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최고의 프로 선수들이 맞붙는 무대, 롤 챔피언스(이하 롤챔스)입니다. 최고의 무대에 어울리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결과가 가득했던 2014년의 롤챔스. 최고의 경기를 목격한 팬들은 섬머 시즌 이후 윈터 시즌이 열리지 않아, 유독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진행되고 있는 롤챔스 경기는 없지만, 롤챔스와 함께 환호했던 기억은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2014년, 롤챔스에서 가장 뜨거웠던 명장면만을 모은 2014 롤챔스 화제의 경기들! 2014년 롤챔스 화제의 중심에 있던 경기들을 돌아보며, 롤챔스가 없는 쓸쓸한 마음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 정신없이 달려갈 2015시즌 롤챔스가 오기 전에 말이죠!


■ 2013-2014 윈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윈터 시즌!


□ 이걸 나진이! 지능형 플레이어, 노페의 거대한 설계!


리그오브레전드는 전투가 모인 '전쟁' 게임입니다. 계속된 전투가 있고, 그 전투들이 모여 하나의 전쟁이 됩니다. 몇 번의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결국 전쟁에서 이긴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따라서 수준 높은 전략가들은 눈앞의 전투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며 전쟁의 승리를 손에 넣곤 합니다.

2014년 1월 1일. 나진 실드와 제닉스 스톰간의 맞대결. 이 경기에서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이 펼쳐집니다. 이 역전극의 중심엔 나진 실드의 책사, '노페' 아니, '노갈량' 정노철이 있었습니다. 노페는 평소 전략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선수였고, 피지컬보다는 두뇌 싸움으로 이득을 챙기는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선수 인생 최고의 판을 설계합니다. 어찌나 치밀한 설계인지, 응원하는 팬들은 물론 같은 팀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정도의 설계를 말이죠.

▲ 지략의 대가, '노갈량' 정노철, 게임을 설계하다.


시합은 나진 실드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나진 실드는 제닉스 스톰의 기세 앞에, 시종일관 경기를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킬 스코어는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벌어졌고, 글로벌 골드 역시 큰 차이로 제닉스 스톰이 앞서나갔습니다. 제닉스 스톰의 코코와 피카부의 스킬 연계는 환상 그 이상이었고 애로우의 이즈리얼은 전장을 지배했습니다.

노페의 플레이 역시 아쉬웠습니다. 그의 플레이는 최상급 리 신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시도한 인섹킥은 모두 아군의 손해로 이어졌고, 무리한 플레이는 나진 실드를 패배로 몰아넣었습니다. 팬들은 이번 게임의 승리는 제닉스 스톰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걸 역전한다고 믿은 나진의 팬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게, 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이니시에이팅으로 내지른 발차기는, 차는 족족 전투의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 이니시에이팅이라기 보단, 던지기에 가까운 노페의 절망적인 발차기!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나진 실드는 호락호락 무너질 팀은 아니었습니다. '꿍' 유병진의 정교한 술통 폭발과, '세이브' 백영진의 카직스가 미쳐 날뛰기 시작합니다. 나진 실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스킬 연계로 기회를 잡습니다. 단숨에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어쩌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말이죠.

하지만 이 찬스를 노페가 날려버립니다. 제닉스 스톰의 이즈리얼에게 무리하게 접근하여, 역으로 킬을 내어주고 맙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강타 싸움을 할 정글러의 장시간 게임 이탈. 이것은 곧 제닉스 스톰에게 찾아온 찬스였습니다. '진작 끝내야할 경기가 이제 끝나구나'하고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아쉬운 노페의 플레이. 하지만 이 플레이는 기적으로 이어진다! (영상캡쳐: 온게임넷)


상대 정글러를 잡아낸 제닉스 스톰. 곧장 바론으로 향합니다. 노페 리 신의 부활까지는 긴 시간이 남았고, 바론은 당연히 제닉스 스톰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론을 먹으면 나진이 간신히 붙잡고 있는 가느다란 동아줄 정도는 손쉽게 잘라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닉스 스톰이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갈량'의 존재를 말이죠. 제닉스 스톰은 승리에 취해 바론으로 다가갔고, 그것은 노페의 계략이었습니다. 제닉스 스톰이 공격하던 바론은, 꿍의 술통 폭발 한 방으로 나진 실드의 것이 되었고, 게임의 승리 역시 나진 실드의 몫이었습니다.

