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엔 미신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 있다. '신스킨을 받은 챔피언들은, 높은 확률로 너프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높은 퀄리티의 신 스킨을 받은 챔피언들은, 머지않아 너프당해 주류 챔피언 대열에서 이탈하곤 했다. 이러한 경우가 몇 차례 이어지자, 많은 팬들은 '라이엇이 신 스킨을 낸다는 것은, 그 챔피언을 너프하겠다는 예고'라고 까지 생각하기 시작한다.

지난 1월 22일, 2015시즌의 첫 공식 패치인 5.1 패치가 적용되었다. 상당히 많은 챔피언들의 밸런스가 조정되었고, 기지 관문의 등장 및 강타의 충전식으로 변화 등의 내용을 담은 패치였다. 하지만 미드 라인을 주로 가는 유저들은 이러한 굵직한 변화 점만큼이나, 다른 부분도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바로 5.1 패치엔 아리의 신스킨, '도전자 아리'가 업데이트 내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다음 라이엇의 타겟은 아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몸을 떨었다. 과거 아리의 신스킨, '팝스타 아리'의 출시 시기와 너프 시기가 맞물려 한차례 큰 홍역을 치룬 아리기에, 이 사항은 더 민감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일어난다. 그녀는, 어쩌면 예정되었을지도 모르는 변화를 맞는다. 그 결과는 많은 유저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 도전자 아리의 등장. 이 스킨은 팬들의 말대로 '예쁜 관짝'이 될 것인가?



■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 아리에게 위기가 찾아오다?

아리는 다재다능한 챔피언이다. Q스킬은 상대에게 높은 대미지를 줌과 동시에 빠른 라인 클리어에도 도움을 주며, E스킬은 리그오브레전드 최고 성능의 단일 대상 군중 제어기 중 하나다. 여기에 궁극기인 '혼령 질주'는 아리의 기동력을 큰 폭으로 향상시켜줘, 아리의 여러 능력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암살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누킹, 즉 한 번에 큰 대미지를 쏟아내는 것이다. '강한 대미지'라는 전제 조건이 없으면, 라인클리어나 기동성과 같은 능력은 사족에 불과하다. 강력한 대미지를 낼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갖춰, 상대를 순간 삭제시키는 것, 이것이 누커로서의 아리의 기본 운영이었다.


▲ 강력한 누킹력으로 상대를 순간 삭제 시키는 아리 (영상 캡쳐: 온게임넷)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떨어진다. 바로 5.2 패치로 '죽음불꽃 손아귀'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죽음불꽃 손아귀는 아리의 누킹력을 크게 증가시켜주는 아이템이었다. 죽음불꽃 손아귀는 아이템 자체로도 높은 주문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죽음불꽃 손아귀의 고유 사용 효과다.

죽음불꽃 손아귀를 사용하면, 상대 최대 체력의 15%를 깎는 것과 동시에, 해당 챔피언에게 4초간 입히는 마법 피해를 증폭시켜주었다. 이것은 아리가 가진 매혹의 추가대미지 효과와 높은 시너지를 냈다. '죽음불꽃 손아귀-매혹'으로 이어지는 다중 증폭 효과는, 아리가 가진 누킹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이러한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는, 누커로서의 아리의 역할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았다.


▲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 누커 아리는 여기서 끝인가? (원문 출처: 라이엇 공식 홈페이지)


라이엇은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로 인해 타격이 예상되는 챔피언들에겐 보상 차원의 버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팬들에게 있어,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에 이 말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어떤 보상이 들어온들, 순간적으로 아리의 모든 마법 대미지를 20%증가 시켜주는 죽음불꽃 손아귀의 빈자리를 메꿀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팬들은 이번 패치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라이엇의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 이것은 분명 맞았다. 아리는 크게 변화했다. 하지만 팬들이 예상하는 쪽으로 변하지 않았다. 아리의 신스킨, '도전자 아리'는 '예쁜 관짝'이 아니라, 여왕을 상징하는 '화려한 왕관'이었다.


■ 너프는 무슨, 이건 슈퍼 버프! 아리, 정점을 찍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리는 크게 버프되었다. 아리는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가 포함된 5.2 패치 이후, 솔로 랭크 승률 1위를 달성한다.

아리는 원래부터 솔로 랭크에서 낮은 승률을 보유한 챔피언이 아니었다. 아리는 패치 이전에도, 52~3%의 괜찮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패치로 아리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승률 향상을 이뤄냈고, 솔로 랭크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하기까지 이른다. 죽음불꽃 손아귀의 삭제가 아리에게 있어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 너프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패치.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통계 출처: fow.kr)


어떠한 점이 이런 '반전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었을까? 반전을 만든 것은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상대적으로 큰 화제가 되지 못한 '보상 버프'가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죽음불꽃 손아귀를 사용하는 챔피언들에겐 각자 알맞은 보상 버프를 할 것이라는 라이엇. 아리는 라이엇의 말대로 버프된다. 아리는 패시브를 제외한 모든 스킬이 변경된다.

아리의 W스킬, 여우불은 대미지와 유틸성에서 모두 크게 상향되었다. 우선, 기본 대미지가 모든 구간에서 향상되었다. 향상의 폭이 작은 것도 아니다. 여우불을 마스터할 경우, 여우불 하나당 기본 공격력이 패치 이전과 비교했을때 30 증가했다. 그리고 여우불 자체의 타격 AI가 개선되었다. 대미지를 자동으로 효과적으로 분산, 스킬 자체의 딜 로스를 크게 줄였다. 여기에 여우불을 쏘는 도중 기본 공격도 가능해져, 원래부터 평타 모션이 좋은 아리의 DPS를 끌어올렸다.


