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정부가 미국, 일본 가릴 것 없이 전부 손을 벌렸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단 한 마디,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질테니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사람부터 구해라'라고 말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음에도 세월호 희생자들이 전원 사망했다면, 그 누구도 정권이나 국가를 탓하지 않았을 것이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 때도,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또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도 어느 누가 정권을 욕했는가? 정부가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데. 그러나 실패한 것은 실패한 것이고 처참하게 행동한 것은 또한 처참하게 행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이번 세월호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 첫번째, 보상금.

 

 요즘 세월호 인양과 보상금으로 말들이 많다. 일단 보상금은 어차피 청해진해운에서 국가가 뜯어낼 것을 전제로 보상금 준다는 것이니 별 신경쓰지 않는다. 세금 운운하는 사람들은 일단 검색조차 안 한거 같고, 비슷한 보상금의 경우는 대구지하철참사 등에서도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사실 이까짓 돈도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돈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 자식을 키우는 게 돈 보고 키우던건가? 자식이 죽어도 돈으로 보상받으면 다 해결되는 문제인가?

설마 정말로 유족들이 돈 보고 그 난리를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건가?

 

 

 

* 두번째. 세월호 인양.

 

 솔직히 말해 나는 세월호 인양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나에게 세월호 안에 있는 것은 썩어문드러진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그 고깃덩어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심상이며 주관적인 것이니까. 물론 인양하면 좋겠지만 하든 안 하든 상관이 없다.

 

 나에게는 영혼 떠난 시체를 수습하는 일보다 지금 살아가는 우리들이 더 중요하다. 즉, 제2의 세월호, 제3의 세월호가 일어났을 때, 첫번째 세월호처럼 처참하게 넋 놓고 구경만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든 우리는 거기서 반성을 배운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곧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다짐하기 위한 행위다. 즉, 인간은 '경험'을 하고, 또한 '실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반성'을 함으로써 다시 그런 일을 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성수대교 때도 그렇고 삼풍백화점 때도, 그리고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그랬다. 관련 법안이 전부 뜯어고쳐졌고 '두 번 다시 똑같은 사고를 겪지 말자'라는 반성과 정책이 이루어졌다. 이것이 옳은 것이다. 최소한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한 게 뭐가 있는지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지금 외양간을 어떻게 보수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지금 당장 제2의 세월호가 벌어졌을 때, 제3의 세월호가 일어났을 때, '결코 첫번째 세월호와 다를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정말로 '세월호 사건'은 이제 종결되었으며, 지긋지긋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겹다, 그만하자, 감성팔이짓 그만해라...... 뭐, 다 좋다. 그런 것을 주장하는 것 또한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이며,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니까. 그러나 단 한 가지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재앙이란 결코 남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첫번째 세월호에 대해서 침묵하고 외면했을 때, 두번째 세월호에 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똑같은 침묵과 외면이다.

 

마지막으로, 성수대교 붕괴 참사 당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외침을 올리고자 한다. MBC 뉴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니 한 번 찾아서 들어봐도 좋다.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올 수 있어! 올 수 없다고 장담 못 해! 미리미리 방지한다고 하지만 이미 늦은거야......!"

 

 

 

우리들의 재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 바로 사흘 전인가에 쓴 글입니다.


어디 얼마나 바뀌었는지 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론 해경 해체 이후 제대로 된 시스템 개선이 조금도 없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