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목), 리그오브레전드의 4.10 패치가 국내 서버에 적용되었다. 챔피언에서부터 아이템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이 4.10 패치로 인해 변화를 겪었다. 특히, 니달리와 르블랑의 변경점이 패치에 포함되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과연 니달리와 르블랑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그녀들의 일주일 성적표를 공개한다.



■ 그녀의 시련이 시작됐다! 르블랑 몰락하다!

프로경기와 랭크게임에서 90%에 육박하는 밴률! OP 논란을 몰고 올 정도의 강력한 스킬 구성! 무엇보다 반격의 여지를 적에게 허용하지 않는 일방적인 플레이 스타일! 지난 스프링 시즌을 지배한 르블랑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4.10 패치가 적용되는 순간, 그녀의 화려했던 모습은 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최근 한 달간 르블랑 픽률 추세 그래프 (출처 : fow.kr)


몇몇 유저들은 위의 그래프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4.10 패치를 통해 너프를 당한 르블랑의 픽률이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픽률의 상승에 두 가지 원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픽률을 상승시키는 첫 번째 원인은 능력치 및 스킬 상향으로 인한 챔피언에 대한 우호적 평가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며, 4.7 상향 패치로 인해 픽률이 상승하고 있는 자르반 4세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밴률 하락에 따른 반대급부이다. 밴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픽을 할 기회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형은 OP로 취급받던 챔피언이 너프 패치나 메타 변화로 인해 ‘무조건 밴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될 경우 발생한다. 그렇다면 르블랑의 픽률 상승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까?


▲ 90%에 육박하던 르블랑의 밴률은 4.10 패치 이후 바닥으로 추락한다. (출처 : fow.kr)


▲ 밴이 풀리면서 많은 유저가 르블랑을 픽했지만, 결국 그녀를 버리기 시작한다 (출처 : fow.kr)


4.10 패치 이후 급격히 추락하는 밴률을 보았을 때, 르블랑의 픽률 상승 원인은 밴률 하락에 따른 반대급부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밴률은 기본적으로 챔피언의 OP성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해당 챔피언의 높은 능력치로 인해 만들어지는 변수를 게임 내에서 쉽사리 감당할 수 없을 때, 유저들은 픽보다는 밴을 선택한다. 유저들의 머릿속에는 ‘르블랑은 더 이상 OP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즉, 상대가 르블랑을 선택하더라도, 대처할 방법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4.10 패치 적용 이틀 후, 르블랑의 픽률은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는 ‘르블랑은 OP가 아니다’라는 인식에서 더 나아가, ‘르블랑을 픽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는 인식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4.10 패치에서 변경된 르블랑의 스킬은 단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4.10 패치에서 변경된 르블랑의 스킬은 단 하나라는 사실이다. ‘Q스킬(과거 침묵의 인장, 현재 악의의 인장)의 침묵 효과 삭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간단한 변경이 르블랑의 밴률을 90%에서 10%로 만들었고,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는 챔피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금까지 보여준 르블랑의 플레이 스타일에 비춰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르블랑의 강력함 뒤에는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강력한 딜링'과 침묵으로 시작하는 QRWE 콤보의 '일방적인 딜교환'이 있었다. 특히, 콤보의 중심에 놓인 침묵으로 인해, 상대의 대처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침묵 삭제 패치는 르블랑 OP성을 지탱해온 두 개의 기둥 중 하나를 제거해버린 것이다. 암살자 챔피언으로 분류되는 르블랑은 기본적으로 낮은 체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침묵 삭제는 CC기를 가진 챔피언이 르블랑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전과 달리 르블랑은 상당한 위험 요소를 안고 적진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 그녀는 우르곳의 사정권에 들어 왔다! (출처 : fow.kr)


밴률과 픽률 추이, 핵심 플레이 스타일 등을 고려했을 때, 르블랑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4.10 패치 노트에서 밝혔듯이, 르블랑에 대한 패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침묵 스킬 삭제를 유지할 경우, 적을 암살하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기존의 플레이는 재현되기 힘들 것이다. 위기의 르블랑! 그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르블랑과 비슷한 성적을 거둔 니달리! 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4.10 패치의 핵심은 단연 니달리의 업데이트였다. 창 투척(Q)의 너프로 ‘핵창’은 사라졌고, 진영 뒤쪽에서 창만 던지는 '이기적인 플레이(?)'는 더는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어졌다. 대신 인간 형태와 쿠거 형태의 적절한 조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등장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녀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 패치 이후 니달리의 픽률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준다. (출처 : fow.kr)


