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홍수에서 살아남는 나름대로의 방법


최근 온라인 FPS 게임들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올해만 자그마치 40개 이상의 FPS 게임들이 만들어진다고도.


국내 온라인 게임계에 FPS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런 분위기에서 평소에 '콜오브듀티'나 '메달오브아너' 같은 패키지 FPS 게임의 싱글 미션 몇 번 해본 깜냥으로는 도저히 무리인 것 같아, 나름대로의 개선 방법을 찾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XBOX360과 패키지를 원하면 빌려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고, 소식을 듣자 마자 냉큼 손을 들어 한아름 가득 박스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 ▲ 박스 크기가 상당했는데도, 하나도 무겁지가 않더라~ ]




PC는 사주되 게임기는 안되다는 아버지의 교육방침에 따라, 어릴 때부터 콘솔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자라서도 PC 게임 외에는 관심이 없어왔던 터라 콘솔을 집에 두고 플레이하게 된 것은 정말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글의 부제는 "XBOX 초보의 '기어스 오브 워' 탐험기"라고 붙여도 무방할 듯 하다.


기어스 오브 워(Gears of War)는 작년 출시 초부터 비평가와 게이머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온 게임이고, 실제 흥행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수 백 만장이 판매되면서 크게 성공했다.


그렇기에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을 쌓고, 재미를 찾으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했을 뿐, 굳이 평가를 하거나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사실 이미 검증된 작품에 다가 뒷북 소감을 작성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어스 오브 워는 처음 손대는 순간부터 나를 미치도록 열광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단 한번도 경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선사해 주었다. 거기다가 기자의 게임관을 한번 더 크게 바꾸는 교훈까지.


이런 기어스 오브 워에게 기자가 재미만 보고 입을 싹 닦는다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고, 더 나아가서 "Give and Take"라는 보편적인 상식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바른 생활을 신조로 여기는 기자는 결국 어려운 마음으로 펜을 들게 되었다.(?)



[ ▲ 에픽 게임즈가 개발한 "기어스 오브 워"(Gears of War) ]





기어즈 오브 워는 '당연히' 모든 요소에서 최고를 보여준다.


복잡할 줄로만 알았던 XBOX의 설치가 비교적 쉽게 끝나 생각보다 일찍 기어스 오브 워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그 전에 함께 가져간 '데드오어얼라이브 익스트림'이라는 상당히 매력적인 타이틀 때문에 약간 지체되기도 했다. 그 이야기는 추후에 따로 하겠다.;



[ ▲ 문제의 그 게임, 전문적인 리뷰는 인벤의 일명 "하악" 기자가 하기로 했다. ]




기어스 오브 워의 처음 메뉴는 싱글 플레이와 멀티플레이로 나뉜 일반적인 패키지 FPS 게임들과 유사하다. 싱글 플레이는 다시 세 가지 난이도로 나뉘어져 있고, 마지막 단계인 '매우 어려움'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처음에는 잠금 상태로 되어 있다.


기어스 오브 워의 주인공은 COG라는 군대 비슷한 조직 소속의 마커스 피닉스라는 남자로 터미네이터에 버금가는 근육질의 몸매와 흉터로 가득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목소리 또한 상상할 수 있는 마초의 이미지 그 모든 것이 담겨있다.


배경 스토리 설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던 '로커스트 호드'라는 괴생물체들이 주요도시를 침범했고, 그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머전스 데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바로 그날. 주인공은 명령을 어기고 아버지를 구하러 가게 되고, 직무유기로 결국 40년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실제 게임은 감옥에 갇힌 주인공을 옛 COG 친구가 나타나 풀어 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석방의 이유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잔인하다. 이미 감옥까지 괴생물체들이 점령해버린 것.



[ ▲ 바로 이 놈들이다. 벌레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




초반 인트로가 끝이 나면 게임 플레이를 간단하게 익힐 수 있는 튜토리얼을 수행할 수 있다. 사실 기어스 오브 워를 포함한 대부분의 FPS 게임들이 그렇게 많은 키 조작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로 배워야 할 것은 엄폐 동작과 엄폐 동작에서 시작되는 몇 가지 전투 동작 뿐이다.


가장, 머리에 땀이 맺히게 하는 것은 XBOX 패드의 사용이다. 키보드보다 훨씬 더 게임에 최적화되어 있는 패드지만 항상 마우스로 하던 것을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준을 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좌측의 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쪽으로 스틱으로는 조준점과 시점을 조정하게 되는데, 어린 시절 친구가 항상 해보라고 시켰던 "한 손은 가슴을 두드리고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을 펴고 가슴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그 난해한 동작과 비교할 수 있다. 근데 왜 어릴 때 그 친구는 계속 해보라고 추천하고 다녔을까?


아무튼, 이 고통은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는 기어스 오브 워가 아니었다면, 중도에 포기해버렸을 지도 모를 정도로 압박해 왔고, 게임 중반에 이르러서야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 ▲ 실물을 보면, 기자의 고통이 이해가 될 것이다. ]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블록버스터 SF 영화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XBOX360의 그래픽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기어즈 오브 워의 그래픽은 가희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도 으뜸이다.


