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지보, 해머 상사 같은 전문가 영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해머 상사는 얼마 전에 있었던 히어로즈 빅리그에서 픽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죠. 나지보 역시 꾸준히 hotslogs에서 승률과 픽률 모두 상위권을 유지하며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10월 15일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이어졌던 알파 테스트 기간에만 해도 전문가 영웅의 입지는 상당히 좁았습니다. '공성용' 혹은 '쓰기 까다로운 영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 영웅은 지속적으로 높은 승률을 보여왔음에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 2014년 11월 3주차 hotslogs 승률. 나지보는 전문가면서도 암살자 수준의 딜을 냈다


전문가 영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2월 11일의 밸런스 패치 이후입니다. 노바의 '되돌리기' 특성이 삭제되면서 상대적으로 전문가 영웅들의 생존력이 높아졌고, 이는 혼자 라인을 밀거나 캠프를 점령하는데 능한 공성 특화 영웅들의 승률 상향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나 아즈모단은 1월 15일 패치를 통해 '파멸의 구슬'(Q) 강화 특성인 '피의 향기'가 상향되면서 알게 모르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2015년 1월 마지막 주에서부터 최근 3월 3주차까지, 단 한 주를 제외하곤 항상 승률 10위권 내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3월 3주차 통계 기간에는 아즈모단이 프리 로테이션 영웅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순위가 올라 승률 5위에 랭크되었는데요, 일반적으론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영웅이라고 해도 프리 로테이션에 포함된 주에는 일시적으로 승률이 급락하기 때문에 아즈모단의 이번 동향은 매우 의미가 있죠.


▲ 3월 3주차 hotslogs. 로테에 포함되자 오히려 승률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


로테이션 기간에도 아즈모단이 높은 승률을 유지했다는 것은, 숙련되지 않은 유저가 플레이하더라도 상당한 기량을 보일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픽률 역시 지난주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이렇듯 아즈모단이 꾸준히 높은 승률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 아즈모단 : 포킹과 공성에 능한 운영형 전문가

사실 아즈모단은 2014년 10월 마지막 주 hotslogs 승률 10위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영웅이었습니다. 특히나 당시는 '파멸의 구슬'(Q) 피해량 중첩 특성인 '피의 향기'가 상향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른바 '농구모단'이라고 불리는 포킹 위주의 아즈모단이 유행하지 않을 때였죠. 물론 1레벨 특성인 '커져가는 분노'를 통해 거리에 따른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파멸의 구슬'(Q)은 위협적이었지만, 대부분의 아즈모단은 빠른 철거를 이용한 운영형 플레이를 선호했습니다.


▲ 소환수와 '모두 다 불타리라'(E)만으로도 공성 능력은 뛰어났다

▲ '피의 향기' 상향 전까지 포킹형 아즈모단들이 애용했던 '커져가는 분노'


그런데도 아즈모단이 알파 테스트 때부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공성 특화 영웅이면서도 전투력이 상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즈모단은 20레벨 기본 체력이 6,000이나 되어 근접 전사와 견줄만한 맷집을 지녔고, 점점 피해량이 커지는 '모두 다 불타리라'(E) 역시 적 영웅이 군중제어기를 통해 견제하지 않는 이상 위협적인 공격 기술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악마 전사 소환'(W)과 고유 능력인 '지옥의 장군'(D)을 이용한 라인 장악력도 뛰어났으므로 게임 이해도가 높은 플레이어라면 만능형 영웅으로 활용할 수가 있었죠.

그러나 아즈모단의 일반적인 인식은 어디까지나 '공성 영웅'으로, 픽률은 항상 하위권을 유지했는데요, 당시 아즈모단과 함께 대표적인 공성 특화 영웅으로 꼽히던 가즈로가 전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가즈로의 경우 20레벨 기본 체력이 4,000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기술이 갑작스러운 전투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유저들의 인식은 물론 실제 승률 역시 높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즈로와 같이 '공성 영웅'으로 분류됐던 아즈모단에 대한 선입견 역시 부정적이었던 것이죠.


