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끝났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로 가득했기에, 아직도 이 엄청났던 대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황입니다. 멋진 플레이를 선보였던 선수들도 빛났지만, 그들이 플레이한 챔피언들 역시 대단했습니다. 화면을 수놓는 OP 챔피언들의 현란한 플레이는,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징크스, 마오카이, 카사딘, 시비르 등... 이 챔피언들은 현재 최고의 챔피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MSI는 물론, 전 세계 프로씬에서 대활약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챔피언들입니다. 그들은 모두가 주목하는 프로들의 무대에서 자신들의 강함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전장'에서 펼쳐진 일입니다. 우리들의 전장, 솔로 랭크에서 무조건적으로 통용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들의 전장은 잠시 접어두고, 현재 우리들의 격전지에서 가장 뜨거운 챔피언은 무엇일까요? 프로 리그와는 달리, 솔로 랭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 집 앞마당 히어로와 같은 그들을 만나보시죠.

▲ 프로와는 다른 우리만의 영웅들!



■ 이동기! 딜링! CC! 솔로 랭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갖춘 그녀들

솔로 랭크 게임. 말 그대로 팀 단위 게임이 아닌, 개인과 개인이 팀을 이뤄 맞붙는 게임 모드를 뜻합니다. 듀오를 결성하여 2인큐를 돌릴 수 있지만, 그것이 팀 전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솔로 랭크 게임은 개인의 실력을 겨루는 장이고, 그렇기에 프로 경기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솔로 랭크 게임은 운영의 비중이 프로 경기보다 적습니다. 초반 라인전과 정글러의 개입, 그리고 한타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중에서도 정글러의 날카로운 갱킹은, 단 한 번의 성공만으로 주도권을 가져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얼마나 상대 갱킹을 잘 피하고, 아군 갱킹에 잘 호응 하느냐. 솔로 랭크에서 강력한 챔피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입니다.

▲ 솔로 랭크에서 초반 갱킹이 갖는 의미는 엄청나다. (영상 캡쳐: 동영상게이트: '아라뱐나이스'님)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리븐과 아리, 두 챔피언은 완벽에 가깝습니다. 리븐은 점멸 없이도 짧은 거리를 네 번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갱킹 호응을 비롯한 공격 상황에서도 유용하지만, 상대 갱킹을 회피하기에도 아주 적절합니다. 스킬 두 개를 사용할 수 있다면, 꽤 긴 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점멸까지 더한다면, 그야말로 갱킹 면역입니다.

아리 역시 기동력이라면 남부럽지 않습니다. 아리는 Q스킬을 이용하여 순간적인 이동속도 증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궁극기, '혼령질주'는 마치 점멸을 세 번 사용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쿨타임 300초짜리 소환사 주문을 연달아 쓸 수 있는 셈이죠. 아리는 높은 기동력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곧바로 역습하는 것이 가능한 챔피언입니다. 아리의 높은 기동력은, 아리의 격을 한 층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힘입니다.

▲ 아리의 높은 기동력은 이런 멋진 플레이를 만들기도 한다!
(영상 출처: 동영상게이트: '술취한말티즈'님)


그렇다고해서 이 두 챔피언의 딜링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리는 강력한 AP 누커입니다. 비록 '죽음불꽃 손아귀' 삭제와 거듭된 너프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리의 대미지 딜링 능력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포킹과 카이팅에도 능해, 일방적으로 상대를 두드릴 수도 있습니다.

리븐은 대표적인 '깡패' 챔피언입니다. 스킬 하나하나의 AD 계수와, 패시브 스킬의 높은 추가 대미지는, 리븐을 최고의 근접 딜러로 만듭니다. 잘 성장하지 못한 상황이라도, 적 주요 캐리에게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상대를 제압하고 밥 값하는 게 리븐이기도 합니다.

