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신재찬 대표가 '이노스파크'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을때 게임 업계의 시선은 모조리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워낙 모바일 게임의 붐이 컸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그가 만들어 흥행시킨 게임이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기도 했으니까.

그를 포함한 이노스파크의 초기 구성원들이 흥행시켰던 게임은 '룰더스카이'. 익히 잘 알려져있다시피 룰더스카이는 한국에 스마트폰된 이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대중 매체에까지 언급되었을 정도로 소셜 게임의 대명사가 되었던 게임이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게임업계에는 유독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많다. 사실 게임이란 것이 아무리 잘 만들어도 100%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보니 어떻게든 전작과 비교당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 개발했던 게임이 유명해서 경력이 화려한 개발자들은 원했던 성과를 내도 전작보다 못하다고 까이는(?) 경우가 많다.

하루만에 인기 장르와 흥행 순위가 바뀔 정도로 급박한 모바일 게임 시장이라면 이런 경향은 더욱 크다. 게다가 소셜게임이면서 카카오 게임하기같은 플랫폼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점 역시 불안을 부추겼다. 그래서 이노스파크의 신작 소셜 게임 '드래곤 프렌즈'가 처음 발표되었을때의 기분은 기대 반 불안 반 이었다.


▲ 지난 8월 6일, 드래곤 프렌즈를 발표중인 신재찬 공동대표


어쨌거나 신재찬 대표의 주사위는 던져졌고, 드래곤 프렌즈는 기대와 함께 8월 말 출시되었다. 출시 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박을 쳤다면 마무리까지 해피 엔딩이었을텐데, 시작이 다소 껄끄러웠다. 드래곤 프렌즈는 9월 중순까지 예상치 못했던 이슈들을 겪었고 예상만큼 원활한 발걸음을 이어가지 못했다.

모바일 게임은 수명이 짧아서 처음 출시될 때 흐름을 타지 못하면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드래곤 프렌즈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급하다. 그런데 신재찬 대표는 여유롭다. 아니, 여유롭다 못해 느긋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지켜보는 내가 더 조바심이 난다. 남들은 빨리 뜨기만을 바라는데 불안하거나 걱정되지 않을까?

흥행에 대해 묻자 그는 드래곤 프렌즈가 지금 계단을 오르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신재찬 대표가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잘 만든 게임은 결국 언제든 성공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전작 '룰더스카이'를 만들때도 그랬다. 게이머들은 연매출 300억에 달할 정도로 성공했던 룰더스카이를 먼저 떠올리지만, 신재찬 대표는 6개월 이상 하나 하나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완성해나갔던 룰더스카이의 과정까지 기억하고 있다.

결국 신재찬 대표는 흥행에 오르기까지 밟아갔던 계단을, 드래곤 프렌즈에서 다시 한번 오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소셜 게임에 대한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드래곤 프렌즈의 첫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는 성공에 오르기 위해 밟아야할 첫번쨰 계단이 될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확연히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카카오 게임하기같은 플랫폼의 도움도 받지 않은 소셜게임이 꾸준히 인기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드래곤 프렌즈의 성과는 여전히 주목할만하다. 드래곤 프렌즈는 앞으로 어떤 계단을 밟게 될까? 대규모 업데이트로 돌아온 드래곤 프렌즈의 개발사, 이노스파크 신재찬 대표를 만났다.


▲ 다양한 편의기능과 멜로디팡팡이 추가된 에피소드 1 대규모 업데이트


- 드래곤 프렌즈의 쇼 케이스가 8월 초 였으니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적지않은 시간인데, 신재찬 대표가 보냈던 지난 3개월은 어땠나?

"좋았던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카카오 게임하기같은 플랫폼의 도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마케팅부터 서비스까지 처음부터 정교하게 잘 했어야 하는데, 초기에 생각했던 것 만큼 손발이 안 맞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응집력이 중요한 초기에 안정적인 서비스가 많이 아쉬웠다.

게임의 기본 구조(아키텍쳐)부터 새롭게 틀을 짜다보니 엔진과 기획, 아트(Art) 같은 부분들은 어느정도 검증이 되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서 스케쥴이 꼬이는 걸 감수해야 했다. 이후 개발팀들이 2주 정도 열심히 고생해서 서비스를 안정화시켰지만 아무래도 중요한 시기를 한번 놓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실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 가수 선미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8월 초의 쇼케이스 등 화려하게 출발했는데, 초반의 서비스 문제때문에 아쉬웠다. 이번의 대규모 업데이트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까? 내부의 기대는 어떤지 궁금하다.