이 패배는 바론 오더를 내린 제닉스 스톰의 오더 미스였을까요? 천만에. 적 정글러가 장시간 게임을 이탈했다면, 바론을 가는 것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노갈량'은 그 당연한 사실 위에 자신의 계략을 겹쳐 두었고, 게임 내내 던지는 것을 위장하여 복선을 깔아두어 제닉스 스톰을 낚았습니다. 노페 선수 본인이 아닌 한, 확인은 어렵지만, 아마도 노갈량의 눈엔 게임 시작부터 바론 스틸까지의 장면이 모두 보였던 것이 아닐까요? 근거는 없지만 말이죠!

▲ 노갈량이 그린, 예술에 가까운 거대한 설계를 목격하라! (영상출처: 온게임넷)



□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승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명포수, 요기 베라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이 말은 스포츠의 기본 이념이 될 정도로 깊게 자리 잡은 말이 되었습니다. 스포츠맨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고,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을 만들어내었습니다. 반대로, 시합이 끝나기도 전에 승리에 취해, 안일한 플레이로 승리를 날려먹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리그오브레전드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SKT T1 K와 KT 불리츠. 당시 SKT T1 K는 누구도 꺾을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SKT T1 K는 2013-2014년 윈터 시즌에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을 채로 KT 불리츠를 만납니다. 하지만 KT 불리츠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미칠듯한 기세의 SKT T1 K를 꺾을 단 한 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KT 불리츠 외엔 없다'가 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으니까요.


▲ 당시 SKT T1 K의 기세를 꺾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싱거웠습니다. SKT T1 K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KT 불리츠를 짓눌렀습니다. 순식간에 세트 스코어는 2:0이 되었고, SKT T1 K의 결승진출까지 필요한 세트는 단 한 세트였습니다.

3세트 역시 '페이커' 이상혁의 독무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리븐을 선택, 시종일관 KT 불리츠의 챔피언을 압도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기세까지 타자, 도저히 막을 수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페이커의 눈부신 플레이로, 게임이 끝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 페이커의 리븐은 KT 불리츠 챔피언들을 초토화시켰다 (영상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KT 불리츠 역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SKT T1 K의 마지막 남은 맞수라는 평가답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저항합니다. 특히 안정적인 플레이로 캐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되던 '스코어' 고동빈은, 베인으로 멋지게 활약하며 반전의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SKT T1 K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페이커를 중심으로한 SKT T1 K의 힘은 막강했고, KT 불리츠의 넥서스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이었습니다.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KT 불리츠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리고 그 최선은 기회라는 형태로 보답 받습니다.


▲ 누구나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상황. 하지만 KT 불리츠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영상캡쳐: 온게임넷)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 KT 불리츠는 패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SKT T1 K의 벽을 넘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KT 불리츠의 포기하지 않는 투지는 KT를 응원하는 팬들은 물론, 전 세계 LoL팬들을 환호하게 했습니다.

SKT T1 K는 결국 2013-2014시즌에 단 한 경기도 패배하지 않고, 전승 우승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당대 최강의 선수인 페이커의 머리를 스스로 쥐어뜯게 만들고, 전승 우승 최고의 난관을 만든 KT 불리츠에게 팬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경기는 롤챔스 최고의 명경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걸 잘 보여준 KT 불리츠의 포기하지 않는 투지! (영상 출처: 온게임넷)



■ 2014 스프링, 한타의 극과 극! 삼성 블루의 브론즈식 한타와 기묘한 한타!


□ 예능 한타! 삼성 블루와 KT 불릿츠가 보여준 실수연발 한타 싸움!

롤챔스 정상에 도전하는 모두가 최정상급 플레이어란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들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LoL을 가장 잘하는 선수들입니다. 일반 유저들보다 훨씬 앞을 내다보고,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환상적인 플레이를 아무렇지 않게 해냅니다.

일반 유저와 프로 선수들의 기량 중, 크게 차이 나는 한 부분은 바로 '스킬 적중률'입니다. 프로 선수들은 게임에 대한 숙련도가 높아, 논타겟팅 스킬의 적중률이 일반 유저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따라서 허공에 스킬을 허무하게 날리는 일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리그오브레전드의 전문가고,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프로이기 때문이죠.


