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넥센 히어로즈)

팀의 중심타자이자 유격수였던 강정호의 MLB 진출과 테이블세터이자 2루수였던 서건창의 부상으로 국가대표급 주전 선수 두 명을 잃으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은 여전히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40홈런을 쳐낸 유격수와 200안타를 친 2루수가 없어도 KBO 리그 내 팀 출루율과 팀 장타율에서 1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뜨겁고 강력한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망이가 식지 않는 이유는 바로 약 4할의 타율과 함께 홈런, 안타, 타점, 득점, 장타율, 출루율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순위권에 속한 유한준의 활약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넥센 히어로즈)


유한준은 2000년 유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 20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지만, 입단 대신 대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본래 3루수나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었는데, 대학 졸업 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고 나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당시 김재박 감독도 눈여겨볼 만한 유망주로 지목하고, 어느 정도 꾸준히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 시절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냥저냥 평범한 백업 외야수 수준이었다. 타율은 0.250을 넘긴 적이 없으며 장타율이나 출루율도 딱히 특출난 구석이 없는 정말 평범한 1군 백업 선수였다.

(출처:넥센 히어로즈)


2008, 2009년에는 상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는데, 2009시즌에 퓨처스리그에서 타점왕에 오르며 넥센 팬들에게 기대를 안겼고, 2010년에 복귀해 주전 외야수로 뛰기 시작했다. 문제는, 당시 히어로즈의 선수층이 암흑기로 불렸을 정도로 상당히 열악했다는 것이다. 2010년과 2011년 0.290가량의 타율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올렸는데, 팀의 도움을 받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것이다.

2011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는데, 2012시즌은 복귀 후에도 부상의 여파를 씻어내지 못했고, 2013시즌에는 다시 평소대로의 성적을 올렸는데, 친정으로 복귀한 이택근,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성장한 박병호,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한 강정호 등에 비교되며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출처:넥센 히어로즈)


잘 맞을 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안 맞을 땐 수비밖에 못 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외야수. 그랬던 유한준이 2014시즌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점점 팀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유한준은 생각을 고쳐먹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 결과 타율 0.316 128안타 20홈런 91타점 71득점 장타율 0.541 출루율 0.384를 기록하며, 든든한 넥센 히어로즈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꽃을 피웠다.

2015시즌 현재 타율 1위를 달리며 안타, 2루타,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까지 모두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유한준이 더 빛나는 이유는 바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성적이 더 좋다는 것이다. 주자가 없을 시에는 타율이 0.340 정도에 그치지만, 득점권 상황에서는 0.360으로 증가하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0.460까지 타율이 치솟는다. 또한, 경기 중후반 타율이 4할을 넘는데, 9회에는 4할을 넘고, 8회에는 5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 중이다.

(출처:넥센 히어로즈)

이것은 유한준이라는 선수가 그저 개인의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 집중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란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팀 내 동료들에게 선배로서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고, 덕아웃의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평균 타율은 3할이 안 되지만, 득점권 평균 타율은 3할이 넘고, 득점권 상황에서의 OPS 또한, 그 외 상황에서의 OPS보다 1할 이상 높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 승리에 공헌하는 선수 유한준.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암흑기 시절 히어로즈를 이끌어온 공로나, 보이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