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정부의 근본적 고민이 없는 어설픈 규제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막는 것이 능사도 아닌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정부의 규제는 무엇을 왜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전혀 되어있지 않은 탁상행정이자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부모로써 반사행동 이상은 아니라 보니까요. 저 또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그들의 선입견 자체에 거부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종사하거나 애정이 많은 사람들은 게임의 폭력적인 문화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게임을 즐겨하거나 개발하거나 관련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하는 등 다양하게 게임과 좋은 관련을 맺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임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아는 사실입니다만, 게임의 현실은 패륜적 수준까지 넘나드는 욕설과 상대의 자존심을 무참히 밟는 막말 등의 언어 폭력이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게임과 관련이 있는 이들의 상당수는 게임과 폭력성과 상관관계를 은근슬쩍 덮어버리고 넘어갈 뿐입니다. 명백히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커다란 문제의 소지를 가진 현상에 동조하거나 또는 방관하거나 또는 이용하거나 때론 스스로 조장하면서 게임에 대한 옹호만 하려고 합니다. 왜 이런 게임의 문화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사람들마다 게임을 즐기는 목적은 약간씩 다를 겁니다. 하지만 게임 본래의 목적은 수학문제를 풀어가는 것처럼 복합적 문제와 갈등 상황에서 유의미한 선택을 즐기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게이머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수는 남들보다 내가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게임으로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또 많은 이들은 게임을 통해 남을 짓밟는 새디즘적 폭력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합니다. 그렇게 사회 속에서 느껴온 좌절이나 분노나 욕구를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똑같은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단지 그 도구가 게임이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죠. 현실적으로 게임의 목적에 저런 것들이 무게가 실릴수록 게임은 유희라기보다 지겨운 주입식 반복을 통해서라도 효율성을 높여야할 기계와 같은 플레이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 가득한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인벤 칼럼에 게임과 폭력성은 무관하다고 제목의 글이 실려 있더군요. 하지만 칼럼의 내용을 보면 게임이 폭력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아직 학문적으로 검증이 안됐다 정도에 머뭅니다. 게임과 폭력성은 무관한 것이 확실하다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죠. 인벤 같은 곳에서도 유희로써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선도적으로 또 차별성을 가지고 다뤄줘야 합니다. 다수의 독자나 게임사가 껄끄러울 것이고 또 처음엔 어떻게 접근해야할지도 막막하겠지만 게임에 관련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된 게임 문화, 게임 시스템 및 세계관 등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게임 문화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철퇴를 불러올 것은 시간 문제이고 나아가 정부의 엉터리 규제를 불러 올 뿐이고 정당한 항변도 항상 그들만의 리그에서 떠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