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꾸미는 만담같은 RPG


'Mii'는 닌텐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고유의 아바타 시스템입니다. 간략한 디자인으로 개성 있게 만들어진 이러한 아바타는 나름대로 닌텐도를 대표하는 아바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활용한 '친구모아 아파트'와 같은 게임들도 존재했습니다. 오늘 리뷰해보고자 하는 미토피아(Miitopia) 역시 이러한 Mii를 활용한 게임으로, 이미 3DS에 출시된 게임을 스위치에 맞춰 리마스터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이 게임은 조금 이상합니다. RPG로 평가하면 좋은 게임이 아니에요. 'Mii'의 디자인도 "예쁘다"라거나 "귀엽다"라기보다는 "하찮다"라는 막말을 해볼게요. 그러니까 말이죠, "하찮은데 재밌습니다."

게임명 : 미토피아(Miitopia)
장르명 : RPG
출시일 : 2021.05.21.
개발사 : GREZZO
서비스 : 닌텐도
플랫폼 : Switch

관련 링크: 'Miitopia' 오픈크리틱 페이지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나만의 RPG

▲ 털보 바나나는 세상을 구하는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서, 미토피아는 플레이어에게 '왜 모험을 떠나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해 줍니다. 재미있는 점은 여기서 주인공과 악역을 모두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합류하는 동료나, 마을의 주요 NPC 및 기타 NPC 등도 모두 플레이어가 직접 설정해야 합니다. 즉,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모험"이 가장 큰 핵심 키워드죠.

이러한 캐릭터들은 단순히 외형으로만 '개성'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직접 설정한 동료들과 플레이어 캐릭터는 성향과 직업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게임의 진행에 소소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직업 또한 초기에는 여섯 개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정해지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차차 다양한 직업들로 동료와 캐릭터들을 설정할 수 있죠. 일정 챕터가 지나면 거의 '리셋'되는 점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동료부터 나, NPC까지 모두 배역은 내맘대로!

▲ WA! Sans!

아무튼 이런 캐릭터들의 조합은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전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턴 기반 배틀이며, 그리고 민첩에 따라서 우선 행동 순위가 정해지는 편입니다. 이렇게 보면 단순하게 한 턴씩 주고받는 전투를 예상하지 쉽지만, 미토피아의 전투는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변화 무쌍한 전투"라고 평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예측할 수 없는 전투는 캐릭터들의 '돌발 행동'에 근본을 두고 있습니다. 돌발 행동은 캐릭터들의 관계, 그리고 성향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완고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는 자신의 완고함을 표현하기 위해 두 번 연속으로 공격하기도 하고, '활발' 성격을 가진 캐릭터는 더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자신도 피해를 입지만 높은 대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또한 동료와의 관계가 좋을 경우 적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기도 하고, 동료가 쓰러지면 분노하여 무지막지한 대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말'과의 교감 상황이 좋다면 말과 함께 공격에 나서기도 하고요.

▲ 뺨맞고 좋아하는 털보 아이돌

이러한 행동 패턴들은 전부 랜덤으로 발동합니다. 그래서 전투가 모두 변수투성이입니다. 기본적으로 미토피아의 대부분의 전투는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런 동료들 간에는 '호감 행동'들이 가미되면서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하강합니다. 동료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런 행동들을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되며 사실상 이러한 행동들이 메인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요소들로 전투의 난이도가 급감하는 듯싶다가도, 특정 이벤트(보스)의 전투에서는 다시 이런 난이도가 체감이 됩니다. 보스의 공격은 매우 아프고 캐릭터들도 힐러가 많지 않다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할 수준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몇 차례나 다시 도전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전투는 아닙니다. 후추를 뿌려서 회복하고, 바나나와 MP 사탕만 충분하다면 대부분의 전투를 무리 없이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관계'로 성장하는 Mii, 소소한 만담 여행

▲ 아이돌은 세계를 구하는 털보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모험을 하면서, 스팟의 끝에는 항상 '여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관에서 쉬면서 캐릭터들의 체력과 MP가 모두 회복되고, 추가적인 성장을 할 수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이 성장이, 단순한 레벨업이 아니라 '관계'가 증진된다는 점도 또 하나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끼리 같은 방에서 쉬도록 배치하면 두 캐릭터는 상호 호감도가 올라가며 관계가 깊어집니다. 관계가 깊어져 일정 호감도 이상의 단계를 달성하면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어 '호감 행동'을 하게 됩니다. 공격을 지원한다던가, 멋져 보이고 싶어서 더 강하게 때린다던가 칭찬을 해주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이러한 돌발적인 호감 행동은 전투의 난이도를 크게 완화하는 핵심 중 하나죠.

이렇게 동료들 간의 호감도는 단순히 같은 방에 배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전투 중 회복을 사용하거나 호감 행동을 통해서 호감도가 상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데이트"로 상승시킬 수 있죠. 데이트는 서로 시간을 보내는 활동으로, 많은 호감도를 올릴 수 있고 보상도 좋은 편입니다.

