구도의 작품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코믹함과 단순함을 가지고 있지만

중2병 요소가 다분한 작품들은 대부분 묵직한 스토리와 진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2병 요소가 다분한 애니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들은 애니, 만화를 보는 덕후따위가 아니다. 진지한 작품을 즐기는 문화인이다." 라는 우월감을 토대로

하렘구도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분짓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거든요.

 

일반인의 시선으로 보면, 진지물이던 하렘물이던 결국 똑같은 "애니, 만화보는 덕후" 라는 사실은 달리지지 않음에도

덕후들끼리도 서로 구분짓고 물어뜯고 난리도 아닙니다. 심지어는 제작사부심, 작가부심이라는 것도 등장하구요.

 

이런 우월감때문에 생기는 과도한 구분과 구별이

[상대를 이해한다] 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배제하고

그 결과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안달난 상태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무슨무슨 빠네 어쩌네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게임사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러한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 역시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을 근거로 다른 게임이나 게임사를 내려다보고 손가락질하는 순간

그 자부심은 더 이상 자부심이 아닌, [알량한 우월감] 밖에는 되지 않는거죠.

 

요새 게이머 토론장 분위기 역시 그렇습니다.

 

이해와 수렴은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이런 내 생각은 옳다" 는 우월감을 가졌는지

상대의 이야기는 제대로 들으려고도 않는 사람이 있지를 않나

 

"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다" 는 우월감을 느끼는지

밑도 끝도 근본도 결말도 안 나는 이상한 글을 쓰는 사람이 있지를 않나

 

토론에는 이렇다할 법도, 딱히 정해진 규칙도, 암묵적으로 약속된 제한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를 내려다보고 무시해도 된다는 것 역시 아닙니다.

 

 

 

최소한의 존중과 이해, 수렴이 있음으로써

 

토론이라는 대화가 다른 대화보다 더욱 윤택하고 의미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몇 자 끄적여 봤습니다.

 

 

 

PS - 이런 글을 쓰는 저 역시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똑똑한 사람이다" 는 우월감을 느끼는 종자 중 하나로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저도 알고 있습니다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