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경, 넥슨은 도타2 한국 런칭을 기념해 온게임넷을 통해 '도타2 슈퍼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했다. 얼라이언스, DK, 프나틱, 팀 리퀴드 등 당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동서양 팀들을 한국에 초청해 실력을 겨뤄보자는 취지였으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당시 한국 도타2 실력은 하위권 중에서도 최하위권이었고 초청된 팀은 세계 최강급이었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기자도 수많은 도타2 리그를 관전했지만 그때처럼 한 쪽이 일방적으로 패배하는 경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난 2014년 12월 20일, KDL 우승, 준우승 팀이 각각 세계 랭킹 3위와 1위 팀을 상대로 세트 승리도 아닌 매치 승리를 거두는 대 이변이 일어났다. 한 번의 승리에 불과했지만, 작년 이맘때 해외 팀에게 그토록 처참하게 무너지던 한국 도타2 실력을 생각해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지난 1년간 한국 도타2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엥? 한국 도타2? 거기 완전...



첫 한국 도타2 리그인 NSL 시즌1에서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스타테일이 FXOpen을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 최강이라 불리던 FXOpen을 3:1로 제압한 스타테일은 다가올 슈퍼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던 통푸, VP와 같은 조에 속하며 '할만하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한국 리그 우승 팀은 당시 해외 팀에게는 그저 한 끼 식사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 팀은 밴픽, 운영, 한타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고 해외 팀의 노련한 운영에 말려 무너졌다. NSL 우승 팀 스타테일을 가볍게 제압한 VP는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 팀은 밴픽이 너무 단순해서 뭘 하려는지 다 보인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슈퍼 인비테이셔널이 끝난 후 개최된 NSL 시즌2에서는 전혀 뜻밖의 선수를 만나게 됐다. 전 디그니타스 소속이던 '데몬' 지미 호가 신생 팀 MVP 피닉스에 합류한 것이었다. fOu(당시 FXOpen)를 탈퇴한 '마치' 박태원도 MVP 피닉스에 들어오면서 신생팀이 국내 최강 전력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 처음으로 한국에 해외의 선진 문물(?)을 전파하고 떠난 '데몬' 지미 호


'데몬'의 파워는 당시 한국 팀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MVP 피닉스와 맞선 팀들은 '데몬' 한 명을 막지 못해 무너져내렸다. 한국 최강의 팀으로 불렸던 fOu도 외국인 용병 '블리츠' 윌리엄 리를 영입하며 8강에서 MVP 피닉스와 맞섰으나 '데몬'의 힘이 더 강력했다. 특히 2세트에서 '데몬'의 고통의 여왕은 '페비' 김용민의 길쌈꾼을 지독하게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솔로킬을 만들었다. '블리츠'의 용기사도 매우 뛰어난 활약을 보였으나, '데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 최강 팀 fOu가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결승에서 MVP 피닉스는 '큐오' 김선엽을 주축으로 한 '오인큐'와 맞붙어 3:2로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리그 내내 '데몬'의 활약이 워낙 뛰어난 탓에 '우승은 MVP 피닉스가 아니라 데몬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일각에서는 '데몬 한 명도 막지 못할 정도로 한국 팀이 약한가'라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한국 도타2 성장의 기폭제! 제퍼의 등장



fOu는 NSL 시즌2 8강에서 충격의 탈락을 한 뒤 팀의 주축인 김용민이 탈퇴하고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블리츠'는 fOu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갈 곳을 잃게 됐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곤경에 처한 '블리츠'를 돕기 위해 '퍼지'를 비롯한 친구들이 한국을 찾았고, 그렇게 팀 '제퍼'가 탄생했다.

