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은 강하다. 롤 프로계에서는 정설로 굳어진 명제다. SKT T1 K는 무적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었고, 8개월간 그들의 아성을 뚫은 팀은 없었다. 아마 지난 경기에서 SKT T1 K가 극적으로 패배하지 않았다면, 나진은 경기를 앞두고 적잖이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무적신화는 깨졌다. 얄궂게도 그 기록을 깬 팀은 형제팀인 SKT T1 S. 무적으로만 보였던 팀도 패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 증명해버린 셈이었다. 나진 형제팀에게 호기가 찾아왔다. 최근 연습 게임이 너무나도 잘 풀린다며, 우승도 노려보고 있는 나진 실드, 그리고 재정비 이후 강력한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고 있는 나진 소드는 그 전통에 걸맞는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곧 격돌할 나진과 SKT T1의 마스터즈 매치. 어느 팀이 이길 것인지 감히 예측하기 힘들지만, 각 팀의 최근 동향과 키 플레이어를 한번 논해본다.


◈ SKT T1

■ SKT T1 S - 예측 불가능, 의외성을 갖춘 5인조.



SKT T1 S를 표현하기 가장 쉬운 단어는 역시 '예측불능'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상대하기 쉬워 보이는 팀들에게도 고전을 면치 않는가 하면, 누구나 손에 꼽는 강팀을 꺾어 버리기도 했다. 더불어 3월 12일 진행되었던 SKT T1 K와의 내전에서는 1세트를 처참하게 내주었지만, 2세트에선 믿을 수 없는 저력을 보여주며 형제팀의 20연승을 저지했다.

SKT T1 S의 키 플레이어라면 '이지훈' 이지훈과 '호로' 조재환. 경기의 흐름을 끌고 오기 쉬운 미드라이너와 정글러다. 이지훈은 라인전 단계에서 어떤 선수에게도 꿀리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으며, 후반에도 착실히 제 몫을 해낸다. 초반 조금 힘든 상황을 겪는다 하더라도 불사조처럼 일어서는 생명력 역시 장점이다.

반면 안정적인 이지훈과 대조되는 '호로' 조재환의 경우 특유의 공격적 운영에 능숙하다. SKT T1 K와의 롤챔스 스프링 조별리그 당시 조재환은 다각도에서 미드 라인을 몰아쳐 '페이커' 이상혁을 완전히 말아버렸다. 그의 공격적 운영은 한 라인을 망쳐놓기에 충분하다.


■ SKT T1 K - 한 번의 패배는 있을 수도 있는 일.



한번의 패배를 겪었지만, 아직 SKT T1 K가 최강의 팀이라는데는 많은 이들이 동조한다. '임팩트' 정언영부터 '캐스퍼' 권지민까지, SKT T1 K는 면면부절 강력하다. 비록 조금의 흠집은 났지만, 강력한 라인전부터 지지 않는 한타까지. 아직은 1위에서 내리기엔 너무나도 강한 팀이 SKT T1 K다.

SKT T1 K의 열쇠를 쥔 선수 역시 '페이커' 이상혁과 '벵기' 배성웅을 꼽을 수 있겠다. 탑 라이너와 봇 듀오는 그들대로 제 역할을 확실히 하지만, 경기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기엔 포지션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에 반해 수 많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미드라이너와 변수 그 자체인 정글러는 경기의 흐름을 이끌 수 있는 포지션이다. '페이커' 이상혁의 능력에는 모든 이가 이견이 없다. 롤챔스 스프링의 오프닝 티저가 그의 독무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벵기' 배성웅은 지난 패배로 인해 명예에 조금의 흠집이 잡혔다. 그러나 최적의 동선과 어떤 챔피언을 골라도 게임을 캐리하는 그의 능력이 죽었다고 보기엔 그가 쌓아놓은 바가 너무나도 많다. '세체정'의 자리가 흔들거리는 지금이지만, 아직까지 그를 넘어설 정글러는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다.


◈ 나진 e-mFire

■ 나진 블랙 소드 - 큰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진 팀.



큰 톱니바퀴라는 말은 나진 소드의 현재 느낌을 이야기한다. 나진 소드의 선수 개개인은 분명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얼마 전 합류한 '리미트' 주민규는 신인답지 않은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그네' 김상문 역시 세계급 미드라이너로 손색이 없다. 더불어 '헬리오스' 신동진 역시 나진 소드로 이적 후 놀라운 플레이를 연달아 보여주는 중이다. 하지만 큰 톱니바퀴끼리 맞물리는 상황에선 그 만큼 빈틈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강력한 선수들, 그러나 아직은 조금 부족한 호흡이 지금의 나진 소드에서 풍기는 느낌이다.

나진 소드의 키 플레이어를 꼽자면, '리미트' 주민규를 일단 꼽을 수 있겠다. 미드라이너인 김상문과 정글러인 신동진은 나진 소드의 반석과도 같은 존재다. 팀이 언제나 무너지지 않게끔 차근차근 힘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반면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서 싸움을 이끌어내는 역할은 탑 라이너인 주민규가 맡고 있다.

봇 듀오 역시 나진 소드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들이다. '카인' 장누리와 '프레이' 김종인의 듀오는 오랜 기간 강력한 봇듀오의 상징과도 같았다. 최근 자이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누리와 또다시 트위치 무쌍을 보여준 김종인의 듀오는 언제나 나진 소드의 든든한 딜링을 책임지는 선수들이다.


■ 나진 화이트 실드 - 이제 당당히 강팀 대열에 합류



나진 실드의 지난 시즌 행보는 큰 파란을 불러왔다. 굳이 비교할 대상을 꼽자면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한국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언제나 강해질 수 있는 팀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간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나진 실드. 나진 실드는 지난 윈터 시즌에서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국내 팬들에게 나진 실드라는 네 글자를 정확히 새겨넣었다.

나진 실드의 주축이 되는 선수는 역시 '꿍' 유병준과 '세이브' 백영진을 꼽을 수 있다. 미드라이너인 '꿍' 유병준은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게이머 생활을 해오고 있는 올드 게이머다. 롤로 종목을 전환한 후, 한동안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그이지만, 최근 보여주는 실력은 매우 놀랍다. 많은 이들의 말대로 '노력형 게이머'의 전형적인 수순을 보여주고 있는 것. 특히 3월 19일 진행된 제닉스 스톰과의 경기에서 유병준은 엄청난 캐리력을 보여주며 두 경기 연속 MVP로 선정되었다.

'꿍' 유병준이 정직한 미드라이너라면 '세이브' 백영진은 변칙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승부를 거는 탑 라이너다. 그의 장점은 엄청난 챔피언 풀을 꼽을 수 있다. 탑 라인에서 최상위 티어에 군림하는 레넥톤과 쉬바나 외에도 그는 많은 챔피언들을 실전에서 다룬다. 지난 윈터 시즌 본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용한 챔피언은 모두 11종류. 미드라이너 태생인지라 미드라인 챔피언 역시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백영진은 나진 실드의 경기 흐름을 조율할 수 있는 탑 라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