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직사회는 나사가 풀려 있어도 한참 풀려 있다. 나라는 엉망인데 관료들은 태평성대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중대 사안이 벌어질 위험이 농후한데도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교 참사에 이어 사회, 경제 분야에서 잇따라 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현 집권 세력의 국정 수행능력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음을 방증한다. 권부 핵심을 차지한 검찰 엘리트들은 국정 운영 경험조차 없고, 이들이 하위 파트너로 손을 잡은 모피아를 비롯한 행정 관료들은 권력 핵심부 눈치보기에 급급하며 제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어쩌다가 국가 시스템이 갑자기 엉망이 되고 국격 추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리더십에 있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는 우선순위를 선택해 방향을 제시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리더가 만사에 솔선수범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이 최종 책임을 지겠다고 하며 힘을 실어주고 독려를 해야 조직이 굴러가는 법이다.

거대한 관료 조직은 이런 리더십이 더더욱 필요한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처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이너서클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면서 책임을 하부에 떠넘기면 관료들은 충성도 하지 않을 뿐더러 복지부동에 빠진다.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눈치를 보며 자기 보신에만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먼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께 공식 사과를 한 뒤에, 공직자들을 엄중히 꾸짖었어야 했다.


벼락 후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