이러한 데이트는 '데이트 티켓'을 통해 진행할 수 있는데, 여기서 펼쳐지는 만담같은 모습은 보는 이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편입니다. 호감도가 변화하는 이벤트뿐 아니라 돌발 이벤트에서도 대부분 이러한 만담들이 두드러지는 게 미토피아의 특징 중 하나죠. 이게 진짜 별게 아닌데, 그냥 보고 있으면 재밌습니다.


물론 언제나 모두가 사이좋을 순 없습니다. 동료들끼리 호감도가 좋은 대상에게 질투를 하기도 하고, 다른 동료의 무례한 행동으로 삐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화가 생기면 호감 행동을 하지 않는데, 주로 '마이웨이'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에게 이런 불화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화가 있어도 좀 재미있어요. 불화는 두 캐릭터를 같은 방에 배치하거나 데이트를 통해서 풀어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미토피아가 가진 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투와 전략, 성장에 집중한다기보다는 '예측하지 못한 행동'들로 이루어진 Mii들의 일상을 보는 것이라고 할까요? 정신차리라고 동료의 뺨을 때리기도 하고, 공격이 무섭다고 뒤에 숨기도 하며, 동료의 바나나를 빼앗아 먹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왕도 판타지 모험물과는 매우 거리가 멀죠. 일단 직업부터가 일반적인 전사, 마법사, 승려, 도적 외에도 아이돌, 과학자, 요리사, 고양이(?) 등 일반적인 판타지에서 생각하기 힘든 직업들도 보입니다. 이렇게 독특하게 구성된 파티가, 마치 TRPG처럼 확률에 근거한 랜덤 행동을 보이는 모습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모험'을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 '음식'도 또 하나의 성장요소인데, 편식이 있습니다.

'미토피아'는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대단한 스케일의 뛰어난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전투 시스템에서는 깊은 전략, 혹은 뛰어난 연출이 없고 성장은 비교적 단순하며, 뛰어난 서사로 플레이어를 감동시키는 게임도 아니죠. 그리고 캐릭터의 디자인은 멋지고 뛰어나다는 평가를 주긴 힘듭니다. 파고들기 요소도 생각보다 없다고 할 정도로, 콘텐츠의 지속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조작할 수 있는 요소도 매우 적기에, RPG의 근본적인 요소로만 따지자면 단점으로 작용할 부분들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점으로 분석을 해보면 좀 해석이 달라집니다. 전투 시스템은 동료들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돌발 행동으로 변화 무쌍한 변수투성이의 전투라 흥미진진합니다. 캐릭터의 성장은 레벨보다는 '관계'가 중요하고, 이런 이벤트들은 소소하게 플레이어들에게 재미를 줍니다. 다양한 직업과 해금되는 직업들 역시 성격과 어우러지면서 시너지를 내기도 하고, 반대로 썩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변화 무쌍한 RPG'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는 게임이라고 봅니다.

▲ 이미 많은 능력자들이 Mii 디자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토피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스위치 버전에서는 3DS 버전보다 한층 더 강력해진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바탕으로, 뛰어난 바리에이션을 제공합니다. 이전보다 더,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모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미토피아의 장점이자 정체성이죠.

본인이 구성한, '원하는 캐릭터들과 떠나는 만담같은 좌충우돌 모험'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ㅏ이돌 마스터 캐릭터들로 잔뜩 채운 아이돌 그룹의 모험이 될 수 있고, 답이 없는 족보의 미시마 가문의 고양이 철권이 될 수도 있으며, 소닉 vs 마리오의 달리기 시합이 될 수도 있지만 사악한 팀장의 음모를 막아내는 신입사원의 고군 분투도 될 수 있습니다. '근본있는 파티'의 '근본없는 여행'이라고 할까요?

어떤 조합을 하든 플레이어의 선택(배역 결정)이 가장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험이 마치 주사위 잘못굴려서 이상하게 흘러가는 TRPG와 같이, 돌발 행동으로 잔뜩 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전투가 어렵다면 돌아가서 더 성장하고 와도 될 정도로, 게임 자체는 여유롭게 플레이하면서도 분량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점이 '미토피아'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게임의 분량 자체가 꽤나 방대한 편이라 이벤트가 어느 정도 반복된다거나, 꽤 많이 요구하는 Mii 커스터마이징에 지칠 수 있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커스터마이징은 온라인 공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큰 부담은 되지 않는 편이죠.

이러한 단점들은 그래도 '내가 원하는 캐릭터들로 파티를 꾸려 떠나는 모험'이라는, 컨셉을 잡고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정도로 가진 매력이 출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컨셉잡고 즐기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 미토피아는 지루하지 않은 모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체험판도 함께 배포중이니,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미리 체험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