"유저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좋은 게임을 만들고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매출이나 순위는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내부 분위기도 굉장히 좋고. 요즘 몇몇 분들은 3개월이면 힘들다고 하시던데 전작을 출시했던 때는 드래곤 프렌즈보다 훨씬 더 성적이 나빴다.

첨언 하나 하자면, 예전에 브랜드 컴퍼니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다. 일부 모바일 게임들이 '이 게임 하다 안되면 저 게임'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잠깐은 이익이 될지 몰라도 1년 후에는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유저들의 신뢰를 얻는 브랜드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모바일 게임들도 꾸준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래곤 프렌즈가 출시되던 시기에 우리보다 높은 성적을 보여줬던 신작 게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유행따라서 한번에 많이 들어오고 우루루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좀 적게 들어와도 유저들이 정착할 수 있는 게임. 그게 바로 우리의 발판이자 드래곤 프렌즈의 장점이 될 것이다."





[ 드래곤 프렌즈 - 용과 함께 신나는 댄스~ '멜로디 팡팡' 소개 영상 ]



- '룰더스카이'를 만든 개발자들로 워낙 유명하다보니 한번 더 소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외부의 기대와 시선이 엄청났었는데.

"소셜 게임을 안 만들면 괜찮을텐데... (웃음) 만들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생각만큼 해보지 못한 채로 새로운 회사를 창업했다. 그래서 기존에 없던 소셜 게임을 완성해보자는 욕심이 있었고 소셜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분야이기도 하고.

게임의 개발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좋은 게임이라는 것이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좋고 나쁨의 애매한 경계선을 타다가 발전한다. 소셜 게임이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메인 트렌드라 생각하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로 드래곤 프렌즈를 성공시켜보고 싶다."



- 하루가 다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출시 후 세 달만의 업데이트는 좀 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

"모바일은 쉽게 유행을 타기 때문에 준비된 콘텐츠가 있어도 한번에 다 공개하지 않는다. 한달 정도 분량의 콘텐츠들을 공개하는 선에서 먼저 끊고, 이후 에피소드나 유저들의 반응, 보완할 요소와 신규 콘텐츠를 맞춰가면서 완성해나가는 것이 묘미이자 우리가 잘하는 개발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게임 서비스라는 것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더라. (웃음) 원래는 출시 한달인 9월 말을 기점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했는데, 서비스 안정화로 밀려버리더니 어느새 2달이 되었다. 다만 밀린 기간 동안 유저분들의 의견을 더욱 많이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업데이트가 알차게 바뀌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이노스파크가 직접 관리하는 드래곤 프렌즈의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drgfriends)


드래곤 프렌즈는 공식 카페를 통해 유저들의 의견과 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말뿐인 노력이 아니라 실제로 신재찬 대표가 직접 공식 카페에 글을 남기거나, 업데이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올려 공유하기도 한다. 공식 카페를 꾸준히 운영하고 개발자가 상주하는 것은 모두 유저들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다.

물론 의견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신재찬 대표는 유저들의 의견을 볼 때 표면적인 의미와 내재된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지는 둘째치더라도 유저들의 의견조차 서로 반대되는 경우가 많으니 결국 진짜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걸러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애초에 목표로 했던 신규 콘텐츠 '멜로디 팡팡'과 함께, 다양한 편의성 시스템들이 추가되었다. 이중에는 드래곤 프렌즈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인 매직 찬스를 되돌리는 기능부터 클릭 한번에 재배와 수확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공개되자마자 유저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 자동 수확이나 한번에 비내리기, 매직 찬스 되돌리기 등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건의했던 편의성에 대한 업데이트가 눈에 띈다.

"용용이를 바꿔주는 매직 찬스는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했었는데 유저분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용용이가 나오면 좋고 아니면 꽝이 되는거다.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번 반복해야 하니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로 여겨졌다. 개인적인 반성도 좀 했고 유저분들이 지적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직찬스 되돌리기 기능을 넣었다.

작물 수확이나 비내리기 역시 처음에는 괜찮은데 나중에 레벨 오르고 섬이 커지면 수십번을 반복하니 지겨워진다. 그래서 작물 심는 것도 자동으로, 수확도 자동으로, 비 내리는 것은 한번에 모두... 이렇게 콘텐츠의 재미와 무관하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편한 방향으로 수정했다.

다만 유저들의 의견과 개발팀의 고민이 절충된 업데이트도 있다. 교배장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원인이 뭘까 파악해보니 용을 교배해야 해서 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용을 두배 빨리 키우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그건 콘텐츠의 소비만 2배로 빨라지는 것이지 재미와는 무관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동물 교배장을 추가했다. 앞으로 동물들도 다양하게 추가될 것이다."


