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5.5 패치가 한국 서버에 적용되었습니다. 5.5 패치와 함께, 많은 LoL 팬들이 기다려왔던 124번째 신규 챔피언 바드가 소환사의 협곡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정글러를 위한 아이템인 '바미의 불꽃'과, 죽음불꽃 손아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등장한 '루덴의 메아리'도 한국 서버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신규 챔피언과 아이템의 등장뿐 아니라, 여러 챔피언들의 밸런스도 조정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새로움'이 있었던 5.5 패치. 패치 적용 후 일주일이 지난 오늘, 소환사의 협곡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요?


■ '로밍형 서포터' 바드, 아직은 포텐셜이 안터지다?!

이보다 더 독특한 챔피언이 LoL에 있을까요? 신규 챔피언 바드는, 챔피언 출시 전 정보 공개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바드는 서포터로 설계된 챔피언입니다. 일반적으로 서포터는 AD 캐리 옆에서 라인전을 풀어가는 것에 특화되어있습니다. 이런 운영이 고도화되어, 로밍'도' 가는 것이 지금의 서포터죠. 하지만 바드는 AD 캐리의 서포팅보다는 로밍에 특화된 챔피언입니다. 패시브를 통해 협곡 곳곳에 등장하는 '종'을 획득하면 바드가 더욱 강해지고, '신비한 차원문'은 정글러와 함께 사용한다면 다른 챔피언들의 궁극기급 파괴력을 보여주는 스킬입니다.

여기에 일정 지역의 시간을 멈추게하는 궁극기는, 전략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트롤링에 대한 걱정 역시 많았지만요.)


▲ 챔피언 특유의 독특함 만큼이나 많은 화제를 낳았던 신규 챔피언 '바드'


그렇게 많은 이야깃거리와 함께 등장한 바드. 하지만 그가 기록한 성적은 낙제에 가깝습니다. 3월 24일, 바드가 현재 솔로 랭크에서 기록하고 있는 승률은 33.58%로 전체 챔피언 중 최하위입니다. 바드는 현재 유일한 승률 30%대의 챔피언으로, 승률 123위인 질리언의 41.17%의 승률과 비교해도 큰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구간의 승률이 낮은 가운데, 특히 상위 랭크로 갈수록 승률은 더욱 낮아집니다. 챌린저 랭크의 바드 승률은 0%. 결코 좋은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 전체적인 승률이 나쁘지만, 상위랭크로 갈수록 더욱 나빠진다 (통계 출처: fow.kr)


사실, 이런 결과가 바드에게만 나타난 독특한 현상은 아닙니다. 최근 등장한 챔피언들의 대부분은,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여 등장 당시엔 승률이 좋지 못했습니다. 야스오가 그랬고, 나르와 아지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끊임없는 연구, 그리고 약간의 버프에 힘입어 후에 재평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감안한다고해도 바드는 불안해 보입니다. 아무리 성적이 안좋았다고 해도, 35% 아래로까지 떨어지는 일은 흔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드가 솔로 랭크에 특화된 챔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있는 E스킬과 궁극기는, 아군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스킬입니다.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착실한 설계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선 많은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추고, 활발한 연구 및 대화가 이뤄지는 프로 경기보다는 활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 연구 결과와 패치 방향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많은 유저들은, 바드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지금 나타나고 있는 바드의 부진은, 폭발적인 추진력을 위한 잠깐의 웅크림일까요? 바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 푸만두의 멋진 바드 플레이! (영상 출처 : 동영상 게이트 '텅수컴'님)



■ 코끼리가 하이에나보다 쎕니다. '야생의 섬광'급 파괴력, '잿불거인' 등장!

야생의 섬광(이하 섬광)을 기억하시나요? 이 아이템은 4.5패치로 등장한 정글러 전용 아이템입니다. 기존 유행하던 육식 정글러에 비해, 평타 기반 성장형 정글러는 많은 혜택을 보지 못했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아이템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템의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섬광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정글러들이, 순식간에 소환사의 협곡을 평정합니다. 섬광 스택을 잘 쌓은 정글러들은, 그 어떤 라이너보다 높은 캐리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의 솔로 랭크 게임은 '섬광 활용이 유용한 챔피언들의 선점'이 승리를 위한 핵심 조건이었습니다.

