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벽은 높았다.’

축구를 즐겨 보는 팬들에게 이 문구는 참으로 익숙하다.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에서 매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는 한국 축구의 일반적인 결론이었다. 기대가 컸던 세계 무대에서의 초라한 성적표.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으로 다가온다.

오늘 만나게 될 주인공 또한 매년 ‘세계의 벽은 높았다’를 실감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지만, 롤드컵은 잔인하게도 1년마다 열린다. 그래서 그는 1년마다 높은 세계의 벽을 경험하고 좌절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그러하듯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1년을 꾸준히 달렸고, 다음 롤드컵을 꿈꿨다.

그리고 2014 롤드컵, 4번째 세계 무대 도전에서 그는 자신의 열정을 환하게 불태웠다. TSM의 탑 라이너 'Dyrus'와 그의 불꽃 파트너 럼블의 이야기다.

▲ 'Dyrus'의 4번째 롤드컵! 그는 그동안의 한을 풀 수 있을까?


■ 리그오브레전드의 선구자, 'Dyrus'! 유독 롤드컵은 그에게 고통이었다.

오랫동안 리그오브레전드에 관심을 가진 유저라면 한 번쯤은 'Dyrus'의 명성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조상(?)’이라 불리는 그는 WCG 2011 우승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다. Team Solomid(이하 TSM)로 이적 후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탑 라이너로 정하고,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특히, 여러 챔피언들을 적극적으로 사용. 'Dyrus'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탑 라인 챔피언 라인업의 뼈대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Dyrus'가 많은 유저들, 특히 초창기 프로 선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이유는 그의 플레이가 ‘탑 라이너라면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일종의 교과서’였기 때문이다. EU 메타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Dyrus'는 라인전 단계에서의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중후반 경기를 캐리하는 플레이 스타일, 일명 왕귀 스타일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이후, 'Dyrus'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자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EU 메타의 탑 라이너가 보여줘야 하는 ‘정석’으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 그의 왕귀 스타일을 구현해줬던 대표적인 챔피언, 잭스와 신지드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듯이, 리그오브레전드의 메타는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는 생물체다. 시즌1 리그오브레전드를 지배했던 전통 EU 메타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행태에 복잡성을 더 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왕귀를 노리며 묵묵히 라인을 지키던 탑 라이너의 역할 또한 포킹과 준 서포터 등으로 다양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정통 EU 스타일의 정석’이라 불리던 그에게 큰 시련이었다.

정석은 안정과 단단함을 의미하지만, 자칫 플레이의 경직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Dyrus'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북미 리그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탑 라이너로 인정받았지만, 그의 팀 파이트 능력에는 매번 물음표가 붙었다. 왕귀를 위한 시간이 무조건 보장되던 시대는 지났으며, 탑 라이너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소규모 국지전에 참여해야 했다. 결국, 순간적인 판단과 변칙이 중요한 시대. 그가 전파한 정석은 도리어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이러한 모습은 세계 대회에서도 이어진다. 3번의 롤드컵. 'Dyrus'는 세계의 벽 앞에 매번 좌절했다. 세계 대회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메타들이 거대한 충돌을 거듭하는, 일종의 패러다임 대전이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를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를 하느냐가 승리의 핵심. 'Dyrus'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했으며, 북미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국내용(북미용)'이라 평가한다.

▲ 'Dyrus'는 시즌3 롤드컵 TSM과 OMG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0킬 10데스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경험한다!


■ 반전의 시즌4 롤드컵! 'Dyrus',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다!

다시 돌아온 롤드컵. 'Dyrus'는 북미 대표로 롤드컵 진출에 성공,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겉으로 보이는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시즌3를 기점으로 한국이 절대 강자의 칭호를 획득했고, 중국이 이를 발 빠르게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과거에 비해 북미의 입지는 더욱 약해졌으며, TSM 역시 한국과 중국의 벽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하지만 'Dyrus', 그리고 TSM은 달랐다. 시즌3 롤드컵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TSM은 유럽 최강 미드라이너 'Bjergsen'과 한국 출신의 베테랑 서포터 'Lustboy'를 영입. 미드와 봇 라인에 안정감을 실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본질적으로 팀 게임이며, 팀 게임의 핵심은 팀원들과의 신뢰이다. 믿을 수 있는 팀원의 영입은 'Dyrus'가 좀 더 편안하게 게임 운영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이는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 'Bjergsen'과 'Lustboy'의 영입은 'Dyrus'에게 큰 힘이 된다

