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전반기 동안 발생했던 다양한 이슈들을 둘러본 시간 여행이 마무리됐다. 반 년 동안 일어났던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삼성 블루와 KT 애로우즈의 놀라운 반전과 SKT T1 K의 성공적인 '힐링'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고, 승부 조작과 관련된 사건에 힘겨워했던 적도 있었다.

이제 나머지 반 년 동안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확인해 볼 차례다. 전반기 이슈들을 함께 둘러보며 준비해둔 간식이 바닥을 드러냈다면, 또 다른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반기 역시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명경기 속 빛났던 대한민국의 위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4


1. 시작부터 분산 개최로 멍들었던 월드 챔피언십 2014

▲롤드컵 2014가 시작됐다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팬들은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됐다. 당초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던 롤드컵이 '분산 개최'로 진행된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16강을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진행하고 8강부터 결승전만을 한국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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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루머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2013년 11월 공식 발표된 내용은 분명, 롤드컵이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4년 6월, 한국e스포츠협회의 공식 발표로 이러한 루머가 사실임이 밝혀지자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게임즈가 성난 팬심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롤드컵 보이코트에 대한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롤드컵 분산 개최는 확정된 상태였다.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2014년 롤드컵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출발을 보였다.


2. 삼성 형제 팀과 나진 실드, 대한민국 대표로 나서다!

▲ 대한민국 대표로 선발된 삼성 형제 팀과 나진 실드

분산 개최의 충격이 사그라지기 시작할 때쯤, 롤드컵에 나설 대한민국 대표 세 팀이 정해지는 롤드컵 선발전이 진행됐다. 이미 총 세 자리 중 한 자리는 확정된 상황이었다. 핫식스 롤챔스 스프링 2014시즌 우승과 섬머 시즌 준우승을 거머쥔 삼성 블루가 서킷 포인트 1위 자리를 일찌감치 확정 지었던 것. 남은 두 자리를 놓고 삼성 화이트와 SKT T1 K, KT 애로우즈와 불리츠, 나진 실드가 대결을 펼치게 됐다.

먼저 서킷 포인트 공동 2위에 오른 삼성 화이트와 SKT T1 K가 지독한 악연으로 다시 만났다. 한 팀은 롤드컵에 직행하고 한 팀은 대표선발전으로 떨어지는 상황. 여기서 삼성 화이트가 특유의 '탈수기 운영'의 정점을 선보이며 SKT T1 K를 제압, 롤드컵 직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과거부터 이어진 라이벌 간의 대결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완벽한 승리였다.

이제 남은 자리는 단 하나. 이를 차지하기 위한 네 팀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서킷 포인트 5위와 6위를 차지한 나진 실드와 KT 불리츠가 먼저 경기에 나섰다. 두 '언더독'의 대결에서 나진 실드가 깔끔한 승리를 차지하며 서킷 포인트 4위 KT 애로우즈와 만났다. 섬머 시즌 챔피언이었던 KT 애로우즈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나진 실드가 또다시 3:0 완승을 하며 롤드컵 진출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놨다.

2013년 롤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SKT T1 K와 KT 형제 팀을 연이어 격파하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던 나진 실드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세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나진 실드가 SKT T1 K를 3:1로 제압하며 롤드컵 진출권을 손에 넣었던 것. 그렇게 나진 실드는 삼성의 두 형제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 자격으로 동남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3. 극명했던 지역별 격차! 조별 예선과 8강

각 지역을 대표하는 게임단이 모두 확정되면서 롤드컵은 그 화려한 막을 올릴 준비를 마쳤다. 대만과 싱가포르가 그 역할을 맡았다. 대만 NTU 스포츠 센터와 싱가포르 엑스포에서 조별 예선이 열렸다. 수많은 명경기 속에서 끝까지 8강 진출 팀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다양한 스토리가 연출된 끝에 8강 진출 팀이 모두 결정됐다.