적을 향해 사격을 하게 되면 적은 맞는 부위에 따라 다양한 동작으로 쓰러지게 되며 그 것이 강력한 물리엔진과 어우러져서 강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싱글 패키지를 플레이하는 동안 지나치게 되는 무수한 배경들도 스크린샷을 찍고 바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설정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사운드 또한 놀랍다. 총탄 소리부터 괴생명체의 울부짖는 소리까지, 플레이어의 감정을 읽음과 동시에 감정 자체를 유도하는 사운도 배치는 경이로운 수준이며 기어스 오브 워 특유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 ▲ 피가 튀고 총이 날아다니고 난리도 아니다. ]




특히, 주인공의 함께 그룹 플레이 하게 되는 NPC 동료들의 대사는 영화와 미국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실제 배우의 그 것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게임 중간마다 그 들의 대사를 음미(?)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온라인이나 넷 플레이는 몰라도 싱글 플레이 쯤은.. 뭐.."라고 혹시 말하는 인벤가족은 여타 FPS 게임에서 주인공 혼자 날아다니면서 점프하고 발사하는 사격마다 헤드샷이 되는 이른바 '람보 플레이'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어스 오브 워의 적들은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바보다. 다양한 형태의 적들이 등장하는 데 인간과 유사한 형태도 있고, 차마 만지기도 싫은 벌레와 같은 형태도 있다. 어차피 다 괴물들이니까 구분을 두는 것도 의미가 없겠지만.



[ ▲ 나중에는 정말 진저리가 날 정도로 똑똑하다. ]




중요한 것은 이런 벌레, 괴물, 이하 등등의 적들이 매우 뛰어난 AI를 가졌다는 점이다. 쉴새 없이 전장을 뛰어다니며 공격을 퍼붓고, 공격을 몇 대 맞으면 바로 숨어버린다. 또한 플레이어와의 거리에 따라서 다양한 행동과 공격 패턴을 선보이면서 끝까지 괴롭힌다.


때문에, 예전에 해왔던 람보 플레이를 조금이나마 부활시키고 싶다면, 지형과 지물을 활용할 줄을 알아야 하며, 동료들과 팀 플레이를 이루는 전략이 필수가 된다.




'기어스 오브 워'만의 무기, "엄폐와 실감나는 연출"


엄폐, 즉 지형과 지물을 이용해서 철저하게 "숨는 것"이다. 적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엄폐로 잠시 피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공격하고, 이와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 기어스 오브 워 전투의 핵심이 된다. 자동차, 콘크리트 벽, 전봇대 등등 하나도 가릴 것이 없다. 무조건 일단 숨어야 산다.


그리고, 엄폐 동작 후에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특수 동작들과 NPC 동료들을 활용한 팀 플레이는 실제 전장에서의 비주얼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하고 동시에 단순한 람보 플레이 보다는 전략적인 전투가 이루어지게 하는 강력한 장치로 작용한다. 가끔씩 오 동작으로 인해 적진 한가운데 덤블링을 해서 총알받이가 된 적 경우도 많았지만.



[ ▲ 이 것이 바로, 엄폐와 엄폐 후 특수 동작 ]




기어스 오브 워는 앞서 말한 FPS 게임을 이루는 그래픽, 사운드, 타격감 등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최고의 수준으로 튜닝되어 있음은 물론, 완벽한 조화까지 이루어 지금까지 어떤 FPS 게임보다도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나, 영화나 게임 등으로 이미 익숙한 2차 대전이나 현대전이 아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만한 벌레와 괴물 잡는 철저한 SF 배경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 나아가서 기어스 오브 워의 싱글 플레이는 실제 플레이로 착각하게 만드는 뛰어난 연출 효과까지 더해져 있다. 일반적인 무기가 통하지 않는 엄청나게 강력한 괴물을 건물 밖으로 죽기살기로 유인해서 '해어 오브 던' 이라는 야외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발사되는 무기로 일격에 처치할 때의 쾌감은 그 어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던 액션씬보다 스펙타클했다.


그다지 무서운 장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러 장르를 표현한 게임보다 더 가슴이 떨리고, 손에 잡은 패드에 땀이 흥건히 젖는 이유는 다름아닌 플레이어의 마음을 읽는 뛰어난 연출효과 때문이다. 싱글 켐페인의 볼륨이 너무 짧다는 단점도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결국 용서해주게 되는 기어스 오브 워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언리얼(Ureal) 엔진으로 유명한 에픽 게임즈(Epic games)가 개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스튜디오(Microsoft Game studios)가 작년 11월 7일 출시한 기어즈 오브 워는 출시 6주 만에 전 세계적으로 2백만장이 판매되었고, 지금도 출시 때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XBOX360의 킬러 타이틀이 되고 있다.


기자 또한 뒤늦게 기어스 오브 워를 플레이 해보면서, 이 기회에 XBOX360을 하나 구입해버릴까 하는 충동을 수 차례나 참아야만 했다. 거기에는 XBOX 콘솔 자체의 엄청난 발열과 소음이 크게 한 몫 했지만.


항상 게임을 구입하면 매뉴얼을 자세히 읽는 편이며, 패키지 박스와 구성물들도 꼼꼼히 챙긴다. 일반 DVD 케이스와 별 차이가 없는 기어스 오브 워 패키지를 보면서 실망도 많이 했지만, 매뉴얼 첫 장에 쓰여진 게임즈의 수석 디자이너 클리프 비(Cliff Bleszinski)의 인사말은 인상 깊었다.






개발자로서 항상 받게 되는 "차세대 게임을 규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클리비프 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들을 원했다.


그는 실제 총격전의 분위기를 느꼈던 서바이벌 게임의 경험 속에서 결국 그 해답을 찾았고, "진짜 실감나게 만들자"라는 목표로 에픽 게임즈의 뛰어난 개발력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결합해서 기어스 오브 워를 이 세상에 탄생시켰다.


기자를 비롯한 전 세계 게이머들이 기어즈 오브 워에 열광하는 이유는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 정교한 움직임과 AI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기어즈 오브 워'에는 게이머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개발자의 '영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