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 협회의 전병헌 회장이 롤드컵 2014 분산 개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전 협회장은 28일 e스포츠 대표 커뮤니티인 롤인벤에 '협회장의 편지 - 2014 롤드컵 발표와 관련하여'라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글에 따르면 한국 e스포츠 협회는 라이엇 게임즈가 제안한 분산 개최를 반대했다고 한다. 이미 결승전부터 8강까지 진행할 장소를 모두 대관한 상태였기에 협회 측에서는 쉽게 받아드릴 수 없었던 것. 하지만 협회는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e스포츠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라이엇게임즈의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전 협회장은 매년 한국에서 국제적 LOL 대회를 개최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은 2015년 '한중 프로팀 교류전(가칭)'이라고 말했다. 그 외, 스타크래프트2, 크로스파이어, 블레이드앤소울 등 다양한 게임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세계 대회를 한국을 중심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전병헌 e스포츠 협회장이 인벤에 남긴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롤인벤 유저 여러분.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입니다.

우선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롤드컵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로 안타까움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전합니다.

좀 더 적극적이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협회가 준비해왔던 여러 가지 사업계획(넥스트e스포츠액션플랜) 발표보다 롤드컵 일정이 먼저 발표되면서 결과적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혼란과 걱정을 드리게 된 것 같습니다.

e스포츠 팬들의 혼란과 걱정에 대해 협회장으로서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고 한마음 한 뜻으로 우리의 공감을 넓혀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조별예선 동남아(대만, 싱가포르 등)진행은 3월 달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협회장이 되고나서 얼마 뒤에 여러분에게 생방송으로 한 첫 약속이 롤드컵 한국개최였습니다.

당시 라이엇게임즈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은 적잖게 놀랐었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한 신뢰가 제로 가까웠기 때문에, 의아함에 가까운 놀람이었습니다.

과거의 죄(?)라고 할까요? 외국게임회사들이 한국e스포츠협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불신'이 깊었습니다.

취임 초기 협회장으로서 롤드컵 유치 약속을 했을 당시의 불신의 깊이는 상상이상었습니다.

그러나 협회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라이엇게임즈ㆍ블리자드 등 종목사와 적극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면서, 상호 신뢰를 새롭게 쌓아가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함께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11월 2014년 롤드컵 개최지를 ‘한국’으로 선정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당시 라이엇과 협회가 의사소통한 결과는 명확히 한국 개최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라이엇은 글로벌 정책을 구상하는데 있어 새로운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지난 3월경 협회에 롤드컵 조별예선은 동남아에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결정을 전달해 왔습니다.

당시 협회는 결승부터 8강까지 모두 서울에 위치한 장소로 대관을 완료해놓은 상태였습니다.
한국의 주요한 체육 및 공연시설은 모두 국가나 지자체 소유이기 때문에 매년 1월~2월 대관이 진행됩니다.
협회는 당연히 8강부터 결승까지 모두 서울에서 할 수 있도록 대관을 완료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협회가 8강 장소로 대관했던 잠실 핸드볼 경기장의 경우 핸드볼협회의 협조까지 얻어 일정을 협의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결승전 장소 역시 관계기관의 많은 협조가 아니면 대관하기 어려운 장소 입니다.
(*대관 장소의 규모로 본다면 작년 미국 롤드컵의 3배 규모입니다.
8강 6천석-4강 1만5천석-결승 4만석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장소들로 문화부와 서울시, 관련단체들의 협조를 얻어 직접 대관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엇의 새로운 결정은 협회로서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협회 직원들도 모두 e스포츠의 열렬한 팬들이기 때문에 전세계 모든팀들이 참여하고, 경기숫자도 많은 조별예선 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컸습니다.
그렇기에 MLB 사무국이 호주 경기를 치르기 위해 얼음까지 챙겨간 것을 사례로, 협회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16강 동남아 예선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협회 내부에서도 지금 팬들의 반응처럼 문화부와 서울시의 협조를 받아 협회장이 직접 대관한 장소를 모두 취소하고 보이콧까지 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었습니다.


둘째. 협회가 라이엇의 새로운 결정에 동의한 것은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협회는 대관을 취소하거나 보이콧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라이엇이 새롭게 제안한 동남아 예선에 대해서 동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라이엇의 제안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e스포츠의 세계적 저변을 넓히고 한국을 중심으로 e스포츠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같은 결정에는 과거 '지적재산권 파동ㆍ극단적 갈등'이라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고,‘e스포츠계의 새로운 상생구도’를 그려 다시는 과거와 같은 실패를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한국 그리고 아시아e스포츠의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한국중심의 새로운 아시아e스포츠 이벤트를 그려내기 위한 '전략적 양보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협회장으로 추대될 당시(12년 말~13년 초) 기사를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국e스포츠의 위기' '케스파의 위기'가 한국e스포츠 업계의 주요한 화두였습니다.

협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분석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신뢰의 상실'이었습니다.

협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었고, 협회 욕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고 느낄 정도 였습니다.
특히 협회장이 되기 전부터 자주 소통했던 루리웹 유저 중에는 '개스파의 똥물을 뒤집어 쓸까봐' 협회장 취임을 말린 분도 있었습니다.