▲ 유럽과 동남아의 몰락, 북미의 선전

결과는 지역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꾸준히 롤드컵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던 유럽 지역 대표팀들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통의 강호 프나틱과 SK 게이밍은 물론,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얼라이언스 모두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롤드컵 시즌2를 통해 이름을 알렸던 동남아 대표 팀들 역시 한국행 티켓을 얻지 못하며 현지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반면, 팬들 사이에서 '북미잼'이라는 별명으로 놀림당하던 북미 지역 대표팀의 결과는 좋았다. TSM과 Cloud9이 8강에 오르며 달라진 북미 지역의 위상을 뽐냈다.

8강부터는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진행됐다.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8강. 첫 경기는 삼성 화이트와 TSM의 경기였다. 모두가 삼성 화이트의 승리를 점쳤지만, TSM이 조별 예선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결과는 삼성 화이트의 승리. 비록 한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삼성 화이트의 완벽한 경기력은 여전했다.

8강 2경기는 삼성 블루와 Cloud9의 대결이었다. 삼성 블루가 1세트에 불안한 출발을 보이며 1패를 먼저 기록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1위 삼성 블루는 흔들리지 않았다. 곧 전열을 가다듬어 3연승을 기록하며 4강에 합류, 또다시 형제 팀인 삼성 화이트와 대결을 펼치게 됐다. 8강 3경기와 4경기에서 모두 중국 대표 팀인 스타 혼 로얄클럽과 OMG가 승리를 차지하며 4강에 합류했다. 이로써, 4강은 한국 대 한국, 중국 대 중국이라는 다소 색다른 맞대결이 구성됐고, 결승전은 2013년 롤드컵에 이어 또다시 한국 대 중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정됐다.

▲ 4강에 진출한 삼성 형제 팀과 로얄클럽, OMG


4. 한국을 넘어 세계를 정복한 '삼성 왕조'

2014 월드 챔피언십 시즌4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전문가가 삼성 화이트의 우승을 점쳤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조별 예선부터 압도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삼성 화이트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완전무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의 최강 팀으로 불린 EDG를 제압하고, 북미의 자존심 TSM도 무너뜨렸다. 유일하게 삼성 화이트를 이길 가능성이 있는 팀은 삼성 블루 뿐이라고 생각했다.

▲ 장군님의 점퍼 수여식

하지만 그런 삼성 블루도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1세트부터 모든 경기의 주도권을 삼성 화이트가 가지고 있었고, 삼성 블루는 특유의 한타 능력으로도 탈수기 운영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 블루는 아름다운 패자였다. 결승으로 올라간 형제팀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3대 0으로 '천적' 삼성 블루마저 꺾은 삼성 화이트는 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시즌4 결승 무대 역시 한국과 중국 구도를 이뤘다. 삼성 화이트와 로얄 클럽이 만난 것.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이 버티고 있는 로얄 클럽이었지만, 삼성 화이트의 운영을 막지 못했다.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한 삼성 화이트는 깔끔하게 월드 챔피언십 시즌4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을 지배했던 10명의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삼성 왕조'를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시즌3에 이어 한국이 시즌4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월드 챔피언십 무대는 막을 내렸다.

▲ 2014년 세계 최강은 삼성 화이트였다



5. 롤드컵 2014, 시작은 삐걱거렸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분명 2014년 롤드컵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기존의 발표와는 사뭇 달랐던 분산 개최 소식에 팬들은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을 또다시 뒤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게임즈의 노력에도 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롤드컵 2014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팬들에게 아쉬움 대신 환희를 선사했다. 조별 예선부터 각 지역 대표팀들이 보여줬던 다양한 스토리와 경기력이 팬들의 마음을 녹였다. 특히,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결승전은 e스포츠 역사상 첫 '4만 유료 관객 입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년의 롤드컵은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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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과 우려 모았던 롤챔스 개편안, 희망 향해 나아가다


1. 롤챔스 개편안 공개, 흔들리는 팬심

2014 월드 챔피언십 시즌4가 성황리 마무리되고, 새로운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윈터 시즌 폐지 및 롤챔스 개편'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팬들은 공식 입장을 원했고 10월 28일, 드디어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국내 LoL 2015년 시즌 개편안을 발표했다.

