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는 팀 게임이니만큼 팀의 조합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탱커와 딜러, 그리고 힐러 역할을 할 영웅들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대개 경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어떤 영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 팀원들과 조율을 해 조합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죠.

다만 탱커와 딜러 영웅들에 비해 '힐러' 역할의 경우 실질적으로 아군을 회복시켜주는 능력을 가진 영웅이 적은 편입니다. 지원가 중 회복 능력이 없는 시메트라를 제외하면 단 네 명만이 힐러 역할을 맡는 것이 가능한 데다, 그마저도 아나가 출시되기 전에는 세 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전부터 힐러와 관련된 메타만은 항상 고착화가 이어지곤 했습니다.

힐러 메타는 크게 루시우와 메르시가 주로 쓰였던 초창기와, 패치로 강력해진 젠야타와 루시우가 고정픽 수준으로 쓰인 시즌 1 후반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이어서 시즌 2가 시작되면서 PTR 서버에 적용되었던 밸런스 패치가 본 서버에도 적용되면서, 힐러 메타 또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기사들에서 조명했던 '겐지의 3단 너프', '한조&메이의 상향', 에 이어서, 메르시의 상향과 젠야타&루시우의 소폭 하향으로 만들어진 '힐러 전국시대' 구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 시즌 2의 힐러 메타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 메르시 상향으로 '부활 메타'가 다시 돌아올까?

메르시는 오버워치 출시 초창기에서 중반까지 거의 필수나 다름없던 힐러였습니다. 탱커:딜러:힐러들을 둘씩 기용하는 2:2:2 메타에서 메르시+루시우 2힐러 체제는 단일 회복과 광역 회복을 모두 챙길 수 있으면서 소리 방벽과 부활 활용까지 가능한 안정적인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메르시의 궁극기 부활은 단번에 전황을 바꿔버릴 만큼 강력했기 때문에, 초창기 오버워치에 '부활 메타'를 유행시키기도 했습니다. 부활 메타에서, 교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양 팀 메르시의 궁극기 보유 상황이었습니다. 부활이 충전되어 있는가 혹은 적절한 순간에 부활을 시킬 수 있는가가 한타의 승패를 가르곤 했죠. 적 딜러를 피해 안전하게 숨어있다가 3~4인 부활을 성공시키기라도 하면 다 진 싸움마저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메타 자체가 지나치게 부활 싸움으로 흘러서였는지, 결국 메르시는 궁극기 비용이 30%나 증가해버리는 하향을 받고 맙니다. 이로써 예전처럼 부활을 자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한타에서의 메르시의 영향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같은 시기 폭풍 상향을 받은 젠야타가 대신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추가로 아나의 상향까지 이루어지면서 메르시는 단일 회복량에서도 아나에 밀리게 되었습니다. 시즌1 초창기 전체 픽률 1,2위를 다투던 메르시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픽률이 중하위권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 메르시는 결국 부활로 흥하다가 부활과 함께 망하고 마는데...


메르시는 시즌 2에 들어서면서 다시 버프를 받게 됩니다. 궁극기 부활로 살아난 아군들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초당 회복량이 20% 증가한 것이죠. 20%라고 해도 회복량이 50에서 60으로 오르는 수준이라 폭풍 상향 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회복 능력이 개선되고 궁극기 충전 속도가 조금이나마 빨라지게 된 셈이라 기존에 메르시를 즐겨 쓰던 유저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메르시 너프 이후 오랫동안 힐러 투탑 체제를 지켜오던 루시우와 젠야타가 너프를 당하면서 힐러 영웅들간의 격차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메르시가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죠.

상황이나 전장에 따라 시즌 초반 전통의 메르시+루시우 조합도 그럭저럭 보이는 편이고, 요즘 들어서는 메르시+젠야타 조합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메르시+젠야타 조합은 시즌 2 업데이트 이후 프로대회에서 자주 보이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전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죠. 이로써 다시금 예전처럼 부활 메타가 찾아오게 될지, 앞으로의 메르시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메르시를 다시 쓰는 건 좋은데, 또 너무 부활 싸움으로 흐르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 하향됐지만 여전히 건재한 2강, 루시우와 젠야타

루시우는 오버워치 초창기부터 지금껏 1티어 힐러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영웅입니다. 루시우는 전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힐이 가능하단 점과, 깨알 같은 이동 속도 증가 버프, 적 딜러들의 궁극기를 카운터치는 소리 방벽의 존재까지 그야말로 '만능형' 힐러로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반면에 젠야타는 루시우와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습니다. 오버워치 출시 초기에 젠야타는 150이라는 낮은 체력에 이렇다 할 생존기마저 없어 '젠복치'라 불릴 정도로 약세였습니다만, 패치로 체력 증가와 함께 여러 상향을 받으며 메르시를 제치고 힐러 2강 체제에 진입한 케이스입니다. 특히 대회에서 젠야타의 픽률이 수직상승하면서 그간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루시우마저 제칠 정도로 입지가 올랐죠.

시즌 1 중후반 힐러 메타는 결국 '원래 강했던 루시우'와 '급격하게 강력해진 젠야타'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루시우의 광역 회복에 젠야타의 조화의 구슬을 가미시켜 다소 부족할 수 있었던 단일 대상 회복을 잡고, 젠야타의 최대 장점인 부조화의 구슬을 활용할 수 있어 공격적이기까지 한 조합이었죠. 여기에 적 딜러들의 궁극기를 카운터치는 궁극기를 둘이나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 시즌 1 경쟁전을 지배했던 두 힐러 영웅, 루시우와 젠야타


시즌 2에 접어들면서 루시우와 젠야타는 각각 하향을 받았습니다. 루시우는 E스킬인 '볼륨을 높여라' 사용 시 증가하는 이동 속도량이 기존 100%에서 70%로 줄어들었고, 젠야타는 핵심 스킬인 부조화의 구슬의 피해 증가량이 50%에서 30%로 줄어들게 된 것이죠.