협회장으로서 협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환골 탈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의 회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장이 된 이후 (언론플레이로 비칠 수 있다는)반대를 무릅쓰고 주요한 사업계획을 항상 e스포츠 팬들에게 먼저 알리고, 투명한 정책을 추진한 것도 무엇보다 '신뢰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이순간도 그렇고, 앞으로도 e스포츠 팬들에게 알리고 함께 공유하고 고민해 나가는 방향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 입니다.
(*MLG참관, 라이엇-블리자드 방문을 마치고 발표한다고 말씀드린 넥스트e스포츠 플랜에 담길 내용들이었으나, 라이엇의 롤드컵 일정발표가 협회 생각보다 빨라 미리 공유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

협회는 이러한 '신뢰의 회복'을 위해서 권리사이자 투자사인 라이엇과 글로벌 정책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롤드컵 하나로 끝낼게 아니라, 이제 태동하는 아시아e스포츠를 한국 수준으로 빨리 끌어올림과 동시에 보다 한국의 아시아리더십을 공고히하기 위해 라이엇의 전략과 e스포츠협회가 윈윈하는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전략적 플랜으로 전화위복을 만들어 가고자 했습니다.


셋째. 협회는 앞으로 매년 한국에서 글로벌한 LOL대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롤드컵 하나로 글로벌한 LOL대회가 끝난다면 내년, 후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떠한 새로운 재미와 대회로 한국e스포츠 팬들과 더 크게 함께 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작년 한국 LOL 시청자가 크게 증가한 시점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인천실내무도아시아대회였습니다. 당시 한국 국가대표 KT블리츠는 중국 국가대표 WE를 상대로 2대1로 역전하는 명승부를 펼쳤고, 이로 인해 한국 LOL시청자가 대폭 늘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짜요~짜요~'로 대변되는 중국과 '대한민국'을 외친 한국이 격돌한 응원문화는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e스포츠 발전요소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때부터 기획했던 것 중 하나가 '한중프로팀교류전'(가칭) 입니다.

2015년. 중국 최고의 프로팀들과 한국 최고의 프로팀들이 격돌하는 'LOL한중프로팀교류전' 한국개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협회장으로서 한국과 중국 LOL 최고 프로팀들이 격돌하는 교류전은 그 무엇보다 짜릿하고,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만들어 낼 것이라 확신하며, 새로운 한류콘텐츠로 성장할 것이란 확신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올해 '스타2' 글로벌 1티어 대회로 부활한 KeSPA컵을 내년에는 사실상 '아시아컵'으로 격상시켜 LOL을 종목으로 포함해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 협회가 준비중인 또 다른 글로벌 LOL대회입니다.

물론 한중일+동남아가 격돌하는 KeSPA컵이 된다면 LOL뿐 아니라 '스타2' 티어1대회를 유지하고 한국종목 '크로스파이어', '블레이드앤소울' 등으로 초청대회를 하는 한국형 글로벌 단기토너먼트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러한 '한중프로팀교류전'이나 '아시아컵'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이미 중국, 일본 파트너들과 충분한 협의를 나누고 있습니다.

협회는 롤드컵 조별예선을 동남아 주요국인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나눠치르고, 여기서 응집된 관심을 한국 부산-서울로 이어져 온다는 라이엇의 새로운 제안을,
협회가 준비하고 있었던 한중일 교류 확대와 아시아 전체의 e스포츠 리더십을 한국으로 가져오는데 적극 활용하는 방안의 하나로 라이엇의 제안을 오히려 발전시키자하는 판단을 했습니다.

아시아e스포츠는 중국, 동남아의 e스포츠 인프라, 기량 상승 등 양적, 질적 확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콘솔 중심으로 e스포츠 불모지였던 일본 역시 전용경기장을 만들고 있는 등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시아e스포츠를 한단계 빨리 성장시키고, 한국이 그 중심에 있다면 향후에 아시아 리더십을 지속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e스포츠가 국내외적으로 그 위상을 정립하는데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넷째. 협회장으로 무엇보다 한국e스포츠 팬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협회가 지속적이고, 아주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한 내용들 입니다.

사실 너무 티끌 하나 빠짐없이 모두 공개하는 것에 협회 관계자들은 일부 우려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협회장으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팬들에게 '설명 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매번 e스포츠 행사에서 팬 여러분께 협회장의 생각을 모두 공유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보다 빠르고, 먼저 설명 드렸어야 했는데 늦었습니다.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격언을 떠올려 봅니다.

팬 여러분들께서 협회의 고민과 설계에 '공감'해 주신다면, 협회는 과거 '지적재산권 파동ㆍ극단적 갈등'이라는 치명적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매년 한국e스포츠 팬들이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글로벌 e스포츠 축제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글을 PGR21과 롤인벤에 함께 올립니다.
여러분께서 댓글을 통해 주신 의견 깊게 경청하겠습니다.
SNS로 주신 의견도 즉답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경청했고, 앞으로도 경청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부름에 보다 빨리 응답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협회를 대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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