▲ 프로 레벨의 선수들은 논타겟팅 스킬을 타겟팅 스킬처럼 적중시킨다. 그것이 프로의 클래스. (영상캡쳐: 온게임넷)


2014 롤챔스 스프링 삼성 블루와 KT 불리츠간의 맞대결. 경기 초반부터 수준 높은 공방전이 이어졌습니다. 무섭게 기세가 오른 삼성 블루와, 그 기세를 꺾기 위한 KT 불리츠의 맞대결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의 격렬한 전투가 계속해서 펼쳐졌습니다. 팬들은 손에 땀을 쥐고 이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리하게 라인을 밀고 있던 '다데' 배어진의 오리아나를 '인섹' 최인석의 리 신이 급습합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완벽한 갱킹 각. 그리고 리 신의 파일럿은 세계 최고의 리 신 플레이어라고 평가받던 인섹. KT 불리츠가 미드 라인에서 큰 득점을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섹이 날린 음파는 허무하게 허공을 가릅니다. 그리고 이 빗나간 음파는,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해준 '예능 한타'의 신호탄이었습니다.


▲ 인섹이 쏘아올린 '큰 웃음 한타'의 신호탄! (영상캡쳐: 온게임넷)


빗나간 음파. 하지만 인섹은 침착하게 점멸을 사용하여 '인섹킥'을 다데에게 적중 시킵니다. 폼은 조금 빠졌지만, 이 정도도 나쁘지 않는 결과. 하지만 '다데' 배어진이 인섹이 건넨 예능 음파의 바톤을 이어갑니다.

다데는 인섹에게 차여 날아가면서, 빠르게 판단합니다. 순간적으로 퇴각하는 리 신과, 갱킹에 호응하기 위해 근접한 그라가스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말이죠. 판단이 끝난 다데는 곧장 행동으로 옮깁니다. 충격파의 발사. 하지만 이 충격파는, 오리아나 유저들이 흔히 말하는 '공기팡'이 됩니다. 애꿎은 공기에게 충격만 주는 결과만을 낳습니다.


▲ 평소의 다데답지 않은 공기팡 작렬! (영상캡쳐: 온게임넷)


공기팡은 허공을 갈랐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데가 이어간 예능의 바톤을 KT 불리츠의 서포터. '마파' 원상연이 이어갑니다. 마파는 공기팡을 날리고 허둥지둥 도망치는 다데를 향해 애니의 궁극기를 발사합니다. 하지만 이 궁극기 역시 지면을 강타합니다. 한 번 시작된 예능 릴레이는 쉽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흡사 아군을 향해 발사한듯한 '정조준 일격'이 지나가고, 마지막은 예능의 마침표, '감성 센도'까지 이어집니다.

팬들은 박장대소했습니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하위 티어에서 볼 법한 한타를 계속해서 펼친다는 것에 말이죠. 평소 그들이 보여준 모습과 다르기에, 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준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전설이 될 한타는 오랫동안 팬들에게 회자됩니다. '롤챔스 브론즈 한타'와 같은 이름으로 말이죠!


▲ 전설이 된 롤챔스 브론즈 한타!
(출처 : 온게임넷)



□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의 강함! 삼성 블루식 기묘한 한타

2013년의 SKT T1 K는 강했습니다. 그들은 게임 전체를 지배하며 상대를 압살했습니다. 누구도 SKT T1 K를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강했던 SKT T1 K는, 삼성 오존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삼성 오존은 정교하고 신속하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흔드는 '탈수기 운영'으로 SKT T1 K 왕조를 끝냅니다.

최강을 꺾은 삼성 오존. 하지만 그들이 스프링 시즌 왕좌를 차지하진 못합니다. '삼성 오존 하드 카운터'라고 불릴정도로 삼성 오존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 삼성 블루가 있었기 때문이죠. 앞서 브론즈 한타를 보여준 삼성 블루는, 사실 브론즈 한타보단,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한타'로 더 유명한 팀입니다. 그리고 그 기묘한 한타력은, 완벽에 가까운 운영을 보이는 삼성 오존의 하드 카운터로 작용합니다.


▲ 완벽한 삼성 오존을 제압하던 유일한 팀, 삼성 블루!


2014 롤챔스 스프링 4강전.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에서 삼성 형제팀이 맞붙습니다. 삼성 오존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직전 시즌 우승팀인 SKT T1 K를 놀라운 경기력으로 제압하고 올라왔기때문이죠. 삼성 오존과 SKT T1 K의 8강전을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평가하던 팬들도 많았던 만큼, 그 경기를 압도하고 4강으로 진출한 삼성 오존이 삼성 블루를 꺾을 거라고 생각한 팬들 역시 많았습니다.

