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 원작 싱숑)을 보기 전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요건이 있다. 가장 먼저 "원작을 읽었는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면 영화의 재미는 반토막 난다. 다음 요건은 "RPG 게임 콘텐츠에 익숙한가?", "스트리밍 콘텐츠를 접해본 적 있는가?", "크리처 판타지를 즐겨 보는가?" 이 셋 중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화를 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작품은 10년 넘게 연재된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멸살법)을 완결까지 읽은 유일한 독자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과 동료들을 만나고,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모든 이야기는 '멸살법' 작가에게 보낸 메시지 한 통에서 시작된다.

"작가님, 이 소설은 최악입니다."

극중 김독자는 소설 주인공 유중혁의 결정을 의심하고, 그에 저항하면서 '멸살법'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주인공을 지지하던 이유를 잃고 결말에 의문을 품는 것. 이 의문은 작가를 향한 항의로 이어진다. 그러자 작가는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에게 새로운 결말을 쓸 기회 혹은 재앙을 선사한다. 자신의 과한 응원이 작가에게 작은 생채기를 남기진 않을까 고민하며 '멸살법'의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한 원작 속 김독자와 정반대에 놓인 출발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볼수록 소설 속 김독자가 아닌 영화 속 김독자의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영화 초반 김독자는 금호역 생존자들을 보며 "소설에서도 금호역은 재미가 없었다. 캐릭터가 너무 뻔했거든"이라고 말한다. 분명 금호역 생존자를 향해 뱉는 대사인데 영화 속 김독자와 유중혁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그만큼 김독자와 유중혁은 뻔하디뻔한 인물들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 있는 먼치킨(능력이 압도적인 캐릭터)'이 스크린을 거쳐 갔는가. 소설을 읽은 유일한 독자라는 이유로 모든 개연성을 무시하는 김독자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의 멸망과 함께 최강자 타이틀을 단 유중혁. 김독자와 유중혁의 배경을 아는 원작 팬이라면 이들의 등장이 반가울 수 있겠지만, 이들을 처음 접하는 관객은 당황의 연속이다. 제발 나의 사연을 물어봐 달라는 눈짓을 하는 두 사람에게 작은 연민이라도 생기면 다행이련만, 두 주인공을 지지할 이유를 찾기도 전에 영화의 엔딩을 마주한다. 이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더 보기'를 누르라는 쿠키영상이 붙는다. 불이 켜진 객석에는 과연 '더 보기'를 위해 쿠키를 구울 관객이 있을지 의문인 현실의 김독자만 덩그러니 남겨진다.





자명한 것은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흥미롭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액션 영화로서는 통쾌함이 부족하고, 장르 영화로서는 스릴이 부족하며, 판타지 영화로서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게임과 스트리밍 콘텐츠가 친숙하지 않은 세대를 이해시키려는 시도도 전무하다. 배후성, 어룡 등 일반 관객들에게 생소한 현대 판타지 단어들은 자막으로 부연 설명을 덧붙일 수 있었을 텐데 이마저도 제공하지 않는다. 최초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당장 전날까지 편집한 결과물이라고 하니 개봉 직전 일부 요소들이 추가될 가능성을 기대해볼 뿐이다.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전지적 독자 시점2'를 계획하고 제작했다. 제작비 300억 이상으로 알려진 작품은 손익분기점인 600만명 이상이 관람해야 무리 없이 후속편 제작을 이어갈 수 있다. 올해 개봉작 중 4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0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338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 중이며, '야당'(337만), '미키 17'(301만) 두 작품이 300만을 넘겼다. 영화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앞날은 오직 원작 팬들의 평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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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보던 김독자가 결말 존나 빻았네 라고 댓글로 까니까 작품속으로 들어가서 니가 결말 써보던가 하는 내용으로 각색된거란 얘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