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제도는 엄청난 돈이 들고 보험료 산정방식을 비롯한 선행이슈와 파급분야가 매우 광범위해서

박정희도 굉장히 힘들게 도입했고 전두환이 조금씩 확대시킨 뒤 노태우가 간신히 전국민 대상으로 완결시켰다.

다만 외국인 증가, 실비보험 팽창, 저출산 등 처음 제도 설계시 미처 예상 못했던 문제를 후대 위정자들이 해결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고 키우다가 결국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외국인들이 와서 놀란다는 박정희식 의료보험제도가 이제 사라지는 것이라고 본다.


원래 경증일수록 치료비가 저렴하고 중증/응급 분야일수록 돈을 많이 내야 상식이다.

빨간약 한번 발라주면 끝나는 상처와 찢고 꿰맨 뒤 한 달간 약물투여해야 하는 상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많이 다칠수록 더 큰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더 치료를 못 받게 된다.

그래서 박정희는 이것을 수가로 통제하는 구조를 선택했고, 당연지정제와 저렴한 수가 체제에서 의사들은 박리다매식으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게 되어 한국의 의료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그런데 이 때문에 한국에서 중증/응급 분야는 돈이 안 된다.

아주대병원이 이국종 교수를 그렇게 미워하고 결국에는 쫓아내버린 이유가, 바로 힘든 치료, 어려운 처치일수록 돈이 안 되고 오히려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의 대형병원은 저렴한 노동력 구조와 장례식장 등 다른 분야의 수익에 기반해왔고

전공의들은 당장은 힘들지만 의술에 대한 사명감과 나중에는 안정된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저임금 구조를 받아들여왔다고 본다.


그런데 제도 설계 당시에는 미처 생각 못했던 실비보험, 미용 등 비급여 팽창, 저출산, 외국인 증가, 이재명 같이 무조건 서울병원으로 라는 심리, 악질 부모/소송 위험 등이 안 그래도 의료보험체계를 위협해왔는데,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 의대 정원부터 2천명 늘리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저임금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본다.

의사들이 많아져서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기대수익이 낮아진다고 해서 소송 위험 등의 이슈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료보험체계가 직면하게 될/직면 중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내 전망은 이렇다.

1. 대학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학생수 주는데 등록금 확충 위해서라도 의대증원을 신청할 수밖에 없고 일단 정원이 생기면 학생들은 진학할 것이다.

2. 추가 2천명을 가르치기 위한 국공립대 대학 교육시설과 교육인원 확충은 재정부담을 크게 높일 것이고 이를 위한 증세가 있을 것이다.

3. 비급여 팽창 특히 미용이 문제이니 미용 자격을 풀라는 사람도 있지만, 정부는 풀지 않을 것이다. 이걸 풀면 병원에 묶어놔야 할 간호사들이 빠져나간다.

4. 전공의 처우 개선 등은 믿을 게 못 된다. 대형병원이 저임금 구조를 전제로 하는데 처우 개선시 정원을 늘리는 의미가 없다. 전공의 처우 개선은 건보재정의 지속적인 지출 및 이를 보전하는 보험료 증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5. 1차, 2차, 3차 구별강화로 대형병원이 중증/응급위주로 받게 되면 대형병원의 재정고갈은 더욱 명약관화하고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파산하는 곳도 나올 것이다.

6. 2천명으로 늘려도 필수분야에는 별로 지원이 늘지 않을 것이고, 외국인 의사(예컨대 쿠바)를 받더라도 감당이 어려워 진료지연 등은 부득이 할 것으로 본다. 대충대충 보고 넘어가는 서비스 하락이 예상된다.

7. 수도권에 대형병원 6600개 병상 확충시 지방의료는 더 빨리 몰락할 것이고, 그에 따라 지방소멸 및 도시집중이 가속화될 것이다.

8. 의료민영화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어야 가능한데 정부가 그 권한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 민영화 이슈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김대중이 의약분업 도입하려고 의대 정원을 삭감/고정해버리는 바람에 손발이 묶인 것이 바로 문제의 근원이다. 이것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부담되지 않게 늘려왔어야 하는 정원문제가 너무나 크게 퇴행했다.

2천명 증원시 시간이 갈수록 세금부담 증가, 의료서비스 저하는 체감될 것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쯤 박정희가 그토록 힘들게 노력해서 만들었던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사라져버린 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