하지만 카운터는 괜히 카운터가 아닌 법. 삼성 블루는 삼성 오존에게 유독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삼성 블루는 세트스코어 2:1로 앞서가며, 삼성 오존의 목을 죄여갑니다. 하지만 삼성 오존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4세트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며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 경기 시작 20분, 킬스코어 8:3으로 앞서가는 삼성 오존 (영상캡쳐: 온게임넷)


삼성 오존은 20분만에 8:3으로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합니다. 안 그래도 빈틈없는 운영을 펼치는 삼성 오존이 초반부터 이 정도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간다는 것은, 그들의 승리 공식인 '탈수기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많은 팬들은 아무리 삼성 블루라도 이정도 격차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블루의 한타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들은 분명 밀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페이스를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감하게 한타를 엽니다. 분명히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한타 역시 삼성 블루의 패배로 끝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삼성 블루의 승리. 지켜보는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삼성 블루의 '기묘한 한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 보고 있어도 쉽게 믿기 힘든 삼성 블루의 놀라운 한타! (영상캡쳐: 온게임넷)



이 기묘한 한타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삼성 블루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니시에이팅을 하고, 놀라운 결과를 계속해서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불리했던 4세트마저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합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완벽의 삼성 오존을 잡아낸 삼성 블루. 팬들은 삼성 블루가 보여준 믿기 힘든 기묘한 한타를 쉽게 잊지 못할 것입니다.

▲ 삼성 블루의 기묘한 한타가 만든 역전극
(영상 출처: 온게임넷)



■ 2014 섬머, 지나치게 침착한 수비, 그리고 지나치게 과감한 공격!


□ 여기서 질 순 없다. 집념의 한 시간 게임의 결과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격은 관중을,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고 말이죠. 화려한 공격적 플레이는 팬들을 만족시키고 환호하게 만들지만, 결국 승리하는 쪽은 수비가 단단한 쪽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프로들의 제 1목표는 승리하는 것. 따라서 안정과 수비를 가장 먼저 고려한 후, 공격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수비가 잘된다면 최소 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뜻하고, 지지 않는다는 것은 언제든 이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프로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전략을 짜지만, 보는 팬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수비하며 전투 국면을 길게 끌고 가는 것 보단, 박진감 넘치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계속 보고 싶은 게 팬들의 마음이니까요.

팬들의 바람과 달리, 2014 롤챔스 섬머 시즌엔 수비의 끝판왕이 등장합니다. 그 챔피언은 바로 직스. 흔히 '1박 2일' 메타의 창시자로 불리는 직스는, 압도적인 라인 클리어 능력을 통해 '수비의 궁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성에 특화된 챔피언입니다. 많은 프로 팀들은 지지 않는 경기를 만들어주는 직스는 중용했고, 그만큼 롤챔스는 길어졌습니다.


▲ '미니언은 바로 여기서 멈춘다' LoL계의 파비오 칸나바로, 직스


그리고 이 직스를 가장 잘 사용하는 선수가 바로 SKT T1 S의 미드라이너, 이지훈이었습니다. 평소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하는 선수인 이지훈에게 직스를 쥐어주자 둘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지훈의 직스는 뚫을 수 없는 철벽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수비는 '인내'입니다. 상대의 계속된 공격 속에, 몸은 잔뜩 웅크리고 언젠가 올 기회를 기다리며 버티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괴롭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맹공을 그저 몸으로 받아 내야만 하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이지훈과 SKT T1 S는 그 과정을 묵묵히 수행했고,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 만약 롤챔스에 '수비상'이 있다면 그 상은 분명 이지훈의 몫이다


2014 롤챔스 섬머, SKT T1 S와 나진 소드의 8강전 5세트. 양 팀은 4강으로 가는 한 장의 티켓을 두고, 5세트 블라인드 매치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펼칩니다. 5세트의 무게감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승리하는 팀은 4강으로, 지는 팀은 여기서 섬머 시즌이 끝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블라인드 픽에서 이지훈은 직스를 뽑아듭니다. 그것은 곧 '이 게임은 절대 질 수 없다'고 말하는 이지훈과 SKT T1 S의 출사표였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SKT T1 S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나진 소드는 공격적인 운영으로 SKT T1 S를 압박했고, 큰 이득을 얻으며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 킬 스코어 15:4, 글로벌골드 역시 1만 이상 뒤쳐진 SKT T1 S (영상캡쳐: 온게임넷)


SKT T1 S 입장에선 이보다 더 안 좋을 수 없었습니다. 나진 소드는 적극적으로 라인을 압박하고, 스플릿 푸시를 하며 다양한 루트로 득점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반명 SKT T1 S는 묵묵히 버틸 수밖에 없었습니다.