결국, 'Dyrus'는 롤드컵 진출이 걸린 플레이오프에서 시즌 내내 자신에게 고통을 준 LMQ 'Ackerman'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다. ‘롤드컵 개근’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세우는 동시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팀 파이트 상황에서의 움직임 또한 개선된 모습을 보였기에 그 의미가 배가 되었다. 이제 관심은 이같은 변화가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TSM은 SK Gaming과의 1경기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Insec'과 'Zero'가 버티고 있는 Royal Club에게 대패를 당한다. 지난 롤드컵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TSM은 다음날 시즌2 우승팀이자 홈팀의 응원을 등에 업고 있는 TPA와 만난다. 패할 경우 8강 진출을 확신할 수 없는 중요한 시점. Dyrus는 럼블을 꺼내 든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사실 'Dyrus'에게 럼블은 아픈 기억이다. 지난 시즌3 롤드컵에서 'Dyrus'는 총 세 번 럼블을 선택했고 모든 경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Dyrus'는 돌아온 롤드컵에서 또다시 럼블을 선택한다. 패배의 기억은 공포를 만들며, 이 공포는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럼블을 픽하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강하게 비쳤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이러한 우려는 기우임이 드러났다.

▲ 럼블을 선택할 때의 'Dyrus' 표정에는 긴장감이 강하게 서려 있었다

경기 시작 6분경, 'Dyrus'의 럼블은 'Amazing'의 리 신과 완벽한 호흡으로 선취점을 팀에게 안겨준다. 먼저 싸움을 걸어온 쪽은 TPA. 'Achie'의 룰루와 'Winds'의 렝가는 기습적으로 'Dyrus'를 노린다. 'Dyrus'는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근처에 있던 리 신의 지원을 기다렸다. 결국, 완벽한 스킬 연계를 통해 룰루를 잡아내며 TSM은 초반 승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Dyrus'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12분경, 경기의 승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드래곤 타이밍과 맞물려 두 팀의 봇 듀오는 치열한 2대 2 교전을 펼쳤다. 'Dyrus'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순간이동을 시전. 하지만 'Achie'의 룰루가 궁극기를 통해 이를 저지하면서 의도했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탑 라이너의 기본이자 생명은 단연 침착한 상황판단! 'Dyrus'는 당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룰루를 공략했다. 그리고 전기 작살(E)과 이퀄라이저 미사일(R)을 완벽하게 적중시키는 완벽한 스킬 활용을 선보이며 'Dyrus'는 솔로 킬을 획득한다. 이와 함께 봇 라인과 미드 라인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킬이 나오면서 TSM은 완벽하게 승기를 가져간다.

▲ ‘Dyrus’의 침착하고 빠른 상황 판단이 돋보인 솔로킬
(출처 : 온게임넷)

조별리그의 마지막 날. TSM의 상대는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Royal Club. 지난 패배를 설욕하는 동시에 조별리그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Dyrus’는 상대 라이즈 픽을 확인한 후, 자신 있게 럼블을 선택한다. 그리고 지난 TPA전에서 활약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경기를 통해 증명한다.

시작은 역시 ‘Amazing’과의 환상 호흡이었다. ‘Dyrus’는 포탑 주변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던 ‘Cola’의 라이즈를 상대로 과감한 타워 다이브를 시도한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Amazing’의 리 신도 재빠르게 지원, 완벽하게 라이즈를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

이후 펼쳐진 드래곤 한타에서도 ‘Dyrus’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럼블의 로망은 뭐니 뭐니 해도 완벽한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통한 진영 가르기‘, 일명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플레이다. ‘Dyrus’는 상대 진영 한가운데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정확히 투하해 적 진영을 완벽하게 흔들어 놓는다. 결국, 한타에서 승리한 TSM은 경기 주도권을 가져간다.