NSL 시즌3에서 제퍼는 기존의 한국 팀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노련한 운영을 선보이며 파죽지세로 한국 팀들을 격파했다. 4강 승자전에서 EOT 해머가 제퍼를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으나, EOT 해머의 멤버도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 팀은 제퍼를 이길 수가 없나"하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초창기 한국에서 절대적인 실력을 자랑했던 제퍼의 멤버들. 이제는 보고싶은 얼굴들이다


MVP 핫식스와 오인큐를 꺾고 결승에 올라간 제퍼는 EOT 해머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하며 NSL 시즌3의 주인공으로 등극, 국내 최강의 팀이 됐다. NSL이 막을 내리고 새롭게 열린 KDL 시즌1에서도 제퍼는 여전히 강력한 위용을 자랑했다. 비록 제퍼의 멤버들이 1급 선수들은 아니었다지만 해외 팀에서 활동한 경력이 많았기에 그만큼 발전된 전략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처음 겪는 한국 팀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한국 팀들의 지상과제는 '제퍼에게 승리하기'가 됐다. 오인큐, 버드갱, MVP 피닉스가 제퍼에게 맞섰으나 오인큐와 버드갱은 잦은 팀원 교체로 전력에 구멍이 생겼고, '데몬'이 떠난 MVP 피닉스는 운영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유리했던 경기를 여러 차례 역전당했다. 제퍼는 KDL 시즌1 내내 단 하나의 매치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 팀은 도저히 제퍼를 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 헛되지 않았던 패배! TI의 기적



그러나 한국 팀들도 패배를 통해 배운 것은 있었다. 제퍼에게 당하는 동안 한국 팀들은 서서히 제퍼가 가져온 해외의 앞선 운영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시즌 초반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던 것과 달리 시간이 흐르자 팽팽한 경기를 여러 번 만들어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KDL 시즌2에서 한국 팀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제퍼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다.

한편, 각종 해외리그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은 한국 팀들은 그저 멀게만 느껴졌던 동남아 프로 팀을 상대로 조금씩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다. The Inaugural 리그에서 MVP 피닉스가 동남아 2티어로 평가받던 미네스키를 꺾으며 동남아 프로 팀을 상대로 값진 승리를 따낸 것이다.

그리고 2014년 5월, 전 세계 도타2 팀들의 꿈의 무대 '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이하 TI) 지역 예선이 펼쳐졌다. 한국에서는 MVP 피닉스와 제퍼가 참가했으나 양 팀에게 거는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다. 제퍼는 한국에서는 강력한 팀이었지만 동남아 대회만 나가면 이상할 정도로 힘을 쓰지 못했고, MVP 피닉스는 미네스키를 꺾은 기록이 있다곤 하나 아직 동남아 1티어급 팀을 상대로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동남아 1티어인 사이드를 격파할 것이라고 몇 명이나 예상했을까?


그러나 MVP 피닉스는 1일차에 3승 2패라는 예상외의 선전을 하더니, 2일차에는 동남아 1티어 사이드 게이밍을 꺾고 4전 전승을 기록했다. 동남아 예선 최종 기록 7승 2패. 당시 어느 누구도 한국 팀에게 기대할 수 없는 성적을 내며 승자전에 진출한 MVP 피닉스는 승자전과 최종전에서 애로우 게이밍에게 연달아 패했지만,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하면서 시애틀행 티켓을 확보했다.

와일드카드전을 대비해 치른 평가전에서 동남아의 절대자 타이탄, 중국의 통푸에게 패하며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발견한 MVP 피닉스는 TI 와일드카드전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VP를 2:0으로 잡아냈다. 슈퍼 인비테이셔널에서 VP에게 "한국 팀은 밴픽이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을 받은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비록 TI 본선을 눈앞에 두고 팀 리퀴드의 '랫 도타'에 당해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폭발적인 성장을 한 한국 도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날이었다.



