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하긴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대 평가전 하는날 이었다.

당시...모 대학교앞 피방 알바하다 손님중에 친해진...외국인강사 몇명과 저녁에 함께 축구를 보기로..

어느 bar에서 대여섯명이 모여 맥주를 마시며 축구시작을 기다리고있었는데

축구하기전...뉴스에 전두환이 나왔다. 아마 자료화면에 광주 진압장면,재판장면 등등...

누군가 물어봤다. 저 사람이 누구냐고. 신기했나보다.

그때 나는 ...딱히 정치에 관심있거나 뉴스를 챙겨보는것도 아닌 20대였지만. 어릴때 tv에 나온 청문회 장면을 떠올리며 어째저째 설명을 했던거같다. 영어도 잘 못해서 더 갑갑했던거 같고.

한참 설명끝에..지금은 사면되었다고하니, 모두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들...

한명은...자기 나라면 아마 감옥에서 나와도 길에서 총맞았을거라나...

축구경기가 시작된 덕분에 화제가 바뀌었지만.

그 몇분사이에 대화가..참 뭐라 표현할수없는 감정이랄까

이후 살면서...뉴스에 전두환이 나올때마다 그때 기억과 감정이 떠오를때도 있었는데.

어릴때 일이고. 나의 책임은 아니며. 어느정당 지지자도 아니고...먹고사느라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는데.

오늘...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 표현하기 힘든 부끄러움과 자괴감...같은거.

사면이라...모르겠다. 하루종일 뉴스와 게시판에 여러 의견들이 오가는데.

다만...20여년전 나처럼 지금의 20대가 뉴스를 보며 외국친구에게 뭐라고 설명할까...어떤 기분일까.

미안합니다. 지금은 내가 기성세대에 속하는 40대여서.

세상이...좀 나아지기를 바랬는데. 지나고보니 투표는 꼬박꼬박했는데. 딱히 나도 한게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