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레이커즈', 어쌔신 플레이 영상


무엇하나 가벼운 이름이 없다. 넥슨. 그리고 클리프 블레진스키. '로브레이커즈'가 짊어진 이름들이다.

'오버워치'가 등장하며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대세가 만들어졌고, 이제 더는 'FPS'는 온라인에서 비주류라 부를 수 없는 장르가 되어버렸다. 과거 '언리얼'과 '퀘이크'로 양분되던 대전형 논 밀리터리 슈팅이 10년이 넘는 세월 만에 돌고 돌아 또다시 주류로 올라왔다.

하지만 '오버워치'의 아류라고 보면 곤란하다. 오버워치 발표 이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온 프로젝트. '로브레이커즈'를 개발한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먼 옛날부터 슈팅을 개발해온 슈팅의 장인이다. 언리얼 시리즈, 그리고 '기어즈오브워'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슈팅 게임은 언제나 멋졌다. 넘치는 박진감, 끊임없이 쏟아지는 총구 화염과 불꽃까지.

넥슨에서 서비스할 게임 중 유일한 풀프라이스 게임(F2P가 아닌, 게임을 사야 하는 시스템). '온라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강렬한 매력을 뽐내는 FPS '로브레이커즈'. 지스타 2016을 맞이해 '로브레이커즈'를 시연하고, 그 느낌을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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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픽, 사운드 - "화려함보다는 성능"



레이싱과 더불어 '그래픽'에 굉장히 민감한 장르인 만큼, 로브레이커즈의 그래픽은 딱 적절한 수준을 보여준다. 다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FPS 특유의 '시인성' 문제 때문에 지나치게 화려한 텍스쳐를 바르기보다는 정교하면서도 다소 밋밋한 느낌의 텍스쳐가 주를 이룬다. 덕분에 적을 분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콘솔이나 PC 패키지로 발매되는 AAA급 게임에 비하면 조금 손색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만큼 요구 사양이 낮아지니 온라인 기반의 게임으로서는 적절한 현실 타협인 셈. 전체적으로 '뛰어나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게임을 플레이함에서 걸리적거리거나,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그래픽 퀄리티는 아니다.

사운드 또한 비교적 평범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FPS에서 사운드 품질을 극대화하는 것은 EA의 'HD 사운드' 정도가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FPS로서는 표준적인 수준의 사운드 품질을 보여주는 셈. 하지만 피격, 적 타격 효과음이 아직은 다소 밋밋한 면이 있어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전작들이 보여준 그 묵직한 모습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 물론 이 부분은 개발 단계에서 충분히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속단은 내리지 않겠다.

▲ 적 식별은 어렵지 않은 편


2. UI, 조작감 - "훌륭한 수준이지만 미완성"


▲ 깔끔한 UI

로브레이커즈의 UI는 비교적 깔끔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에 디스플레이되는 UI와 비슷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 하지만 아직 완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가장 큰 문제는 UI가 너무 다양하고, 크다는 것. FPS는 넓은 시야와 지형 파악이 중요한 게임이고, 이에 따라 점점 UI를 단순화시키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아이콘은 소형화하고, 시야를 넓히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면에서 로브레이커즈의 UI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물론 다음에 충분히 수정 및 개량의 여지가 남아 있기에 이 또한 그다지 걱정은 없다.

▲ 다소 큰 느낌

조작감은 굉장히 뛰어나다. FPS에서 조작감은 곧 게임의 생명과 다름없이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부분을 완벽할 정도로 만들었다는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 하다. '뱅가드'의 궁극기인 급속 추진부터, 무중력 공간에서의 이동, 그리고 전체적인 캐릭터와 오브젝트의 움직임까지 물리적으로 이해가 가는 범위 안에서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보인다. 가령 '어쌔신'의 갈고리를 위층에 걸었는데 밧줄이 벽을 뚫고 캐릭터가 올라가지 못한다거나 하는 등, 큰 문제는 아니지만 사소하게 걸리적거리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게임을 해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 캐릭터가 무거운 건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다.


3. 추가질문! '시스템' - "필요한 것은 '피지컬'"


▲ 처치가 아닌 점령이 주 목적

게임 시스템은 다양한 FPS에서 볼 수 있는 지역 점령전과 비슷하다. 각 맵에는 세 곳의 점령지가 있고, 이 점령지가 양 팀에 의해 모두 점령되면 일정 시간 후 각 점령지가 다시 초기화된다. 한 번의 점령이 1점이 되고, 먼저 13점을 기록하는 쪽이 이기는 방식. 한번 점령한 이후 다시 적에게 빼앗기거나 하는 일은 없으므로 점령 전 싸움이 꽤 치열하게 일어나는 편이며, 공통으로 중앙 점령지는 '무중력 공간'에 위치한다.

이 '무중력 공간'이 바로 로브레이커즈의 상징과도 같은 시스템이다. 말 그대로 '법칙(이 경우에는 중력이지만)'이 깨지는 공간이다. 이 공간 안에서는 X, Y축만이 아닌, Z축의 움직임도 고려해야 하므로, 전투 자체가 훨씬 화려해지며 입체적인 구도로 일어난다. 여러모로 '로브레이커즈'답다는 느낌이 드는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 개개인의 공간 지각 능력과 순간적인 판단, 즉 피지컬이 더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좌, 우로만 갈라지던 '참참참'이 사방팔방으로 늘었다고 해야 할까?

▲ 날면서 칼질을 해야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시연 버전에 '저격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FPS 중에서 로브레이커즈만큼 빠른 페이스의 게임은 꽤 많이 있는 편이고, 이 모든 게임에는 어떻게든 저격수, 혹은 저격용 무기가 존재한다. 퀘이크에는 레일건이 있었고, 언리얼 토너먼트에는 저격 소총이 있었다. 하다못해 로봇이 쿵쾅대고 사람은 벽을 타고 다니는 '타이탄폴'에도 저격 무기는 존재한다.

하지만 로브레이커즈에는 저격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저격수 취향의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표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덕분에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은 보다 박진감 있게 꾸며졌다. 교전 거리가 상당히 짧은 편이기에 신속하게 적을 사격하는 '에임'만큼이나 '무빙'이 중요하다. 잘 쏘는 것뿐만 아니라 잘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때문에 로브레이커즈의 주 전투는 원거리 견제와 돌격, 저격이 조합되는 모습보다는 모든 이가 전면에 나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화력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정식 출시 시점에 저격수 캐릭터가 추가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너도 나도 정당하게 정면 대결


4. 지스타버전 총평은? - "충분한 잠재력, 필요한 건 마무리"



요약해서 말하자면, 로브레이커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춘 게임이다. 빠른 속도, 팀 단위, 캐릭터 컨셉 등, 게임을 이루는 데 필요한 요소는 모두 갖춰져 있다. 게다가 '무중력 지대'에서의 입체감 넘치는 전투는 '로브레이커즈'라는 게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보면 일개 게임 시스템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수없이 많은 게임이 나오고, 그 대부분이 다른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하는 선에서 만들어지는 현 상황에서 독립적인 시스템은 게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것이 곧 게임의 완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스타 버전의 로브레이커즈는 갓 구워진 새하얀 빵과 같다. 그 자체로도 먹을만하지만 다소 밋밋한 맛을 살려내기 위해 더 많은 양념과 재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잠재력은 높다. 빵 자체가 신선하므로 뭘 얹어도 충분한 맛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만으로 승부를 걸기엔 부족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로브레이커즈가 어떤 맛으로 다시 만들어질지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 '로브레이커즈' 스크린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