■ 국내는 좁다!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 팀들



TI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온 MVP 피닉스는 KDL 시즌3에서 무실세트 전승 우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며 부동의 한국 최강자로 등극했으나, 그 위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간의 메타를 뿌리째 뒤흔드는 6.82패치가 적용되면서 하드캐리 메타에 익숙하지 않았던 MVP 피닉스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면 EOT 해머의 멤버들이 모여 이루어진 레이브는 원래부터 하드캐리를 잘 다루던 팀답게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MSI 2014 아시아-태평양 예선 결승에서 MVP 피닉스를 만난 레이브는 엄청난 팀워크를 선보이며 천적이었던 MVP 피닉스를 격파하고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6.82패치로 물 만난 물고기가 된 레이브는 동남아 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타이탄과 팀 말레이시아가 사라진 후 공석이었던 동남아 최강자의 자리를 꿰찼다. 국적은 필리핀으로 옮겼지만 한국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고 있는 레이브는 i-리그, MPGL, MSI 등 굵직한 해외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더더욱 실력을 쌓았다. MVP 피닉스를 상대로도 각종 리그에서 전승을 하며 지금까지 MVP 피닉스에게 그토록 밀렸던 팀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레이브와 달리 MVP 피닉스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MSI 2014에서 레이브에게 패한 뒤 잦은 포지션 변경을 시작했고, 경기력이 점점 나빠지더니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동남아 팀을 상대로 졸전을 펼치기도 했다. 실망한 팬들은 MVP 피닉스에게 비난을 쏟아냈다. 슬럼프가 1개월이 넘게 지속되면서 MVP 피닉스는 끝끝내 하드캐리 메타에 적응하지 못하는가 싶었다.

▲ 위기가 왔으면 기회도 오는 법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기회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MVP 피닉스가 IeSF 경기를 위해 아제르바이잔으로 출국한 사이, 곧 스웨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드림리그에 iG와 LGD가 비자 문제로 참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MVP 피닉스는 드림리그 아시아 예선에 참가했다가 일찌감치 탈락한 상태였으나, 본선에 진출한 두 팀이 오지 못하게 되면서 대타 참가 요청을 받아 곧바로 스웨덴으로 건너갔다.

드림리그에서 MVP 피닉스는 세계 초일류급 팀들을 상대로 그간 부진했던 팀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경기력을 폭발시켰다. 비록 6강 내에는 들지 못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정상급 팀과의 대련은 MVP 피닉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자신감을 되찾은 MVP 피닉스는 귀국 후 갑자기 경기력이 엄청나게 상승하더니 연전연승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MVP 피닉스는 i-리그 시즌2 동남아 예선에서 익스크레이션, 아르카니스, 제네시스를 모두 2:0으로 격파하고 결승에 안착했다. 반대편에서는 레이브가 16강에서 더프라임을 2:1로 꺾었고 8강, 4강에서 FD와 인베이젼을 모두 2:0으로 제압하면서 결승에 진출, 동남아 예선 결승전을 한국 팀 내전으로 만들었다. 결승에서 MVP 피닉스가 레이브를 2:0으로 꺾고 본선에 진출하면서 6.82 메타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선언했다.

▲ 한국 팀의 몸에 힘이 용솟음친다!


한국 팀의 발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MVP 피닉스는 스타래더 시즌11 동남아 예선에서 6승 3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 인베이젼과 FD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에 일찌감치 올라섰다. 특히 FD를 상대로는 초반 크게 불리했던 경기를 역전하면서 운영 능력도 크게 늘었음을 증명했다.

레이브도 만만치 않았다. 한참 전부터 스타래더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던 레이브는 플레이오프에서 FD에게 1:2로 패하며 패자조에 떨어졌으나, 패자조에서 인베이젼과 FD를 상대로 장기전을 펼치면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레이브와 MVP 피닉스 간 매치업이 성사, 또 한 번 동남아 예선 결승을 한국 내전으로 만듦과 동시에 i-리그에 이어 MVP 피닉스와의 결승전 2연전을 벌였다.

명경기를 펼친 양 팀은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결국 MVP 피닉스가 3:2로 승리하며 스타래더 본선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제는 완벽하게 동남아 최강자들이 된 두 팀은 다가올 KDL 시즌4 결승에서 세 번째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 한국 도타, 1년의 농사 끝에서 세계 최강을 잡아내다!



