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나틱 2 순간이동 메타'에서 '미드 리븐'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명경기

전세계 소환사들의 축제, 리그오브레전드 시즌 3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지난 5일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총 63경기의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롤드컵은 모든 경기가 명경기의 향연이었습니다. 각 나라 또는 대륙 대표로 나올만한 팀이었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경기가 지켜보는 소환사들을 즐겁게 해주긴 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꼭 챙겨봐야만 할 경기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유행과 메타를 만들어 낸 경기라든지, 경기 내적으로 스토리를 갖춘 경기는 리그 팬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겠죠.

이번 롤드컵 결산 기사에서는 '롤드컵 명경기'를 짚어봤습니다. 총 63개의 경기 중 고르고 골라서 5개의 경기를 뽑아봤는데요. 모든 경기를 다시 찾아보기 힘드신 분이더라도, 적어도 이 경기들만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 롤드컵 조별리그 6일차 4경기, Gambit BenQ vs Vulcun



■ 6천 골드 한 방 역전, 유리할 때 바론을 가지 마라

유리할 때 바론을 가지 말란 말이 있습니다. 불리한 팀에게 역전의 빌미를 주기 때문이죠. 이번에 소개할 첫 경기는 그 교훈이 기억나는 경기였습니다. 바로 롤드컵 조별리그 6일차 4경기인 갬빗과 벌컨의 대결이었습니다.

갬빗과 벌컨은 8강 진출을 위해 꼭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초반은 벌컨이 더 좋았습니다.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이득을 조금씩 가져가기 시작한 벌컨. 게다가 갬빗은 조금씩 플레이가 어긋나며 보지 않아도 될 손해를 조금씩 보기 시작합니다. 글로벌 골드 격차는 더 빨리 벌어졌습니다.

벌컨의 딜러들인 트리스타나와 제드가 무난히 성장했기 때문에 후반 캐리를 담당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20분이 되기도 전에 6천 골드 차이. 킬 스코어는 10대 2였습니다.

벌컨은 바론을 가져가며 승리를 굳히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갬빗의 대역전극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갬빗의 'Alex Ich' 선수의 아리와 'DiamondProx' 선수의 엘리스가 바론을 공격 중이던 벌컨을 지독하게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본진에서 합류한 자이라, 그리고 아리가 신들린 듯한 교전 능력을 보여주며 벌컨을 몰아냅니다. 이에 더해 갬빗은 바론 버프까지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갬빗은 '불리할 때 바론을 획득한 팀이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는 지'를 완벽하게 보여줬습니다. 미드 라인을 거세게 몰아치며 당황한 벌컨의 챔피언을 하나둘씩 끊어내기 시작했고, 바론 버프의 회복력을 활용해 유리한 대치전을 계속합니다.

결국, 바론 버프가 꺼졌을 땐 갬빗이 2천 골드를 앞서나갈 수 있었고 불리했던 초반 분위기를 완벽히 반전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제 조급해진 쪽은 벌컨이었습니다. 하지만 갬빗은 벌컨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운영을 보여주며 승리합니다.

바론 타이밍의 중요함과, 불리한 팀이 바론을 획득했을 때 어떤 운영을 하면 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 롤드컵 조별리그 5일차 1경기, SK텔레콤 T1 vs Lemondogs



■ 충격적인 발상의 전환 '미드 리븐'

레몬독스가 블루 진영이었지만 제드를 밴하지 않은 SK텔레콤 T1. 하지만 이것은 '미드 리븐'을 선택하기 위한 함정이었습니다.

보통 리븐은 탑 라이너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즌 2 때는 정글러로도 활약했죠. SK텔레콤 T1의 김정균 코치가 선수 시절에 잘 사용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리븐은 미드 라이너였습니다. 소환사 주문도 방어막. 제드를 완벽히 저격하기 위해 선택한 'Faker' 이상혁 선수의 비장의 한 수였습니다.

사실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레몬독스의 잠복에 리븐이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죠. 하지만 불안한 출발을 극복하기 위해 리븐은 탑 라인으로 빠른 로밍을 시도, 킬을 내는 데 성공합니다.

게다가 제드를 상대하는 데만 좋았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이후 리븐은 한타에서 많은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굳이 화려한 무빙으로 킬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전방 라인을 만들어 줌으로써 다른 팀원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리븐을 롤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기용한 대담함과 유연한 생각. 이것들이 SK텔레콤 T1 우승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롤드컵 4강 1경기 1세트, SK텔레콤 T1 vs 나진 소드



■ 나진 소드의 새 얼굴 'Nagne' 김상문 선수의 맹활약

8월 24일 열린 NLB 결승. 나진 소드는 'Ssong' 김상수 선수 대신 'Nagne' 김상문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김상문 선수의 프로 데뷔전은 바로 NLB 결승. 롤드컵 진출을 위해 꼭 우승을 해야하는 이 중요한 무대에 신인이 데뷔전을 가지게 된 셈이였죠.

