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4 준결승 1일차 경기. 조별예선과 8강전에서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삼성 화이트의 우세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전적은 삼성 블루 쪽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그렇다. 그 날 삼성 화이트는 무지막지하게 강했고 완벽했다. 전 세계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은 삼성 화이트의 경기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삼성 화이트의 챔피언 등극을 확신했다. 그리고 다시금 한 남자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렝가를 봉인 해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폭발시킨 사나이! 상대의 오브젝트는 물론, 팬들의 마음마저 훔쳐버린 마성의 매력남!

바로 그 주인공은 LoL계의 대도(大盜)! ‘댄디’ 최인규다.

▲ 세계 최고 정글러에 도전하고 있는 '댄디' 최인규


■ 굴욕의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최고라 불리기에 약간은 부족했던 '댄디' 최인규

“한국이 절대 해외 팀에게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2013년 8월 27일 인터뷰에서-

‘댄디’ 최인규의 발언은 해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시즌3 롤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그는 방송 인터뷰에 출연했고, 강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그동안 그가 보여준 뛰어난 경기력에 비춰보았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출사표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총 전적 5승 4패로 8강 진출 실패. ‘댄디’ 최인규는 바론 스틸에 성공하는 대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활약했지만, 팀의 부진 속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특히, Gambit Gaming과 Fnatic 같은 해외 팀들에게 연이은 패배를 당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결국, 같은 한국 대표로 출전한 SKT T1 K의 우승을 지켜만 봐야 했던 그는 쓸쓸하게 시즌3 롤드컵 무대를 떠나게 된다.

▲ 시즌3 롤드컵 직전에 진행된 '댄디' 최인규 인터뷰 영상
자신감 넘쳤던 그의 발언과는 달리, 롤드컵에서의 그의 성적은 초라했다
(출처 : MachinimaVS)

롤드컵의 여파는 컸다. 이어진 2013-14 롤챔스 윈터에서도 ‘댄디’ 최인규는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르반 4세 너프로 인해 드러난 좁은 챔프 폭이 문제였다. 물론, 준우승이라는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결승에서 만난 SKT T1 K에게 3대 0이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만다. 그는 분명 훌륭한 실력을 갖춘 선수였지만, ‘최고’라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2014 스프링 시즌을 기점으로 ‘댄디’ 최인규는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롤챔스 4강전에서 형제 팀 삼성 블루에게 패배했지만, 시야 장악과 정글링 그리고 한타 기여도까지 정글러로서 한층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특히, 2014 롤챔스 섬머에서는 ‘최고의 정글러’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멋진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문제는 성적이었다. 최고라는 수식어를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승컵이라는 전리품이 필요한 법. 하지만 스프링 시즌과 마찬가지로 ‘댄디’ 최인규는 삼성 블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다.

▲ 삼성 화이트와 '댄디' 최인규는 매번 삼성 블루의 푸른 장벽 앞에 좌절했다

최고의 실력을 갖추었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1% 부족한 상황. SKT T1 K와의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롤드컵 2회 연속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하지만, 랭크 게임 도중에 발생한 태도 문제로 팬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아픔을 겪는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그였기에, 팬들의 질책 또한 컸다.

반전이 필요했다. 아니 반드시 반전을 이뤄야 했다. ‘댄디’ 최인규는 이번 롤드컵에서 상대에게 승리를 훔치는 동시에 팬들의 마음마저 훔치는 대도다운 활약을 펼쳐야 했다. 그렇게 그의 두 번째 롤드컵은 시작됐다.


■ 부족했던 1%를 채우다! '댄디' 최인규, 세계 최고 정글러가 되기 위한 준비를 끝내다!

삼성 화이트와 ‘댄디’ 최인규는 완벽했다. 조별리그에서부터 8강전까지, 상대의 도박적인 전술에 당한 1패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세계 최강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4강전의 상대는 삼성 블루. 롤챔스 스프링과 섬머 때와 마찬가지로, 삼성 화이트는 자신의 형제 팀이자 유일한 천적을 맞이하게 되었다. 삼성 화이트가 그동안 넘지 못했던 파란 장벽을 무너뜨릴 것인가? 아니면 원래 그랬던 것처럼 삼성 블루가 이변 아닌 이변을 만들어 낼 것인가? 1세트의 결과가 중요했다.

‘댄디’ 최인규가 렝가를 선택했다. 비장의 한 수였다. 그는 8강전까지 단 한 번도 렝가를 선택하지 않았다. 렝가가 매번 밴을 당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렝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는 의도적으로 렝가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 정확히 말해 언제나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파란 장벽을 무너뜨려야 할 시점에 꺼내기 위해 렝가를 아낀 것이었다.

