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날이던 4일 오후 2시 35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는 어린 학생들의 다이빙 훈련이 한창이었다. 중학교 2학년인 최아연(14)양도 지상훈련을 마친 뒤 다이빙 높이를 점차 올리며 연습에 매진했다. 다이빙 국가대표를 꿈꿨기에 일요일 하루만 빼고는 매일 수영장에 나올 정도로 열심이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고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연습이 거의 끝나갈 즈음 몸을 돌면서 입수하는 트위스트 자세로 점프한 최양은 직후 다이빙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최양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물에 떨어졌고, 응급조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9시께 끝내 숨졌다. 아무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어린 최양이 품었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늘 의젓하던 둘째 딸의 죽음에 가족들의 가슴마저 무너져내렸다.







아버지 최광우(47)씨의 아픔은 더욱 컸다. 이들 부부는 1남 3녀 중 늦둥이인 막내아들 돌을 지난 3월 말에 막 치른 터였다. 그는 고성 산불 이재민들의 처참한 모습을 TV에서 본 뒤 지인들에게서 받은 아들 돌 반지 6개와 팔찌를 모두 속초시에 기부하는 선행을 베풀어 귀감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최씨가 돌 반지와 함께 보냈던 손편지에는 "지인분들이 축하해 준 아들 돌 반지를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보낸다. 반지 안에는 많은 사랑이 담겨 있다. 피해지역에 다 써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아내도 딸도 모두 그의 결정에 기꺼이 동의했다. 그는 사고 전날 사랑하는 둘째 딸과 한 마지막 통화를 떠올렸다.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묻자 '난 어린이가 아니니까 9살 동생 선물부터 해 달라'던 착한 딸이었다. 최씨는 "딸이 짜장면하고 탕수육을 좋아한다"며 "원래 오후 3시쯤 연습이 끝나는데 그럼 끝나고 나서 동생이랑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늘 새벽 1시에 일하러 나가는 탓에 사고 전날 딸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그는 "퇴근하고 오는데 동생한테서 전화가 와서 그때야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응급실에 달려가 늦게서야 딸의 얼굴을 봤다"며 눈시울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