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격무에 시달리던 부산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방역 전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방역업무 관련 공무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 그에 따른 피로 누적과 처우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방역 현장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방역 전선 중에서도 최일선에 일하는 보건소 공무원들은 검체채취는 물론 역학조사,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관련 온갖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 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20대 김모씨는 "기존 민원 업무에 코로나 관련 업무까지 더해져 20일 연속으로 근무한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이 힘들어 출근 뒤 사무실에서 우는 사람도 많다"며 "보건소 공무원은 코로나19 이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보건소 공무원에게 주어진 업무가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그에 비해 인력 충원은 미비한 상황이다. 당초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그러나 24시간 쏟아지는 민원에다가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때면 새벽, 야간 근무도 다반사다. 한 간호직 공무원은 "관내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졌을 때 한 달 초과 근무시간이 110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며 "언제 비상 근무에 들어갈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급기야 과로로 병가를 내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기존 인원이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한다.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이 기존 업무와 병행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간호직 공무원은 "동료가 아파서 휴직을 낸다는 소식을 들으면 격려, 걱정을 해야 하는데, 나에게 배당되는 업무가 많아질까 우려하게 된다"며 "이런 스스로 싫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숙련도가 낮은 저년차 공무원에게 과분한 업무가 배당되기도 한다. 이번에 숨진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역시 배당받은 업무가 연차에 비해 과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업무를 담당할 사람이 없다 보니 아직 경력이 부족한 고인에게 일이 돌아가 힘들어한 것 같다"며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의 병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역 관련 공무원들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압박감에 빠지기도 한다. 1년 차 간호직 공무원 A씨는 "일이 많다 보니 주변 선생님들이 쉬엄쉬엄하라는 격려도 해주지만, 심적 압박감이 엄청나다"며 "혼자 힘든 게 아닌 데다가 막내다 보니 감당할 수 없는 업무를 맡아도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울산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선 의료진 6명 중 1명이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강도에 비해 충분하지 못한 금전적 보상 등 처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한 간호직 공무원은 "실제 받는 초임 월급은 100만원 초중반에 이르고, 확진자와 격리자 접촉 등으로 받은 위험수당은 한 달 5만원에 그친다"고 토로했다. 이에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인력 및 휴식 시간 확보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직 공무원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일이 더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의 어려움과 함께 인력충원, 휴식 시간 확보 등 문제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전 8시 12분께 격무에 시달리던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