▲ W스킬은 통합 업그레이드 패키지를 받았다 (원문 출처: LoL 공식홈페이지)


E스킬은 과거와 비슷한 형태로 돌아왔다. E스킬에 있었던 20%추가 대미지는 사라졌다. 이 변경은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상대에게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는 누킹력을 없애겠다는 것과 같은 패치다. 대신 기본 피해량과 주문력 계수가 증가했다.

버프의 핵심은 Q스킬이다. 아리의 Q스킬, '현혹의 구슬'은 이번 패치로 대미지가 증가하거나, 사정거리, 쿨타임 관련해서 버프되진 않았다. Q스킬의 변경점은 구슬이 날아간 사이, 아리의 이동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 Q스킬에 추가된 이 한 줄의 기능은,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 보상으로 충분하고도 남아, 거스름돈을 줄 수 있을 정도였다.


▲ Q스킬에 붙은 이동 속도 증가는 정말 엄청난 버프였다 (원문 출처: LoL 공식홈페이지)


라이엇은 이번 아리의 변경 의도는 기존 누킹 일변도의 플레이에서 카이팅이 뛰어난 아리 고유의 특징을 살린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의도는 과하게 패치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아리는 궁극기인 혼령 질주 의존도가 높은 챔피언이었다. 아리는 기동성은 좋은 챔피언이라고 평가받는데, 그 높은 기동성은 순전히 혼령 질주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혼령 질주를 사용할 수 있는 아리는, 쿨타임이 매우 짧은 점멸을 세 번 연달아 쓸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한 최고의 기동력을 가진다. 이는 갱킹 회피 및 호응, 포지셔닝등에 큰 도움을 준다.


▲ 혼령 질주는 아리의 '날개'라고도 할 수 있는 핵심 스킬 (영상 캡쳐: 온게임넷)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혼령 질주가 없는 아리는 자신의 장점 중 대부분을 잃어버린다고도 할 수 있다. 혼령 질주가 없는 아리는, 그냥 뚜벅이 챔피언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Q스킬에 붙은 이동속도 증가는 이런 아리의 단점을 완벽하게 메운다. 이번 패치로 얻은 아리의 이동속도 증가폭은 엄청나다. 따라서 약간의 쿨타임 감소 아이템만 갖춘다면, 궁극기가 없어도 연속해서 Q스킬을 날리며 빠르게 포지셔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 이동속도 향상이 만든 효과는 엄청났다
(영상 출처: 인벤 동영상 게이트 '술취한말티즈'님)


사실, 누킹 플레이엔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암살에 성공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지만, 실패할 땐 전투력이 크게 감소되어 그만큼 딜 로스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리는 죽음불꽃 손아귀와 매혹의 대미지 증폭을 잃었지만, 전반적인 대미지가 상향되고 Q스킬에 큰 폭의 이동속도 증가가 붙어 전투 지속력과 안정성을 얻었다. 예전엔 혼령 질주로 진입하여 반드시 이득을 보는 플레이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전투를 길게 끌고가도 강력한 화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누킹력의 일부를 잃고, 엄청난 기동력을 얻어 OP가 된 아리. 이번 아리 패치는 여러모로 4.12 패치로 변경된 루시안과 많이 닮아있다. 당시 루시안은 약점이 없는 최고의 AD 캐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4.12 패치도, '전략적 가치를 지니되, 상대방이 공략할 수 있는 약점도 있어야 한다'를 모토로 루시안의 사정거리를 낮추고, E스킬을 버프하여 기동력을 크게 증가시켰다. 라이엇의 의도는 '선택권을 주는 너프'였다. 하지만 그 결과, 루시안은 패치 직후 승률 57%를 상회하며 최강 챔피언으로 군림한다.


▲ 당시 루시안의 E스킬은 소환사의 협곡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원문 출처: LoL 공식 홈페이지)


완벽하게 같은 경우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동력이 얼마나 챔피언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킹 능력을 댓가로 기동력을 얻은 아리. 분명 남는 장사였다. 아주 많이.


■ 그녀의 강함은 봄날의 꿈? 아리, 너프 예정.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크게 버프되어, 과거 최강 OP시절의 명함을 되찾은 아리. 하지만 라이엇이 이런 비정상적으로 높은 승률의 아리에게 제동을 걸기 시작한다. 2월 3일, 아리는 현재 PBE 서버에서 크게 하향된 상태다. Q스킬의 마나 소모를 크게 증가시켜, 스킬의 연사력을 낮추었다. 여기에 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W스킬은, 대미지와 함께 사정거리까지 너프 된 상태다.


▲ 아리의 강함은 봄날의 꿈? 아리, 너프 예정 (원문 출처: Surrenderat20)


많은 부분에서 너프되지만, 아리가 OP가 된 결정적인 이유인 Q스킬의 폭발적인 이동속도 증가는 아직 수정되지 않고 있는 지금. 라이엇이 나선 이후의 아리는 과연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대 배치고사 시즌인 현재, 아리는 랭크 상승을 위한 가장 좋은 챔피언 중 하나라는 것이다.


▲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현 배치고사용 결전 무기, 아리를 선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