▲ 럼블의 로망을 실현한 자! 그의 이름은 바로 ‘Dyrus’
(출처 : 온게임넷)

경기 중후반, ‘Cola’의 라이즈를 상대로 깜짝 솔로킬을 획득한 그는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한다. 그의 화염 방사기 앞에 Royal Club의 챔피언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이퀄라이저 미사일은 매번 상대의 핵심 딜러를 주춤하게 하였고, 때로는 상대를 암살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럼블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를 몸소 보여준 ‘Dyrus’는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팀 파이트 상황에서의 불안감은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상대 라이너를 찍어 누르는 강력한 라인전 능력과 적절한 스킬 활용을 통해 팀 파이트를 주도하는 완벽한 탑 라이너의 모습을 보여줬다.

▲ ‘Dyrus’는 럼블을 통해 그동안의 한을 모두 불태워 버린다
(출처 : 온게임넷, 편집 : Artanis3800님)

TSM은 부산행을 결정지었다. ‘Dyrus’는 4년의 기다림 끝에 롤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그동안 ‘국내용’이라는 비난도 있었고, ‘라인전만 잘하는 구식 프로게이머’라는 오명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럼블이라는 새로운 인생 챔피언을 통해 이 모든 아픔을 태워버렸다.

다음 상대는 삼성 화이트의 탑 라이너 ‘Looper’다. 객관적인 전력 차는 분명하다. 하지만 반전이 있기에 재미있는 것이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그 기세가 최고조에 오른 ‘Dyrus’의 럼블이 ‘Looper’를 상대로 선전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Dyrus'의 단짝 친구가 된 럼블은 누구인가?


자신의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커다란 기계를 만들어 타고 다니는 귀여운 요들이 있다. 이름은 럼블. 주로 탑 라인에서 활약하는 근접 AP 캐스터다. 럼블은 화염 방사기를 통해 전방에 불을 쏘고 다니며 전기가 통하는 작살 두 개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여러 발의 로켓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언뜻 보면 그 누구도 럼블을 상대하기 힘겨워 보이지만 럼블은 꽤 다루기 어려운 챔피언이다. 그 이유는 럼블의 특이한 메커니즘에 있다. 럼블은 다른 챔피언들처럼 마나나 기력, 심지어 분노 등의 자원을 사용하지 않고, '열 수치'라는 특이한 자원을 활용한다.


이 열 수치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럼블 숙련도가 판가름 날 정도로 열 수치라는 자원은 중요하다. 관리하는 법은 간단하다. '위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스킬을 활용해 더 강력한 대미지를 선사하는 것. 하지만 무턱대고 스킬을 쓰다 보면 어느샌가 모든 스킬 창에 불이 꺼진 고철 덩어리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 대신 일반 공격이 강력해지는 만큼, 상황에 따른 열 수치 관리가 중요하다.

럼블의 꽃은 역시 궁극기인 '이퀄라이저 미사일'이다. 저 멀리서부터 일직선으로 바닥에 꽂히는 불꽃 미사일은 상대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 궁극기로 인해 럼블은 한타를 지배하는 챔피언으로 손꼽힌다. 물론 다소 익숙하지 않은 조작법을 익힌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 '근접 + AP' 캐스터에 특화된 룬과 특성 세팅

오래된 경력에 비해 특출난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Dyrus'는 럼블이라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와 친해지면서 전 세계 팬들에게 다시 한 번 본인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만나는 상대마다 모조리 불태워버리며 팀을 하드캐리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최근 'Dyrus'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기복이 심한 플레이로 인해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저평가 받았던 'Dyrus'. 이번 롤드컵 조별 예선에서 요들 단짝 친구와 함께 멋진 모습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이어가길 기원해본다.

그렇다면 'Dyrus'는 중요한 경기였던 스타 혼 로얄클럽과의 두 번째 대결에서 새로운 요들 단짝 친구, 럼블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메꿔준 'Dyrus'의 럼블, 어떻게 설계됐나?

다소 난이도 있는 조작법과 익숙지 않은 열 수치 관리. 하지만 럼블은 상대 정글러에게 갱킹만 허용하지 않는다면 한타는 물론, 라인전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챔피언이다. 이러한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일까? 라인전은 잘하지만 한타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던 'Dyrus'가 럼블을 꺼내 들었다. 럼블로 라인전은 더욱 강하게, 부족한 한타 능력은 보완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룬과 특성은 초반 라인전에 큰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요소이며, 다양한 룬과 특성 세팅을 통해 같은 챔피언이더라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Dyrus'는 럼블이라는 챔피언의 역할군인 근접 AP 캐스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근접 AP 캐스터는 말 그대로 가까이에 붙어서 마법 대미지로 싸우는 챔피언이다. 상대에게 마법 대미지를 주기 때문에 표식에는 마법 관통력 룬을 사용했고, 정수에는 고정 주문력 룬을 활용했다. 또한, 근접 챔피언의 특성상 많이 얻어 맞게 되어있다. 상대 라이너는 물리 대미지 비중이 적은 라이즈. 이에 'Dyrus'는 인장에 성장 체력 룬, 문양에는 마법 저항력 룬을 넣어줬다.


