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네로님 글 잘 읽어봤습니다.
공방에서 고구경포(알파뎀 쎔) 가 왜 좋은지에 대해 설명을 하셨더군요.
전면적인 반박까진 아니어도, 보시는분들에게 실제 상황과 이에 따른 DPM의 허와 실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1. 고화력 단발탱크가 고연사 탱크보다 선호받는다? 

개인의 취향차이가 있을수 있으나, 고화력 단발탱크는 공방에서건 팀게임(토너, 리그, 클전)에서건 그리 쉽게 픽할 수 있는 탱크가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번의 공격기회가 빗나갈경우, 팀과 자신이 얻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때문에 특히 소규모전, 전문적인 팀전투일수록 고화력 단발탱크보다는 밸런스가 잘 잡힌 탱크들을 선호합니다.

대표적으로는 Obj.140과 Obj.907, T110E5(너프전), 마우스(너프전)이 게임판세를 휘어잡은 경우가 있겠군요.
(해당 예시는 단발탱크 한정입니다. 바샷이나 5051이 있지만 이 친구들은 클립이라서 나중에 얘기해야하거든요.)
그 외에도 리그메타의 경우에는 FV215B와 중국 113 헤비탱크가 화력도 괜찮고 연사력이 좋아서 자주 쓰임받은 역사가 있습니다.

2. 고화력 단발탱크들, 특히 구축의 경우는 상황대처능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10티어 구축들은 목이 돌아가지 않거나, 목이 돌아가더라도 조준 능력내지는 방호력에 심각한 하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동속도를 포함한 기동성은 말할것도 없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답이 없는 수준이죠.

때문에 이런 탱크들의 기초적인 운용법은 엄폐물을 끼고 싸우는 전략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연사가 느리니 한번 실수하면 얻어터지고, 그 얻어터질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선 엄폐물을 껴야만 한단 소리죠.
반면 고연사 탱크들은 기동성이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대처능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먼저 좋은 위치로 이동해서 선점한뒤 통행세를 걷는다던가,
팀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싶을때 뒷라인으로 이동해 최대한 개인딜량을 채운다던가 하는 기동성은
대부분의 고화력 단발탱크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장점입니다. 그리고 이 장점은 이 게임안에서 매우 큰 메리트가 되죠.

반면 DPM이 좋다 평가받는 탱크들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공격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어도
그 실수를 메꾸는데 필요한 기회비용값이 훨씬 적게 든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장전속도가 있습니다)
특히 이 장점은 같은 실력의 유저와 소수전으로 맞상대할때 크게 작용합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고화력 단발탱크들 보다는 클립탱크와 고연사포를 가진 밸런스형 탱크들이 선호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값을 올리는데는 고연사 고기동탱크만한것이 없다.

Wn8 레이팅 2000 이상, 혹은 공식점수 7700점 이상의 '공방 중수' 내지는 공방 고수의 반열에 드는 유저들은 10티어 미디움 탱크를 필수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움 3신기라 불리는 바샤티옹, 140, 5051 의 경우가 대표적이겠군요. 이 탱크들은 공방, 팀게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보유자를 기쁘게 해주는 효자같은 탱크들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OP탱크들이라고도 부를수 있겠군요. 이 탱크들 없이 Wn8 레이팅 2000 이상, 혹은 공식점수 7700점 이상의 점수를 보유중이신 분이 계시다면 박수를 쳐드리겠습니다. 어려운 가시밭길을 뚫고 오신 근성넘치시는 분들이시니깐요.

4. 또한 DPM이라는 건 일종의 '텍스트'에 불과하다.

Damage Per Minute 라는 뜻은 일정조건들이 덕지덕지붙은 상황안에서 낼 수 있는 최종 결과값입니다.
내가 적을 손쉽게 조준할것, 내가 공격하는도중 적에게 피해를 입지 않을 것, 도탄없이 모두 관통할 것 등의 조건들이죠.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DPM의 결과값은 아주 특출난 플레이어를 제외하면 다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끝나는것을 아실겁니다. 승리팀/패배팀 가리지않고, 팀내 상위 5명의 딜량합이 나머지 하위 10명의 딜량합과 같거나 더 높은 수준에서 끝나게 되는것이 그 반증이죠.

즉 DPM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주변환경과 함께 플레이어 본인의 실력의 영향을 크게 타야만 합니다.
적이 멍청하게 정면에서 얻어맞아준다던가, 혹은 내가 대치중인 적의 측후면을 치던가 해서 DPM을 살려야만 하죠.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같은 게임 같은 맵 안에서도 유동적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해 판단할수있는 두뇌회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DPM이라는 값은 엄밀히 얘기하면 '카탈로그 상의 숫자' 정도로만 인식하시는게 좋다고 봅니다.

5. 고화력 저연사포가 우위를 가지는 경우는 이 게임의 시야/위장 시스템의 문제가 크다.

이 게임은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질수록 손해를 봅니다. 즉 수비적으로 수풀끼고 앉아서 접근하는 적을 제거하기가 더 쉽단 이야기죠. 좀 더 함축하자면, 대부분의 선공권이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는 유저에게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고화력 탱크들의 단점(조준시간, 장전시간, 상황대처능력 미비 등)이 선공권을 쥠과 동시에 무력화되는 것이죠.

때문에 적이 나를 볼 수 있지만 나는 적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자신있게 단언하건데 이 게임이 재미없다 평가받는 대부분의 이유는 '이유 모를 피격'과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적이다 라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시야/위장 시스템이 고질병에 가까운 적폐시스템이다보니 개선조차 요원하다는 거죠. (유일하게 개선된 경우가 고속주행하는 탱크에 대한 시야 반응이 빨라지게끔 패치한 경우겠군요.)




종합하자면, 고화력포를 가진 탱크들이 우위를 가지는 경우는 실력이 안 좋은 유저거나 수비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유저들, 혹은 저티어 구간에만 한정됩니다. 특히 저티어 구간에서는 특정 탱크의 알파뎀 > 해당 티어대의 평균 체력값의 절반 인 경우가 되겠군요. 실제 공격적/수비적 플레이의 유무와 관계없이 일정 실력 이상의 반열에 오르면 무조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OP'탱크들을 선호하는 점에서 고화력 고알파뎀 탱크 > 고연사 저알파뎀 탱크 의 이론은 뒤집히게 되죠.

물론 이러한 주장과 논거를 제외하더라도, 결국은 모든 탱크 (고화력 or 고연사) 들은 결국 몰고있는 유저의 수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습니다. 때문에 본인에게 가장 알맞는(혹은 가장 재미있다 느끼는) 탱크를 타시는것이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