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게임 아카데미로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 기획 커리큘럼' 강좌를

 

무료로 개설 했습니다. 모대학 게임학과에 이 강좌를 개설하기전에 커리큘럼 조정을 위한 테스트라고 하던데,

 

무조건 무료가 아니라 다 듣고 설문조사 및 소감을 써야 했습니다. 일주일에 2시간씩 3개월 과정이었는데.

 

저는 직장인이지만, 교양으로 괜찮겠다 싶어서 신청하고 약 3개월간 다 들었습니다.

 

여기서 내가 느낀 점을 좀 얘기하고 싶습니다.

 

게임 일반론이지만 저는 특히 MMORPG에 특화시켜서 얘기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MORPG 기획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유저를 중독 시키는 것'이라는 겁니다.

 

유저가 오래 접속을 하면 할 수록 수익이 커지는 MMORPG의 수익 구조 때문이랍니다.

 

(정액제는 말할 필요도 없고. 부분 유료화 모델 역시 유저의 접속시간이 길어야 잠재고객이 늘고,

 

이에 따라서 더 많은 이익이 기대되는 건 당연하니까요.)

 

누구나 '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을 기획하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출발하지만

결국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 냉혹함이 서려있는 '시장 경쟁'의 세계라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중독' 시키느냐? 이게 게임 기획자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됩니다.

(물론 창조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게임 기획을 하시는 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작으며

거기에 투자할 배짱 좋은 투자자도 거의 없다고 보시면 맞습니다.)

 

중독 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요소는

 

1. 눈에 보여지는 확실한 보상   2. 협동과 경쟁 3. 말초신경 자극  4.리얼리티 랍니다.

 

말초신경 자극은 지속되면 지속될 수록 자극을 통해서 얻게 되는 쾌락의 크기가 감소합니다.

그래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데, 어차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신의 대리인인 아바타가 성장하는 "눈에 보여지는 확실한 보상"을 통해서  접속 시간을 늘립니다.

말초신경 자극의 의의는 최초 접속자를 유도하는 것이죠. 즉 마케팅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눈에 보여지는 확실한 보상은 '케릭터 성장' 뿐만 아니라, '성취도'도 포함합니다.

이 '성취도'가 더 큰 집합에 속합니다.

게임의 레벨링 즉 '난이도'가 이 것에 속하는 데요.

일정한 수준이 되면 극복 가능한 '시련'을 주고, 그 것을 극복하게 합니다.

그러면 이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서 유저는 '일정한 수준'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고,

결국 극복하게 됩니다. 여기서 얻어지는 성취감이 바로 '중독'의 시발점이 됩니다.

 

케릭터의 강함과는 상관없는, 명예호칭 수집이나, 케릭터 외형템 수집 같은

수집욕도 이런 성취도 중 하나에 속합니다.

(mmorpg 얘기는 아닙니다만, 스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편리성 외에 수집욕을

꼽는 교수님도 있었습니다.)

 

눈에 보여지는 확실한 보상으로도 접속 시간을 유지하는 것 또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협동과 경쟁"이 등장합니다.

PvE, 든 PvP든  공동의 적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협동'과

적군은 말 할 것도 없고, 함께 싸우는 아군과도 '경쟁'하는 것을 통해서

접속 시간을 대~폭 늘릴 수 있답니다.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고 있다는 '우월감'은 눈에 보여지지는 않지만

확실한 보상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말초신경 자극의 쾌락이 최소치로 감소하고, 보여지는 보상도 최소치로 감소 했을 때

게임을 중단할 것 같았는데, 여전히 게임을 중단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케릭터를 키우는 과정은 지루하고 괴롭지만, 상대방보다 우월하고 싶어서

계속 이 고통(?)을 감내하게 되는 것이죠. 이쯤되면 게임 기획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봅니다.

 

상업적 성공 외에 예술적 성공도 있습니다. 예술적 성공엔 리얼리티가 관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4번째 요소인 리얼리티는 '현실과 똑같은 정도'라기 보다는... '현장감'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현실과 게임을 구분못한다! 라는 병적인 증상을 말할때의 그 리얼리티가 아니라...

'마치 내가 그 세계에 소속된 것 같은 느낌'이죠.

예를 들자면, 와우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대표적인 게임입니다.

사람은 '관음을 통한 대리만족'의 욕망이 있다고 합니다. 프로이트와 융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잘 모르겠고...

사람들이 롤플레이, 즉 '연극'에 집착하는 이유는.

위험부담없이 나와는 다른 삶을 겪어보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이라는 거죠.

MMORPG는 하나의 세계를 유저에게 제공하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이 '현장감 부여'의 성공이

게임의 성공으로 연결되고, 또한 상업성 뿐만 아니라 '예술성'까지 획득하게 됩니다.

게임은 새로운 시대의 종합 예술이라는 거죠. (여기서부터 게임전공자들의 자화자찬이 이어집니다만... 생략합니다. -_-)

 

 

결국 강좌를 다 듣고 제가 느낀 건, 이런 저런 말로 다 포장하지만

게임 기획의 방향성은 결국 '어떻게 유저를 중독 시킬 것인가?' 였습니다.

 

게임 마녀 사냥이 지속되는 요즘...

그렇다면 '게임은 온전히 선한가?'라는 질문도 던져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의 속셈이 뻔~히 드러나보이지만, 하필 게임이 본보기가 되었던 이유 역시 있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