평타 기반의 정글러들은 기뻐했고, 육식 정글러들은 약간의 좌절을 느꼈던 패치. 이것은 초식 정글러들의 입장에선 마냥 부러운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존의 육식정글러들이야 자신들이 가진 지분을 조금 나눠준 것 뿐이고, 평타 기반의 정글러들은 순식간에 대세로 치고 올라왔으니까 말이죠.


▲ 정글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야생의 섬광


하지만 초식 정글러들은 더이상 다른 정글러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섬광급 파괴력을 지닌 초식 정글러를 위한 아이템 등장했기 때문이죠. 그 아이템의 이름은 '바미의 불씨'입니다. 바미의 불씨는 쉽게 말하자면, '미니 태양불꽃 망토'의 효과를 지닌 아이템입니다. 바미의 불꽃은 근처의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입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미의 불씨가 순식간에 OP 아이템으로 치고올라올 수 있는 이유는, 바미의 불꽃을 사용하여 만드는 상위 아이템인 '마법 부여: 잿불 거인'의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잿불거인은 기존 초식 정글러가 사용하던 돌격병을 대체할 아이템으로, 바미의 불꽃의 대미지를 강화시킴과 동시에 전투가 지속되면 화염 대미지를 증폭시키는 기능까지 추가됩니다. 기본적으로 맷집이 뛰어난 초식 정글러들에게 딱 맞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초식 정글러들에게 안성맞춤! '마법부여: 잿불 거인'


실제, 잿불거인의 등장 이후, 초식 정글러의 등장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승률 역시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현재 솔로 랭크 승률 1위는 세주아니로, 잿불 거인의 효과를 가장 잘 받는 정글러입니다. 기존의 세주아니는 '아는 사람만 아는 꿀' 정도의 느낌을 주는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에와서는 자타공인 OP 챔피언으로 급부상한 상태입니다.

세주아니뿐만 아니라 아무무, 스카너와 같은 챔피언들의 승률도 상당히 높아져, 잿불 거인의 힘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육식 정글러는 초식 정글러들에게 승률면에서는 경쟁이 안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가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초식용으로 설계된 아이템이 육식 챔피언들에게 꿀 아이템이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고, 추가 패치의 위험도 존재하니까 말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은 초식의 시대라는 것! 그동안 억압되어왔던 무지막지한 코끼리들이, 하이에나를 마구마구 짓밟는 시대입니다!



▲ 대초식의 시대를 맞이하라! (통계 출처: fow.kr)



■ 카사딘과 베이가의 버프. 그 결과는 과연?

너프의 폭풍이 몰아쳤던 지난 5.4 패치. 그리고 그 폭풍에 직격당한 카사딘과 베이가. 이 두 명의 가냘픈 몸으로는 너프의 폭풍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 챔피언은 너프의 폭풍에 휩쓸러 소환사의 협곡의 밑바닥까지 추락합니다. 거의 손 쓸 수 없을 정도로까지 말이죠.



▲ 이 너프엔 답이없다! 5.4 패치 직후의 카사딘, 베이가의 승률 (통계 출처: fow.kr)


5.4패치가 적용된 후, 유저들의 반발은 엄청났습니다. 카사딘을 너프한다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궁극기 사거리를 거의 반토막으로 칼질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베이가의 경우엔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에 따른 보상 버프가 오히려 치명적인 너프가 되어 유저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라이엇 게임즈 역시 이러한 사태의 심각을 인지한 것인지,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섭니다. 5.5 패치엔 카사딘의 궁극기 사거리 증가, 쿨타임 감소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베이가는 이 패치로 Q스킬의 투사체 속도가 증가되고, E스킬의 시전 속도가 약간 빨라졌습니다.



▲ 5.5 패치로 카사딘과 베이가가 상향된다.


팬들은 이번 카사딘의 버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 정도 버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쿨타임이 짧아진만큼 예전의 매서운 기동력을 다시 발휘할 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심해에 빠진 카사딘이 빠져나오기엔, 이번 버프의 추진력은 부족했습니다. 카사딘은 여전히 심해속을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베이가는 패치 단계부터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즉시 발동되었던 E스킬의 매리트는, 그 어떤 보상 패치로도 메우기 힘들다는 것이 이번 패치로 확실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팬들은 이 결과를 두고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대부분입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5.4 패치의 너프에 비해, 5.5 패치의 버프가 미미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이 두 챔피언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쯤 다시 돌아올까요? 아직까진 어두운 터널 속입니다.



▲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카사딘과 베이가 (통계 출처: fo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