▲ 아즈모단과 가즈로는 같은 전문가이면서도 20레벨 기준 체력 차이가 2,000이나 된다



■ 2015년 1월 15일 패치를 통해 '캐릭터성'을 얻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즈모단의 기술은 단순히 공성에만 특화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전투를 병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이 실제 전장 내에서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즈모단은 '아는 사람만 아는' 비주류 영웅으로 머물러 있었던 것이죠. 그러던 중 2015년 1월 15일, 히어로즈 클로즈 베타 시작과 함께 이루어진 밸런스 패치에서 아즈모단의 1레벨 특성인 '피의 향기' 중첩 계수가 1에서 2로 무려 두 배 증가하게 됐습니다. 이에 주목한 아즈모단 플레이어들에 의해 '농구모단'이라고 불리는 포킹형 아즈모단이 태어나게 되는데요, 5초 동안 아즈모단의 기술 피해를 증가시켜주는 궁극기 '검은 우물'과의 연계로 상상 이상의 효율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피의 향기' 상향 전에도 '커져가는 분노'를 이용한 포킹형 아즈모단이 존재했지만, 대상과의 거리가 상당해야 효율을 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피의 향기'는 스택이 어느 정도 쌓이면 거리에 상관없이 '파멸의 구슬'(Q)의 높은 피해량을 보장했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아즈모단이 강력해지는 효과를 냈죠.

스택이 쌓이는 속도는 전장의 종류, 그리고 팀원과의 합의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게임 중후반에 들어서면 '파멸의 구슬'(Q)과 '검은 우물'(R)의 연계 피해량이 1,000에 달했기 때문에 아즈모단의 '포킹'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원거리 견제에 능한 영웅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원거리 암살자 중 하나인 '발라'의 20레벨 기준 체력이 2,790인 점을 생각하면, 아즈모단의 장거리 포킹 한 방에 체력이 40% 가량 잘려나가는 셈입니다.


▲ 게임 중반 이후부터 강력한 힘을 내기 시작하는 파멸의 구슬(Q)과 검은 우물(R) 연계

▲ 20초마다 1,000의 광역 피해를 입히는 셈이다


기본 체력이 근접 전사 수준이면서 20초마다 1,000 가량의 피해를 입히는 장거리 광역기를 보유했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능력입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답게 강력한 공성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융통성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죠. 10레벨이 되어 '검은 우물'(R)을 습득한 뒤에는 '파멸의 구슬'(Q) 한 방으로 다른 라인의 적 돌격병 웨이브를 몰살시킬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두 개 라인을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승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길 잃은 바이킹'의 큰 장점 중 하나가 라인 관리에 따른 경험치 우위인 것을 생각하면 아즈모단 역시 상위권 장기 유지 영웅의 기본 덕목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파멸의 구슬(Q) 사거리. 혼자서 라인 두 개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즈모단의 재발견보다 더 큰 소득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정대만', '왕귀형 영웅'과 같은 캐릭터성의 획득입니다. 지금까지 아즈모단은 상당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유저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해 사실상 묻혀 있던 영웅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월 15일 패치 '피의 향기' 특성 상향과 함께 아즈모단의 포킹 능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났고, 이에 따라 2월부터는 아즈모단의 픽률이 실제로 증가하기 시작했죠. 비주류 영웅에게 나름의 특화 요소를 부여하려는 블리자드의 의도가 엿보이는 패치였습니다.

사실 '피의 향기'는 아군과 협의하여 스택을 빨리 쌓게 될 경우에는 상당한 위력을 자랑하지만, 반대로 스택을 쌓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렇다 할 이득을 볼 수 없는 특성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커져가는 분노'를 선택하는 게 더 효율적일 때도 있을 정도죠. 그러나 특유의 긴 사거리와 스택을 무제한으로 쌓을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유저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아즈모단이라는 영웅에 대한 이미지는 공성용 영웅일 뿐만 아니라 '포킹도 매우 강력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강력한 포킹은 폭풍의 전장에서 엄청난 효과를 냈죠. 로테이션 기간에 오히려 승률이 올라버리는 결과를 낳았으니까요.