사실 루시우의 이번 하향은 루시우가 가진 여러가지 장점 중 하나만 너프를 받은 셈이라 그렇게까지 손해는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볼륨을 높여라를 켰을 때 이동 속도 증가량이 30% 줄었어도 결국 70%라 아직 충분히 쓸만한 편이죠. 반면에 젠야타는 핵심 스킬인 부조화의 구슬이 너프가 된 것이라 큰 타격이었어야 했지만, 너프가 되도 부조화의 구슬 자체가 워낙 좋은 스킬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루시우와 젠야타의 입지가 급격하게 낮아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 부조화의 구슬은 너프됐어도 여전히 젠야타의 핵심 스킬입니다


다만 메르시의 상향과 맞물리면서 그간 부동의 힐러 투 탑 체제를 굳건히 했던 루시우와 젠야타는 이제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대체가 가능한 픽' 수준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메르시+루시우 조합이나 메르시+젠야타 조합처럼 루시우나 젠야타 하나에 상향된 메르시를 가미하는 경우도 있고, 팀 구성에 따라 나노 강화제를 활용할 수 있는 아나를 쓰기도 합니다.

대회에서도 메르시가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루시우+젠야타 조합은 이전만큼 확고한 픽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다만 완전히 대체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많이 쓰이는 조합이며, 특히 네팔이나 일리오스 같은 쟁탈전 전장에서는 난전이 자주 발생해서인지 이전처럼 고정적으로 루시우와 젠야타를 가져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 특히 쟁탈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루시우



◆ 전략적으로 꺼내 쓰는 '비밀 무기', 아나

아나 또한 새롭게 힐러 전국시대에 합류했습니다. 아나는 출시 이후 계속적인 상향을 받으며 많은 유저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습니다만, '지원형 저격수'라는 독특한 컨셉 때문에 전장이나 진영을 타는 편이었고 운용 난이도 또한 높아 픽률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시즌 2에 접어들면서 아나는 특별히 상향을 받거나 하진 않았지만, 루시우와 젠야타 2강 체제가 너프로 누그러들게 되면서 상황에 따라 기용되는 픽이 되었습니다. 아나는 생체 소총을 모두 맞춘다는 가정 하에 게임 내 최상급의 단일 대상 초당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궁극기인 나노 강화제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나노 강화제를 투여하기 좋은 영웅들과 조합을 짜서 빠르게 궁극기를 써주는 방식으로 아나를 운용하기도 했죠.

▲ 나노 강화제는 충전이 빠른 편이라 경기 초반에 이득을 보기 좋습니다


대회에서도 이러한 강점을 활용하는 조합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LW Red는 최근에 있었던 인벤 오버워치 파워리그 4강전과 고수게이머즈 오버워치 위클리 대회에서 무려 3탱커+3힐러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루시우와 젠야타에 추가로 딜러인 나노하나 선수가 아나를 고르는 식으로 조합을 짰습니다.

이 조합은 대개 지브롤터나 도라도처럼 미리 고지대에서 자리를 잡고 싸울 수 있는 수비 진영에서 사용됐습니다. 조화의 구슬을 붙인 채 적 후열로 뛰어드는 어썸가이 선수의 윈스턴을, 아나가 생체 소총으로 지원하면서 적도 견제하는 전략이었죠. 윈스턴이 계속 회복하면서 달려들어 골치가 아픈 와중에, 나노 강화제까지 투여되기라도 하면 후열의 영웅들은 도망가기도 살아남기도 쉽지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아나는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틸기들을 가지고 있어 깜짝 전략으로 사용할 여지가 충분한 영웅입니다. 루시우와 젠야타의 영향력이 약간이나마 낮아진 시즌 2에서는 전장이나 조합에 따라 아나를 기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 나노하나 아나의 나노 강화제를 받은 어썸가이의 윈스턴이 3:1을 벌이는 모습!
(출처 : Gosugamers 유튜브 채널, Overwatch Weekly 대회 중)



◆ 시즌 2에서는 다양한 힐러 픽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간 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힐러 메타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고착화된 경향이 있었습니다. 오버워치 출시 초기에는 메르시와 루시우가, 시즌 1 중후반에는 루시우와 젠야타가 거의 압도적인 수준의 픽률을 기록하곤 했죠.

메르시가 상향을 받아 다시금 초창기의 '부활 메타'로 고착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와는 달리 부활의 궁극기 충전량도 늘어났고, 루시우와 젠야타가 아직 건재한 상황이라 이를 완전히 대체하리라 보긴 어렵다 싶습니다. 또한 강력한 순간 회복력과 빠른 충전이 가능한 궁극기를 가진 힐러, 아나의 입지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즌 2가 시작되면서 열린 '힐러 전국시대' 구도는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상황과 전략에 따라 여러 픽이 나오는 것을 관전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요. 정확히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아직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힐러 유저들은 시즌 2 경쟁전을 위해 여러 힐러 영웅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여러 힐러들을 상황에 맞게 쓸 있도록 준비해 놓으면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