KDL 시즌4 결승에서 양 팀은 라이벌답게 또다시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3:2로 레이브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레이브는 'KDL 수맥 징크스'와 무관의 제왕이라는 설움을 완전히 털어내고 당당한 우승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매치는 지금부터였다. TI4 우승 팀과 준우승 팀인 뉴비와 VG가 파이널위크를 맞아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초청 상대가 정해졌을 때 여러 커뮤니티의 반응은 비슷비슷했다. "외화 유출이다", "중국 팀 용돈 쥐어준다"와 같은 반응뿐이었고 아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잘 하면 한 세트 정도는 잡을지도 모른다" 수준이었지 매치 승리를 따낼 것이란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레이브와 뉴비의 첫 세트가 끝날 때만 하더라도 기자는 속으로 '역시 아직은 무리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레이브는 2세트에서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나가 세이렌과 쟈키로 콤보를 완성시키면서 뉴비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상상도 못한 결과에 놀란 것은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캐리인 '하오'는 3세트에서 평소답지 않게 무리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레이브는 초반부터 격차를 벌렸다. 정인호 해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크리시'는 얼굴없는 전사로 극강의 캐리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승리로 견인했다. TI4에 얼굴도 비치지 못했던 레이브가 TI4 우승 팀을 잡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 레이브의 승리 공식, 세이렌의 노래 - 불바다 - 얼음길!


이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MVP 피닉스는 현 세계 랭킹 1위인 VG를 상대로 1세트를 17분 만에 내줬으나, 2세트에서 자신들의 최강 카드인 이오-가시멧돼지로 VG를 잡아냈다. 한국 팀의 필살 카드가 동남아 내에서만 먹히는 전략이 아니라 세계 1티어 팀에게도 통하는 전략임을 증명한 셈이다.

이어서 벌어진 3세트는 근래 최고의 명경기로 꼽힐 정도로 엄청난 경기가 나왔다. 로샨을 두고 벌어진 수차례의 전투는 하나하나가 역대급 장면이었다. 로샨을 가져가려는 MVP 피닉스와 이를 막으려는 VG의 기싸움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여러 차례 환호와 비명이 교차한 가운데 마침내 로샨은 MVP 피닉스의 손에 떨어졌고, 기세를 탄 MVP 피닉스는 파죽지세로 VG의 기지에 공격을 퍼부었다. VG는 버티고 또 버텼으나 결국 두 곳의 병영을 파괴 당하면서 GG를 선언했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동남아 2티어 팀을 잡으면 기뻐했던 한국 팀이 세계 랭킹 1위와 3위, TI4 우승과 준우승 팀을 잡아낸 것이다.

▲ 'iceiceice'가 연출한 희대의 명장면. 그러나 이 경기의 주인공은 결국 MVP 피닉스였다!




■ 드높아진 한국의 위상, KDL의 글로벌화와 TI5 선전을 기원하며



KDL 파이널위크를 통해 우리는 가능성을 봤다. 그 가능성은 허울 좋은 껍데기도 아니고 허황된 망상도 아닌, 분명한 현실이 되고 있다. MVP 피닉스는 도타2 아시아 챔피언십 리그에 초청 팀 자격으로 참가가 확정되었고, 스타래더와 i-리그 본선에 진출하며 이미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레이브 역시 MVP 피닉스와 함께 동남아 1, 2위를 다투는 최고의 팀으로 성장했다.

'그들만의 리그'란 꼬리표가 붙어다녔던 KDL도 이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리그가 됐다. 이제는 KDL도 글로벌 리그를 노려볼 만하다. 한국 팀은 더 이상 작년 슈퍼매치처럼 허무하게 모든 경기를 내줄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물론 KDL이 중장기 리그이기 때문에 동남아를 비롯한 외국 선수들을 모두 한국으로 초청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스타래더나 더 서밋처럼 온라인으로 지역 예선을 치르게 하고 한국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면 한국 선수들의 성장에 더욱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VG와 뉴비를 이벤트 매치에서 한 번씩 잡아낸 것만으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넥슨의 투자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넥슨의 지속적인 투자가 유지된다면 다가올 TI5에서도 한국 팀은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팀이 VG, 뉴비를 잡았다고 자만하지 않고 스타래더, i-리그, 아시아 챔피언십 등에서 여전히 해외 팀에게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며 경기력을 갈고 닦는다면 또 한 번 기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기자 역시 8년 가량 도타를 즐겨온 유저로서, '꿈의 무대' TI5에서 한국 팀이 성과를 올리는 모습을 꼭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다음에는 이벤트전이 아닌 TI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