▲ 흡사 농구공을 던지는 듯한 모습의 '파멸의 구슬'(Q)



■ 해외에서의 평가

그렇다면 해외에서 아즈모단의 입지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크고 작은 대회가 꾸준히 열려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웅에 대한 연구나 평가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북미의 대표적인 프로팀인 'C9'의 iDream 선수의 영웅 티어 리스트를 살펴봤더니 아즈모단을 1티어로 선정해두고 있었습니다.

iDream 선수가 추천하는 아즈모단의 특성 역시 1레벨 특성 '피의 향기'와 10레벨 '검은 우물'(R)을 이용한 '파멸의 구슬'(Q) 강화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16레벨 특성으로 '피에는 피'를 선택해 적 영웅과의 교전 상황도 고려했는데요, 이는 상황에 따라 '압도적 존재감'과 '피에는 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국내 아즈모단 유저들의 성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죠.


▲ 아즈모단을 1티어 영웅으로 선정한 C9의 iDream 선수

▲ iDream 선수가 추천한 아즈모단 특성


사실 아즈모단이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월 15일 패치 이후 포킹 능력이 상승한 직후입니다. 이미 2월부터 대회에 아즈모단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3월에 들어서는 이따금 밴을 당할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올해 3월 19일에 있었던 ESL 메이저 리그에서는 Fnatic이 아즈모단을 탱커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기존에 많이 쓰이던 누더기나 정예 타우렌처럼 강력한 군중제어기는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지속 피해와 강력한 포킹을 통해 Well Met 팀을 상대로 승리를 끌어냈습니다. 조합과 운영에 따라서는 아즈모단이 근접 전사를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경기였죠.


▲ 3월 19일에 있었던 ESL 메이저 리그에서 Fnatic이 아즈모단을 선택하는 모습

▲ 아즈모단이 밴을 당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 ESL 메이저 리그 _ Fnatic vs SK Gaming 경기에서의 아즈모단 딜량


한편, 아즈모단이 밴되는 경기들을 살펴본 결과, 해외 프로들도 상대 아즈모단의 포킹을 까다로워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장이 '용의 둥지'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 아즈모단의 밴 확률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용의 둥지는 전장이 좁은 관계로 3개 라인 전체가 아즈모단의 포킹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것은 아즈모단이 '피의 향기' 스택을 쉽게 쌓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또한, 성소 점령을 시도할 때도 아즈모단의 '파멸의 구슬'(Q) 견제가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오브젝트 싸움에서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 용의 둥지에서 아즈모단을 상대로 둔 이상, 안전한 라인은 없다




▣ 농구 선수부터 탱커까지 소화하는 아즈모단, 새로운 메타의 시작점이 될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전장의 특성에 따라 아즈모단의 밴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해외에서의 아즈모단의 인식은 상당합니다. 특히 2암살, 2지원 조합에서 전문가인 아즈모단을 탱커로 기용한 사례는 놀랍기까지 하네요. 현재 '근접 전사는 꼭 있어야 한다.'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이는 그만큼 아즈모단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겠지만, 앞으로 연구가 계속된다면 지원가나 다른 전문가 영웅으로도 탱커나 주요 딜러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아즈모단이 탱커를 대신할 수 있었던 것은, 히어로즈에 방어력이라는 개념이 없이 체력 수치가 탱킹력과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이면서도 웬만한 근접 전사보다 높은 체력을 보유한 탓에 가능한 일이었죠. 하지만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일리단의 경우 기본 체력이 낮으면서도 근접 전사 수준의 교전 지속력을 보입니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흡혈 능력과 회피기, 그리고 지원가나 아바투르 등의 집중 보호를 받는 탓인데요, 이렇듯 전략 연구에 따라 얼마든지 판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이 히어로즈라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아즈모단은 이제 초장거리 광역기를 통해 20초마다 1천에 달하는 피해를 적 구조물이나 영웅에게 입힐 수 있는 문제적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해머 상사보다 더 공성 전차 같은 영웅이네요. 하지만 체력이 근접 전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암살하기도 쉽지 않죠. 국내에서도 픽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만큼, 아즈모단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향후 국내 대회에서도 아즈모단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근접 전사 수준의 단단한 맷집, 게임이 길어질수록 점점 강력해지는 장거리 포킹을 지닌 이 영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많은 기대가 됩니다.


▲ 시간은 나의 편! 왕귀형 영웅 아즈모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