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가장 존경한다는 안중근 의사. 당시의 열악한 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고, 백년이 넘은 오늘날 그 행동도 행동이지만 체포 후 처형될때까지 보여주었던 의연함 등으로 소수 일본인들에게도 존경받고 있는 분이시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중근 의사의 둘째 아들이었던 안준생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친일파입니다.
 후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이토 히로부미의 혼령을 기리는 절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자신의 부친이 지은 죄를 용서해달라' 고 하였으며, 당시 조선 총독부의 총독이었던 미나미의 양아들로 입적하기까지 합니다. 엄밀이 말하면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닌, 당시 생활고에 허덕이던 안준생에게 총독부가 선전 효과를 위해 먼저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오자, 김구 선생이 '민족반역자 안준생을 체포하여 교수대에 매달아야 한다고 중극 측에 부탁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라고까지 말했습니다(백범 일지 기록).

이런 안준생을 가르켜 사람들은 '호부견자(호랑이 같은 아버지에 개 같은 아들'이라고 불렀죠.

 하지만 안준생은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 아들은 의사입니다. 미국에서 제법 성공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살고있죠. 내가 주위로부터 경멸과 조소를 받으며 모은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한 덕분에, 내 자식들은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럼 어떡하란 말입니까? 그 자리에서 당연히 (일제의) 권유를 뿌리치고 잡혀 죽었어야 했나요? 위대한 영웅 안중근처럼? 왜 나는 안준생으로 살 수 없었죠? 왜 나는 태어나서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아버지가 만든 삶에 내던져져야 했나요?"
"아버지는 자신이 선택한 거잖아요. 그래서 죽은 거구요. 그런데 왜 나는 내 선택이 아닌 아버지의 선택 때문에 이런 삶을 살아야 합니까? 우습지 않나요? 영웅의 아들은 개 같은 삶을 살고, 그 변절자의 자식은 다시 성공하고..."
"내 아버지는 나라의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에게는 재앙이었습니다. 나는 나라의 재앙이었지만, 내 가족에게는 영웅이었습니다."

 그의 친일행적은 물론 용납할 수 없고, 지옥에 떨어지길 기원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나라를 빼앗긴 상태였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날은요? 오늘날까지 그들에 대한 지원과 존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건 비단 높으신 놈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