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노벨, 개인적으로 즐겨하는 게임 장르다. 굳이 화려한 조작 없이도 뭐랄까 편안하게 ‘읽고’, ‘보고’, ‘즐길 수’ 있어서다. 물론 그렇다고 그저 텍스트만 주르륵 몇 시간에 걸쳐 올라오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가짜 하트는 조금 독특한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흑백의 장면들이 마치 팔락팔락 넘기는 동화책 처럼 펼쳐지고, 인물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매력적인 그림이 텍스트와 합쳐져 정말 움직이는 동화책을 읽어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런 가짜 하트를 개발한 건 인디 개발사 블랜비다. 무려 4년에 걸쳐 스토리를 써왔다는 김효현 대표,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만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 블랜비 김효현 대표

Q. 블랜비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 현재 전체 팀원은 8명인데, 신규 일러스트레이터 한 분을 추가로 영입하고 있는 단계라, 완성 즈음엔 인원 변동이 조금 있을 것 같다.

가짜 하트는 처음으로 제대로 선보이는 상업 작품이다. 대학생 때 다른 게임 개발을 조금씩 해보긴 했다.


Q. 첫 정식 작품을 비주얼 노벨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 스토리 준비를 정말 오래 해왔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를 살릴 수 있는 게임 장르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매커니즘을 어느 정도 결합하다 보면 내러티브 측면이 조금 허술해지지 않나. 액션 게임을 하면서 스토리를 보는 분들이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런 내러티브의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 비주얼 노벨을 선택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느낌을 주고, 게임 자체가 좀 더 흥미로울 수 있게 조작이나 인터랙션, 색다른 사운드, 메신저 등을 사용하게 됐다.


Q. 확실히 연출이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과 다르더라.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 사실 이게 세 번째 개선된 화면이다. 지금은 조금 옅어지긴 했는데 처음 아이디어를 얻었던 건 블로그였다. 블로그를 자연스럽게 보는 그런 느낌을 원했는데, 게임성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많이 오더라.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우연히 누워서 SNS를 하다가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발전시켜서 현재의 게임이 완성됐다.


Q. 흑백 그래픽이다. 흑백 화면은 아무래도 표현에 제한이 있을 듯한데,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 확실히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없다 보니 굉장히 까다롭다. 하지만 게임 스토리 자체가 서정적이다 보니 그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게 흑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게임 내 일러스트에 여백을 많이 주는 편이다. 절제된 감성을 함께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봤다.


Q. 일러스트가 정말 뭐랄까, 흑백임에도 화려하다. 몇 명 정도가 작업을 진행한건지 궁금하다.

= 작년까지는 한 명이 작업했고, 80% 정도를 혼자 했던 것 같다. 거의 300장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 챕터에 적게는 20장에서 30장, 많게는 50장 가까이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터도 지치고, 개발 속도의 문제도 있어서 한 명을 더 영입했다. 지금은 건강상 문제로 새로운 인원을 다시 뽑고 있다.


Q. 비주얼 노벨은 아무래도 그래픽과 텍스트의 조화가 잘 되어야 하지 않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나.

= 확실히 텍스트가 많다 보니 유저들이 많이 피로해한다. 계속 읽다 보면 힘든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 그런 피로도를 낮추고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상호작용을 중간중간 넣었다. 메신저나 연출의 독특함 역시 그런 텍스트의 연속이 주는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비주얼 노벨의 경우 대부분 고정된 배경 내에서 캐릭터만 조금씩 움직이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게임이 좀 더 지루해지는 것 같았다. 이에 가짜 하트는 매 상황을 하나하나 다 새로 그려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사업적으로는 정말 안 맞지만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기획한 부분이다.


Q. 안 그래도 게임 자체의 연출이 정적이지 않고 매우 다이나믹했다. 일반 비주얼 노벨에서 볼 수 없던 연출이었다. 손이 많이 갔을 것 같은데, 개발 기간은 어느정도 되나.

= 개발 과정에서 세 번 정도 큰 수정을 가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가짜 하트다. 지금의 구성을 띈 건 약 1년 반 정도가 된 것 같다. 스토리의 경우 약 4년 전 부터 준비를 했다. 가짜 하트에서 보이는 게 전체 세계관 내 서막 정도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Q. 그럼 다음 시리즈도 비주얼 노벨로 개발할 계획인가.

= 그건 아니다. 사실 가짜 하트도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러티브를 표현하는 방법을 좀 독특하게 잡은 건데, 아마 다음 게임들도 스토리 중심이지만 차별화된 시스템을 찾아가면서 제작할 것 같다.


Q. 가짜 하트는 플레이해 보니 정말 서정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모두에게 잘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런지 궁금하다.

= 저희 게임은 정말 동화같은, 한 편의 소설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림체나 감성 등이 섬세하다 보니 여성 유저분들이 좀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남자분들이 더 많더라.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 그리고 조금 무겁더라도 진득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Q.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

= 지금 챕터가 10개 정도 오픈되어 있는데, 이 순서나 시나리오를 배치하는게 굉장히 어려웠다. 한 챕터 안에 여러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는 구조여서, 스토리를 짤 때도 이 에피소드를 여러개 적어놓고 조합해서 하나씩 만들어나간다. 그러다 보니 개발 완성까지 정말 몇백 번을 바꾸게 되더라.

연출, 전개 모두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다. 특정 장면에서는 인물의 감정선까지 적어서 작업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결과물은 만족스러우나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쉬웠던 건 메신저 기능이 크게 활용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UX 측면도 있고, 플레이어 피드백 역시 생각보다 기능하는 게 많이 없는 것 같다고 하더라. 메신저의 경우 아무래도 너무 예전에 픽스해버린 시스템이라 큰 변동을 주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진다.


Q. 스팀에 이어 스토브인디를 통해 출시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 원래 스토브에서 연락을 받은 뒤 먼저 출시를 하려 했다. 하지만 처음이다 보니 일정 조율 등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스팀에 우선 출시를 하고 작업이 끝나는 대로 바로 스토브인디에도 선보이게 됐다.


Q. 출시 과정에서 스토브인디를 통해 확실하게 도움받은 점이 있나.

= 국내 심의 지원이 가장 컸다. 그리고 이번에 스토브 출시 기념 이벤트를 2주간 진행했는데, 이 역시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플레이엑스포 현장을 찾았는데 어떤가. 직접적인 피드백을 얻은 게 있었을까.

= 많은 관람객이 부스를 찾아주셨는데, 과묵한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의견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부스 사이드에 배너를 세워뒀는데, 게임 후에 이벤트 참여 위주로 하고 가시더라. 그래서 피드백이 거의 없었다.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그래도 이번 플레이엑스포는 방문객도 많고, 확실히 인디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체감이 된달까.


Q. 마지막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 비주얼 노벨이나 스토리 기반의 게임이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게임으로 볼 수 있나라고 하는 분들도 많다. 물론 그 의견도 이해하지만, 비주얼 노벨 역시 게임의 한 장르로 충분히 즐기고 있는 분들이 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진 않았으면 좋겠다.

가짜 하트 역시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니 혹시라도 궁금하거나 흥미가 생긴다면 한 번 플레이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