▲ 강화 교배장과 농가(자동 심기), 비구름 제단(비뿌리기), 세무서 (수확)



- 그래도 역시 가장 주목받은 업데이트는 리듬 게임을 연상시키는 미니 게임, '멜로디 팡팡'이 아닐까? 그냥 관상용이라고 생각했었던 하늘 '스카이 뷰'가 드디어 콘텐츠로 등장했다.

"음악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감정을 표현하고 교화할 수 있는 수단이니 콘셉에도 잘 맞고, 마을을 벗어나 '스카이 뷰'라는 독특한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보완할 부분은 있지만, '스카이 뷰' 라는 공간 자체가 용과 유저들이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게임을 공개하고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용을 가지고 뭘 하나요?'였다. 간담회에서 밝혔지만 전투는 소셜 게임과 방향이 맞지않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용을 모으는 재미에 집중하고 두번째는 용을 활용할 수 있는 재미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었는데, 멜로디 팡팡이 용을 활용하는 재미의 첫번째라고 할 수 있다."



- 지금에 와서야 물어보는건데 왜 굳이 섬을 선택했나? 개인적으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동그라미인 섬에 사각형의 건물을 배치하다보면 공간의 낭비가 심하고 생각보다 꾸미기도 쉽지 않다.

"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라는 느낌도 주지만 또 외롭다는 느낌도 준다. 대륙은 내가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고. 소셜 게임은 나와 세계가 왔다갔다하면서 교감을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가장 많이 줄 수 있는 것이 섬인 것 같다.

공간과 꾸미기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전작은 하늘 밖으로 확장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드래곤 프렌즈 역시 섬의 바깥으로 개념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유저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이나 다다음 업데이트까지 꾸준하게 고민해볼 생각이다."




[ 드래곤 프렌즈 - 편의기능 3종 업데이트 소개 영상 ]



- 소셜 게임하면 한국에서 최고의 개발자들 중 한명이다. 그런데 처음 드래곤 프렌즈를 플레이하면서 게임 자체의 완성도에 비해 소셜 게임이 주는 소소한 재미는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모메 식당이라는 유명한 일본 영화가 있다. 몇몇 분들은 이 영화를 보면 너무 심심해서 재미가 없다고 하지만 또 어떤 분들은 너무 잔잔하고 재미있다고 평을 내린다. 소셜게임의 재미라는 부분도 이와 비슷하다.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것은 쉽지만 모든 사람들의 감수성을 유도하는건 쉽지 않다.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있지 않으면 유저들의 감수성을 흔들지 못한다는 것은 나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고, 드래곤 프렌즈는 자체 엔진을 사용하니 다른 소셜게임들보다 훨씬 발전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랙션에 대한 아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될 것이다."



신재찬 대표가 인터랙션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고민하고 것은 용들과의 대화. 현재 드레곤 프렌즈에 등장하는 용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데 친구와의 교감 등을 통해 드래곤에게 말을 가르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획중인 부분이니 100%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향후 멜로디 팡팡처럼 감수성을 자극할만한 재미와 요소들은 계속 추가해나갈 예정이다.

"많은 게임들이 그렇지만 특히 소셜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유저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업데이트를 해도 좋은 점 아쉬운 점에 대해 유저들이 바로 올려주고 우리도 보고. 좋은 게임들은 결국 많은 유저분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소통을 유지할 생각이다."

출시된지 3개월, 드디어 첫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를 끝냈다. 사실 모바일 게임이 워낙 흐름이 빨라서 그렇지, 신재찬 대표는 원래 목표로 했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달려가야할 기나긴 여정에서 이제 막 첫 발을 떼었다는 느낌이라고. 그는 드래곤 프렌즈가 스테디 셀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얼마전에 모 온라인 게임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10년전에 동시접속자 1만명이었던 게임이 오히려 최근에 더 잘된다고 하더라. 모바일 게임은 그렇게 될 수 없을까? 사람들은 모바일이 짧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더욱 길게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홍보나 마케팅을 통해 잠깐 뜨는거야 쉽지만, 유저들의 마음을 붙잡고 지키는건 굉장히 어렵다.

전작도 7달 8달 이상 꾸준히 올라가다가 1위를 했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잠깐의 흥행이 아니라 유저분들에게 내놓았을때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스트(한게임)도 노력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유저를 늘려가는 스테디 셀러로 먼저 인정받고 싶다."


▲ 이노스파크의 신재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