▲ '댄디' 최인규는 롤드컵 4강 전까지 철저히 렝가를 감췄다

봉인 해제된 ‘댄디’ 최인규의 렝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댄디’ 최인규는 렝가라는 챔피언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전투의 시작을 담당하는 돌격대장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1세트 초반 양 팀 모두 치열한 탐색전을 펼친다.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경기 11분 ‘댄디’ 최인규의 렝가가 봇 라인에서 성장하던 ‘다데’ 배어진의 야스오를 노리면서 깨진다.

갱킹 타이밍과 스킬 활용 그리고 상대의 타겟팅을 분산시키는 점멸 사용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탑 라이너들의 귀환 타이밍에 맞춘 강약 조절은 그가 왜 세계 최강 정글러 0순위 후보가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듯했다. 초반 이득을 통해 스노우볼을 불려 나가는 것이 렝가라는 챔피언이 장점이자 매력. 삼성 화이트는 완벽하게 1세트를 가져간다.

▲ 4강전의 첫 킬은 '댄디' 최인규의 기습에서 나왔다
(출처 : 온게임넷)

2세트 초반은 삼성 블루가 좋았다. 삼성 블루는 초반 인베이드 상황에서 선취점을 기록했고, 경기 3분경에 펼쳐진 드래곤 한타에서도 주요 딜러들이 킬을 기록하는 이득을 거둔다. 삼성 화이트 입장에서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승부수가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댄디’ 최인규는 초반 갱킹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는 6레벨 타이밍에 모든 것을 거는 전략을 선택한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믿었다. 기동력의 장화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댄디’ 최인규는 레드 버프 몬스터를 처치하는 동시에 6레벨을 달성. 곧바로 봇 라인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타겟은 ‘하트’ 이관형의 잔나였다. 이 승부수는 완벽하게 적중했고, 삼성 블루 쪽으로 기울었던 경기 흐름은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한다. 정글러의 정확한 상황 판단이 어떻게 경기를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 '댄디' 최인규의 모든 것을 건 승부수는 적중한다!
(출처 : 온게임넷)

반전된 분위기 속에서 삼성 화이트의 탈수기는 돌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이득을 거둔 삼성 화이트는 삼성 블루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린다. 그리고 경기 26분경, ‘댄디’ 최인규의 렝가는 상대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에게 강력한 한방을 꽂아 넣는다. 단순한 1킬 이상의 의미를 가진, 3세트 분위기에도 영향을 주는 슈퍼 플레이였다.

▲ 상대의 의지를 꺾어버린 '댄디' 최인규의 슈퍼 플레이
(출처 : 온게임넷)

1세트와 2세트에서 역대급 경기력을 선보인 삼성 화이트는 3세트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거둔다. ‘댄디’ 최인규는 리 신을 선택했고, 대도라는 별명처럼 멋지게 드래곤 스틸에 성공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3대 0 완승.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였고, 그 중심에는 분명 ‘댄디’ 최인규가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로얄 클럽과의 결승전. 로얄 클럽의 정글러는 한때 세계 최고 정글러로 인정받았던 ‘인섹’ 최인석이다.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정글러의 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가운데, ‘댄디’ 최인규가 로얄 클럽의 승리는 물론 팬들의 마음마저 훔치는 대도의 면모를 다시금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다양한 별명으로 팬들의 마음을 훔친 렝가

별명이 붙은 챔피언은 많다. 스킬을 활용해 이동속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람머스와 헤카림은 각각 '람머르기니'와 '헤라리'라고 불린다. 또한, 상대의 체력을 빨아먹는 블라디미르는 '모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등 특징이 확실히 드러나는 콘셉트를 가진 챔피언들은 유저들이 붙여준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오늘의 주인공인 '댄디' 최인규가 4강에서 보여준 렝가 역시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챔피언들이 콘셉트와 관련된 별명으로 불리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렝가의 별명은 '관짝 브레이커'와 '버그'. 왜 렝가는 이런 별명을 얻게 됐을까?

렝가는 연이은 너프로 고통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유저들은 새로운 아이템 빌드 등으로 렝가를 꾸준히 OP의 반열에 올라놨다. 이렇게 너프와 유저들의 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되자, 일부 유저들은 렝가에게 '관짝 브레이커'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또한, 렝가는 패치마다 꼭 버그를 한 두 개씩 유발했다. 이에 유저들은 렝가가 '버그' 그 자체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로 인해 '버그'라는 별명이 렝가에게 붙었다. 이로 인해 커뮤니티에서는 '버그'라는 표현 대신 '렝가'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ex. '버그가 있습니다' → '렝가가 있습니다')

'악플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플'이라는 말이 있다. 렝가의 별명에서는 부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긴 하지만, 사실 유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챔피언들은 이렇다 할 별명도 얻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렝가는 확실히 유저들의 마음을 훔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 다소 '연속 너프'와 '버그'라는 안 좋은 내용이 끼어들긴 했지만 말이다.