SKT T1 S는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언젠가 올 찬스를 기다리며, 몸을 웅크리고 나진 소드의 맹공을 몸으로 받아냅니다. 그 중심엔 이지훈의 직스가 있었습니다. 계속 된 수비. 하지만 SKT T1 S에게도 기회가 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바로 경기 시작 50분경 펼쳐진 바론 앞 한타에서 승리한 것. 기적적인 승리를 쟁취한 SKT T1 S는, 곧바로 반격의 채비를 갖춥니다.


▲ 계속된 수비의 끝엔, 반전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상캡쳐: 온게임넷)


한타 대승, 그리고 획득한 바론. 하지만 이 플레이 하나로 'SKT T1 S가 이 경기를 역전했다'라고 말하긴 힘들었습니다. 나진 소드에겐 지금까지 쌓아온 압도적 우위가 있었고, 한 번의 한타 패배로 이 모든게 뒤집어졌다고 말하긴 어려웠습니다. SKT T1 S는 수비하는 것 만큼, 공격 역시 신중하게 풀어갑니다. 그들은 긴 고통의 시간 끝에 얻은 천금과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신중한 플레이를 이어간 결과 SKT T1 S는 한 시간 정도의 긴 경기 끝에, 나진 소드를 제압하고 4강행 티켓을 손에 넣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직스는 롤챔스를 지겹게 만든 주역이라고 말이죠. 분명 직스는 게임을 길게 늘이는 것에 일조한 챔피언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승리를 간절히 원하는 프로 선수와 팬들에겐, 영웅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마라! 그러면 기회는 온다! ...는 교훈을 준 이지훈의 직스 (영상출처: 온게임넷)



□ 던지는 건 세 번까지! KT 애로우, 화끈한 쓰로잉에 이은 우승!

2014 롤챔스 섬머. 혜성같이 등장한 한 팀이 있습니다. 그 팀의 이름은 바로 KT 애로우즈. 분명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삼성과 SKT에 비하면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섬머 시즌,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강력한 다크 호스로 급부상합니다.

전력의 강함을 제외하고라도, KT 애로우즈는 매력적인 팀이었습니다. 특히 '카카오' 이병권을 중심으로한 공격적인 플레이는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펼치는 경기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이어져, 팬들은 '이 팀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섬머 시즌 돌풍의 중심, KT 애로우즈


드라마틱한 경기를 치르며 결승전에 안착한 KT 애로우즈.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게, KT 애로우즈의 상대는 기묘한 한타로 게임을 지배하는 삼성 블루였습니다. 특히 삼성 블루는 완벽이라 평가받던 삼성 화이트를 또다시 잡아내며, 엄청난 기세까지 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KT 애로우즈는 강했습니다. 흔한 다크 호스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KT 애로우즈는 객관적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블라인드 매치까지 끌고 옵니다. 그들은 특히 블라인드 매치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팀입니다. 그도 그럴게, 8강부터 치러진 다전제에서 모두 블라인드 매치까지 끌고와 승리했기 때문이죠. KT 애로우즈는 5세트 경기 초반부터 삼성 블루를 거칠게 몰아붙였고,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습니다. 이제 큰 이변이 없는 한, KT의 창단 첫 우승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 사실상 경기는 KT 애로우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악동으로 뭉친 KT 애로우즈는 침착한 운영을 펼치지 못합니다. 너무 일찍 승리에 취해서였을까요? 급한 운영을 펼치며 연거푸 아쉬운 플레이를 보입니다. 과감한 판단으로 결승무대에 오르고, 결승전에서서도 승리했기에 이러한 플레이를 비난하긴 어려웠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플레이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솔로 랭크에선 이런 장면을 흔히 '게임을 던진다'라고 말합니다. 그정도로 KT 애로우즈의 플레이는 무모했습니다. 한 번은 그럭저럭 웃고 넘길 수 있었지만, 아쉬운 플레이로 한타의 대패가 또 한 번 나오자, 팬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습니다.


▲ KT 애로우즈의 연속된 한타 대패, 우승 전선에 문제 발생?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KT 애로우즈는 이정도에 굴하지 않습니다. 두 번 정도 크게 실패했으면 위축될 법도 한데, 오히려 더욱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전보다 더 과감한 다이브를 시도합니다. 이어진 세 번째 공격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손에 넣습니다.

화끈한 플레이와 쉴틈없는 공격으로 우승컵을 차지한 KT 애로우즈. 그들의 드라마틱한 우승은, 앞으로 펼쳐질 드라마틱한 경기가 나올때마다 계속해서 언급될 것입니다. 마치 'KT 애로우즈의 경기 같은걸?!'하고 말이죠.


▲ 우승을 해도 화끈하게 한다! 정상을 향해 몸을 던진 KT 애로우즈! (영상 출처: 온게임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