▲ 니달리의 승률도 급격히 추락한다. (출처 : fow.kr)


니달리의 성적표 또한 르블랑과 마찬가지로 다소 실망스럽다. 4.10 패치를 기점으로 픽률과 승률은 계속해서 추락했고, 밴률 또한 20% 이하로 떨어졌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르블랑과 마찬가지로 암울한 미래가 니달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니달리에 대한 전망은 르블랑과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우선, 르블랑의 경우는 스킬 측면의 너프였지만, 니달리는 버프와 너프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리워크’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유저들이 새로운 메커니즘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P 니달리 VS AD 니달리’, ‘탑 니달리 VS 미드 니달리’ 논쟁이 다양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이는 새로운 니달리에 대한 연구와 적응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확인시켜준다. 즉, 니달리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른 것이다.


▲ 그라가스는 리워크의 좋은 예?


다른 리워크 챔피언들의 행적은 이를 뒷받침 해준다. 가장 최근의 예가 바로 그라가스다. 지난 4월에 있었던 4.5 패치를 통해 그라가스는 대규모 리워크를 당했고, 패치 직후 픽률과 밴률이 급속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일부 유저들은 그라가스 앞에 '고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라가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미드 라이너가 아닌 탑 라이너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 결국, 그라가스는 탑 챔피언으로 롤챔스 섬머 공식 경기에 등장, 현재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리워크 첫 주,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니달리에게 르블랑과 같은 평가를 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챌린저 리그의 니달리 승률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출처 : fow.kr)


챌린저 티어에서의 니달리 승률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워크 이후 대부분의 티어에서 니달리의 승률은 45% 근처로 추락했지만, 첼리저 티어는 50% 이상의 승률을 보여준다. 물론, 다른 티어에 비해 챌린저 티어의 경기 수가 적고, 표본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 롤챔스 등장 후 그라가스 픽률은 상승한다! 이는 프로경기의 영향력을 보여준다.(출처 : fow.kr)


하지만 챌린저 티어는 최고 수준의 유저 혹은 프로 선수들의 리그이며, 많은 유저에게 영향을 주는 프로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리뉴얼 니달리에게 매력적인 강점이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모습의 니달리가 프로경기에 등장하여,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 '사냥 당함' 디버프의 등장과 기습의 상향은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요구한다


상위 티어로 갈수록 AD 니달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는 점도 '니달리 몰락'을 선언하기 힘들게 한다. 이번 니달리 리워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냥 당함’ 디버프 등장과 ‘기습’(쿠거 형태의 W) 사거리의 상향이다.

사냥 당함 디버프는 창 투척과 매복 덫(W)을 통해 적에게 걸 수 있고, 해당 적은 니달리에게 더욱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사냥 당함 디버프를 가지고 있는 챔피언을 향해 최초로 시전하는 기습 스킬은 범위가 700까지 늘어났다. 쉽게 말하자면, 사냥 당함 디버프를 적에게 걸어 놓았다면, 니달리는 바이와 같은 ‘확정 돌진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 SKT T1 K 페이커 선수의 랭크 게임 중 리워크 니달리 템트리


이 때문에, 훌륭한 기동성과 폭발적인 딜링을 기초로 한 '탑 AD 니달리'가 핵창을 바탕에 둔 기존 니달리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물론, 기습을 통한 접근 후 이렇다 할 탈출기가 없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이로 인해 확실한 딜 계산과 상황판단이 요구된다는 점은 니달리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프로 선수들과 상위 티어 유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그 자체로 니달리의 가능성이다. 미드 그라가스가 탑 그라가스로 재등장한 것처럼, 미드 니달리가 '탑 AD 니달리'로 화려한 복귀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4.10 패치 이후 비슷한 성적표를 받은 르블랑과 니달리! 하지만 각각의 성적표에 대한 해석과 전망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미래의 르블랑, 다양한 가능성의 니달리. 과연 그녀들의 내일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