결과는 훌륭했습니다. 첫 무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맹활약했고, 결국 NLB 우승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래서 롤드컵 무대에서 역시 'Nagne' 김상문 선수가 선발 출전한데다, 4강전에서 SK텔레콤 T1을 상대로도 전격 기용됐습니다. 현재 기세가 최고인 'Faker' 이상혁 선수의 상대로 말이죠.

김상문 선수가 NLB 결승 때 보였던 무대에서 긴장하는 점 또한 극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라가스를 선택한 김상문 선수는 초반부터 이상혁 선수의 아리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비록 경기는 3대 2로 패배했지만, 약점을 극복한 김상문 선수. 앞으로 있을 WCG와 챔피언스 윈터 시즌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 롤드컵 8강 1경기 1세트, Fnatic vs Cloud 9



■ 2 순간이동 활용한 프나틱식 메타!

시즌1 월드 챔피언십의 우승자 프나틱은 롤드컵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팀이다 보니 자신만의 색깔이 최근 메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죠. 하지만 이번 롤드컵 무대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4강에 올랐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2 순간이동 전략이 있었죠.

2 순간이동 전략은 바로 미드 라이너 'xPeke' 선수의 카사딘과 'Soaz' 선수의 리산드라가 순간이동 주문을 통해 순간적인 수적 우위를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북미의 강호 Cloud 9은 프나틱만의 이 전략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죠.

특히 경기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2 순간이동이 가진 기동력이 발휘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플릿 푸쉬를 양 라인에서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합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노우 볼 또한 빠르게 굴릴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이 전략에도 약점은 있었습니다. 탑과 미드 라이너에게 '점화' 주문이 없었기 때문에 맞 라인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줬고, 순간이동 주문이 쿨다운일 때 어쩔 수 없이 합류해야 하는 운영적 한계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4강전에서 로얄 클럽이 카사딘과 리산드라를 모두 밴을 한 것으로 보아, 한계보다 장점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최종적으로 내린 듯하네요.


▶ 롤드컵 결승 2세트, SK텔레콤 T1 vs 로얄 클럽



■ 턱밑까지 쫓아온 로얄 클럽, 하지만 'Piglet' 채광진 선수의 대활약

결승전은 3대 0으로 SK텔레콤 T1이 승리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땐 아주 쉽게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게 쉽진 않았습니다. 특히 2세트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경기 초반은 SK텔레콤 T1이 유리했습니다. 초반 'bengi' 배성웅 선수의 리 신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초반 기세를 확실히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SK텔레콤 T1은 기세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장점인 빠른 몰아치기를 선보이며 로얄 클럽을 압도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로얄 클럽은 'Wh1t3zZ' 선수의 카사딘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교전이 길어질수록 카사딘의 추격 능력과 난전에서의 강력함이 발휘됐습니다. 카사딘은 한 번의 교전에서 무려 4킬을 획득하며 '라바돈의 죽음모자'를 한 번에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골드는 조금 앞서나가고 있었지만 로얄 클럽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로얄 클럽의 카사딘은 '존야의 모래시계'까지 갖추며 SK텔레콤 T1의 제드에 대한 대비책까지 갖춘 상황. 이 때문에 이후의 싸움에선 로얄 클럽의 낙승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SK텔레콤 T1의 'Piglet' 채광진 선수가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사딘이 SK텔레콤 T1의 챔피언을 집요하게 추적할 때, 채광진 선수는 뒤로 우회해서 로얄 클럽의 챔피언들을 제압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뛰어난 '신비한 화살'의 적중률은 보통의 이즈리얼이 낼 수 있는 화력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채광진 선수는 모든 원거리 딜러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인 '포지셔닝'의 정석을 보여줬습니다. 완벽한 거리 계산을 통해 상대방이 이즈리얼을 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이즈리얼을 배제하고 앞 라인부터 공격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고, 이것이 바로 SK텔레콤 T1이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즈리얼이 살아나자 파트너인 'PoohMandu' 이정현 선수의 자이라 또한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퍼플 정글 지역에서 펼쳐진 한타에서 뒤늦게 합류한 카사딘을 완벽히 마크하며 서포터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상혁 선수는 인터뷰에서 말한 '나만큼 다른 팀원들도 잘하니까, 다른 팀원들도 주목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SK텔레콤 T1은 모든 선수가 캐리 가능한 팀이 됐다는 것을 롤드컵 결승에서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Inven Lubic
e스포츠팀 서동용 기자

(Lubic@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