특성 역시 대부분의 AP 챔피언이 활용하는 21/9/0을 사용했다. 미드 AP 챔피언들은 21/0/9를 더 선호하지만, 럼블은 탑 라인에 주로 등장하는 '근접' 챔피언임을 잊지 말자.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받는 대미지를 줄이기 위해 방어 특성에 9포인트를 투자했다.


2. 럼블에게 중요한 마법 관통력, 아이템으로 극대화하다

"럼블은 마법사의 신발과 기괴한 가면만 나오면 된다." 실제로 이번 롤드컵에서 온게임넷의 김동준 해설 위원이 한 말이다. 약간의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럼블의 특징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한 문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럼블에게 초반 마법 관통력은 중요하다.


'Dyrus'의 초반 아이템 선택 역시 마법사의 신발기괴한 가면이었다. 라이즈와의 라인전에서 밀리지 않았고, 심지어 정글러인 'Amazing'의 도움으로 킬까지 기록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유리한 라인전에서 마법 저항력에 대한 투자는 사치가 될 수 있기에 'Dyrus'는 빠르게 럼블의 초반 '풀템'을 완성했다.


이후 'Dyrus'는 빠른 상황 판단을 보여준다. 상대는 라이즈-피즈로 2AP 조합이었고, 특히 'Corn'의 피즈는 괜찮은 성장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럼블로 마법 저항력만을 위한 아이템을 갖추기엔 대미지가 아쉬워진다. 이에 "Dyrus'는 심연의 홀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한다.

심연의 홀은 주문력과 마법 저항력을 동시에 올려주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심연의 홀의 진가는 고유 오오라에 있다.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상대의 마법 저항력을 20 감소시켜주는 오오라를 통해 마법 대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아이템 선택으로 'Dyrus'는 또 한 번 근접 AP 캐스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줬다.

적절한 아이템 선택으로 강력한 대미지를 선사해줄 수 있게 된 'Dyrus'의 럼블은 이후 좋은 시너지를 보여주는 라일라이의 수정홀리안드리의 고통을 구매했다. 탱키함과 깨알 같은 대미지 추가로 탑 라이너로서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탱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Dyrus'가 선택한 마지막 아이템은 모든 AP 챔피언의 필수 아이템인 존야의 모래시계였다. 특히, 럼블은 존야의 모래시계를 통해 생존력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공격 능력을 보장받는다. 마치 스웨인이 궁극기를 켠 상태에서 존야의 모래시계를 사용하면 무적 상태에서 체력이 회복되듯, 럼블 역시 불을 내뿜는 도중에 존야의 모래시계를 사용하면 일방적인 딜교환이 가능해진다.


※ 요들 친구를 얻게 된 'Dyrus', 여전히 고민거리는 남아있다

럼블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Dyrus'. TSM과 8강에서 만나는 삼성 화이트 입장에서도 'Dyrus'의 럼블은 쉽게 넘기기 어려운 카드일 것이다. 그만큼 그의 럼블은 조별 예선에서 큰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Dyrus'는 이러한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럼블 픽을 통해 좁은 챔피언 폭과 한타 페이즈에서의 무기력함을 극복해낸 만큼, 상대방이 럼블을 밴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Dyrus'는 또다시 좁은 챔피언 폭과 낮은 한타 기여도를 보여주는 탑 라이너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Dyrus'는 본인의 기존 주력 챔피언들의 플레이를 보강할지, 혹은 또 다른 깜짝 카드를 꺼내 들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든 데뷔 이후 무려 4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는 단점을 이번 롤드컵 8강에서 떨쳐내야 할 것이다.

▲ 8강에서도 ‘Dyrus’의 화염 방사기는 다시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