▲ 3사가 발표한 개편안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기존에 추운 겨울을 뜨겁게 만들어줬던 롤챔스 윈터 시즌이 폐지된다는 점에 대한 반발이 많았고,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가안으로 내세운 개편안은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상위 7팀 시드 제공과 단일팀 체제 10인 엔트리'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이런 팬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듣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 라이엇 게임즈, 그리고 온게임넷이 함께한 공청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 공청회는 오히려 논란을 크게 만들었다. 팬들과 소통을 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실제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편 최종안에 대해 불안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11월 11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개편 최종안을 공개했다. 이 최종안에서 한국e스포츠협회는 팬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국내 e스포츠를 한층 발전시킬 수 있을 법한 내용이 많았다. 이렇게 팬들의 의견이 들어간 개편 최종안이 발표되면서 뜨거웠던 논란은 사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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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을 떠나는 스타 플레이어들

세계 대회가 끝난 직후, 많은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소식은 바로 선수들의 해외 이적이었다. 6월 1일, 중국 로얄 클럽으로 이적한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의 영향이었을까. 국내 무대를 뜨겁게 만들어준 많은 선수가 중국, 미국, 유럽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지역으로 떠났다.

▲ 정말 많은 선수들이 해외 팀으로 이적했다

그 시작은 '카카오' 이병권과 '루키' 송의진이었다. KT 애로우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두 선수가 중국 무대로 진출을 선언했고, 이 둘에 이어 '마타' 조세형, '임프' 구승빈, '피글렛' 채광진 등 많은 선수가 국내 무대를 떠났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진까지 영입하는 해외 팀들도 많았다.

선수들이 떠나는 이유도 다양했다. 꿈의 무대,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기 위해 해외 무대를 선택한 선수가 있었고,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선수가 있었다. 또,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도전을 하기 위해 떠난다고 말하는 선수도 몇몇 있었다. 이렇게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스타 플레이어들. 이를 보는 국내 팬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아직도 진행 중이다.


3. 2015 LoL 챔피언스 코리아 프리시즌 시작

▲ 국내 첫 LoL 대회 프리시즌이 개막했다

많은 우려 속에 시작한 2015 LoL 챔피언스 코리아 프리시즌.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꽤 단단한 구조와 형태를 갖춘 모습이었다. 그리고 경기 내용도 훌륭했다. 이번 LoL 프리시즌 패치가 역대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팬들은 이렇게 완전히 변한 메타 속에서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궁금해했다.

새롭게 등장한 선수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특히, 삼성 갤럭시 같은 경우 10명의 선수가 모두 해외로 떠나 무력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인들의 패기는 엄청났고, 화끈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SKT T1 역시 '최강'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경기력으로 팬들의 눈을 '호강'시켜줬다.

그렇게 폐지된 윈터 시즌 대신 진행된 2015 LoL 챔피언스 코리아 프리시즌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3주간 있었던 '맛보기' 형태의 프리시즌이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평가는 긍정적이고 스프링 시즌을 기대하게 하였다.

▲ 그렇게 2014년의 끝이 찾아왔다


■ 다사다난했던 2014년, 밝은 내일을 꿈꾸다!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LoL의 2014년 한 해를 정리하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토록 많은 이슈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던 때가 또 있었나 싶다. 1년 동안 LoL과 관련된 다양한 대회와 사건사고들을 취재했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좋지 않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팬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LoL 커뮤니티의 분위기 역시 심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참 많은 말이 오갔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하는 사건들 속에서 우리 모두의 마음은 심란해져 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수많은 시련 속에서 중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항상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찬란한 영광의 순간들과 행복했던 기억들도 많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무시당하기만 했었던 팀들의 엄청난 '반전'에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당당히 알린 선수들을 통해 자부심을 느꼈던 적도 있었다. 분명, 우리는 행복했다.

그리고 2014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 우리 모두 밝고 희망찬 내일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항상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2014년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더욱 성숙해졌다. 다가올 2015년을 위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숙제는 희망을 품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