■ '대도' 최인규! 그의 렝가 세팅이 궁금하다

1. 빠른 이동 속도는 '대도'의 필수 요소? 다소 특이했던 룬 세팅

렝가와 같은 육식형 정글러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중반에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공격력에 많은 투자를 하게 마련이다. 표식과 정수에 고정 공격력 룬을 최대한 넣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댄디' 최인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댄디' 최인규는 강타 싸움에 능하다. 정글러들 모두 강타 싸움에서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지만, 이 선수는 대부분 이기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다소 멀다고 느껴졌던 곳에서 순식간에 다가와 강타 싸움에서 승리한다. 그렇기에 '대도'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정답이 될 순 없겠지만 '댄디' 최인규의 룬 세팅에 변수가 있다. 여타 육식 정글러처럼 최인규 역시 표식에는 고정 공격력 룬을, 인장에는 고정 방어력 룬, 문양에는 고정 마법 저항력 룬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룬을 활용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빠른 합류와 기습에 필요한 것은 역시 이동 속도. 최인규는 이동 속도 룬을 활용했다. 그리고 그의 이동 속도에 대한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 룬 세팅과의 절묘한 시너지가 돋보인 특성 세팅

사실 아무리 육식 정글러라고 해도 정수에는 이동 속도 룬을 넣어주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정글러의 기본은 빠른 이동 속도를 통한 역갱킹과 합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디' 최인규는 한 번 더 생각을 깊게 한 모양이다. 특성에서도 그의 이동 속도 사랑은 눈에 띄었다.


아무리 육식 정글러라고 해도 공격 특성에 21포인트를 넣어주고 나면 나머지 9포인트는 방어 쪽에 모두 투자해 최소한의 방어 능력을 갖추게 마련이다. 하지만 '댄디' 최인규는 보조 특성으로 눈을 돌렸다. 거의 모든 챔피언을 상대로 정글 지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렝가의 특성상 방어 특성에 나머지 포인트를 채워 넣기보다는 보조 특성에 있는 이동 속도 관련 특성에 3포인트를 투자해 이동 속도를 최대한 높였다.


3. 딜링과 탱킹의 조화를 보여준 아이템 트리

룬과 특성 세팅을 통해 초반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동 속도를 갖춘 '댄디' 최인규의 렝가. 이제 아이템을 통해 확실한 콘셉트를 살릴 때가 됐다. 그리고 그의 이동 속도 사랑은 아이템 선택에서 또다시 빛을 발한다.


정글러의 고정적인 첫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사냥꾼의 마체테 이후 '댄디' 최인규의 선택은 리글의 랜턴이었다. 렝가로는 무난한 선택. 여기서 최인규는 기동력의 장화를 선택해줌으로써 본인의 이동 속도 사랑을 표현했다. 보통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가 중요한 렝가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명석함의 아이오니아 장화를 사용해주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선택이었다.


'댄디' 최인규의 특이한 선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최인규의 렝가는 1세트 내내 루비 수정을 어떠한 상위 아이템으로도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다. 리글의 랜턴과 기동력의 장화만을 가지고 있는 타이밍에 탱킹에 취약함을 보여주는 렝가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했던 모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팀에 마땅한 탱커 역할을 수행할 챔피언이 없었기에 렝가의 다음 선택은 란두인의 예언이었다.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렝가의 특성상 란두인의 예언에 붙어 있는 사용 효과는 팀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상대 챔피언 중 '데프트' 김혁규의 바루스만의 유일한 변수라고 생각되는 상황이었기에 적절한 방어 아이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야생의 섬광과 기동력의 장화, 깨알 같은 루비 수정에 란두인의 예언까지 갖춘 '댄디' 최인규의 렝가는 상대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인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요우무의 유령검까지 구매해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6킬 0데스 14어시스트라는 놀라운 KDA를 만들어낸 요인들 중 하나가 됐다.


※ 드디어 파란 벽을 넘어선 '댄디' 최인규, 궁극의 목표를 향해!

국내 최고의 팀으로 불리던 MVP 오존. 롤드컵 시즌3에서의 참패와 연이은 내전에서의 패배. 분명 '댄디' 최인규에게 있어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인규와 삼성 화이트의 팀원들은 이를 극복해냈다. 그리고 롤드컵 시즌4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 무대에 올라갔다.

엘리스로 대표되는 똑똑한 정글 운영에 렝가로 공격성까지 가미한 '댄디' 최인규가 로얄클럽을 상대로 '세체정'이라는 타이틀에 도전한다. 과연 삼성 화이트, 그리고 최인규가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대도'가 될 수 있을지, 오는 19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모든 것이 결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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