▲ 더 샤이의 리븐 플레이. 상급 플레이어들의 순간 딜링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상 출처: Youtube 'SSF4MANIA')



그렇다고해서 이 두 챔피언이 대미지만 쎈 챔피언은 아닙니다. 모두 전황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는 CC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진 한가운데를 파고든 리븐의 W스킬이 제대로만 들어간다면, 이 효과는 다른 챔피언들의 궁극기 못지않습니다. 아리의 E스킬은, 대치 상황을 끝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이니시에이팅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두 챔피언은 상대적으로 프로 리그에서는 그렇게 주목받는 챔피언은 아니지만 솔로 랭크에선 맹활약 중입니다. 리븐은 픽률 15%, 승률 전체 5위인 52.84%를 기록하고 있고, 아리는 픽률 12.7%, 승률 전체 9위인 52.53%를 유지중입니다. 픽률과 승률 모두 상위권인 두 챔피언. 그녀들은 기동력, 딜링 능력, 강한 CC기가 어우러져 프로 리그와는 확실히 다른 성과를 솔로 랭크에서 올리는 중입니다.

▲ 리븐과 아리는 솔로 랭크에서 고공행진 중! (통계 출처: fow.kr)



■ 어렵지 않은 조작력과 강력한 게임 지배력! 말파이트와 아무무

냉정히 말해서, 우린 프로 선수들이 아닙니다. 마음만큼은 엄청난 무빙으로 적진을 누비는 '다데' 배어진의 야스오고, 믿을 수 없는 슈퍼 플레이로 모두의 감탄을 이끌어내는 '페이커' 이상혁의 르블랑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 플레이의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게 보통입니다.

그렇기에 솔로 랭크에서는 다루기 용이한 챔피언들이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조작의 편의성 역시 챔피언이 갖출 수 있는 장점과 매력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간단한 조작 속에 엄청난 성능이 숨겨져있다면 더할나위가 없겠죠. 이 조건을 부합하는 챔피언들이 있습니다. 바로 전직 브론즈 4대 신앙을 이끌었던 그들, 말파이트와 아무무입니다.

▲ 한때 브론즈 4대 신앙이었던 말파이트와 아무무
(팬아트 출처: 인벤 'samiri'님)



말파이트는 대표적인 초보자용 챔피언입니다. 라인전 상황의 견제 수단인 Q스킬이 타겟팅 스킬이고, 챔피언 자체의 탱킹력도 우수합니다. 물론 적재적소에 스킬을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본적인 스킬 메커니즘은 복잡하지 않아 초보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입니다.

말파이트의 백미, 바로 궁극기입니다. 아무리 말파이트의 플레이가 말려도, 적의 명치에 제대로된 궁극기가 한 방만이라도 들어간다면, 이때까지의 실수는 다 없던 거로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한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 인섹의 말파이트 플레이. 궁극기만 잘써도 밥값하고도 남는다!
(영상 출처: Youtube 'Koi TV')



아무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많은 팬아트를 비롯한 2차 창작물에서, 아무무는 불쌍한 존재로 그려져 왔습니다. 특히, 리 신과 엮여서 당하는 역할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2차 창작물의 이미지일 뿐. 적어도 현재는 오히려 아무무의 기세가 리 신의 그것을 압도합니다. 리 신은 현재 46.93%의 승률을 기록하며, 아래에서 세는 게 더 빠를 정도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반면 아무무는 현재 기세등등합니다. 그를 위한 아이템인 잿불 거인도 준비되었고, 챔피언 자체의 성능도 큰 너프없이 잘 유지해 왔습니다. 게다가 '고통은 잠시, 영광은 오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챔피언답게, 초반의 어려움만 극복하면 강력한 궁극기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낼 수 있습니다. 성적도 그것을 증명합니다. 아무무는 픽률 12.7%, 승률 51.90%로 좋은 성적을 유지 중입니다. 리 신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무무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아무무는 좋은 챔피언이라는 것입니다. 리 신 보다요.

▲ 이제 사냥당하는 쪽은 어느 쪽이지? (통계 출처: fow.kr)



■ 자존심 때문에 밴을 안한다고? 그게 너희들의 목을 조일 것이다!

정말 '솔로 랭크'라서 강력한 챔피언이 있습니다. 바로 블리츠크랭크와 베인입니다. 두 챔피언은 인식이 좋지 않은 챔피언의 대표 주자입니다. 그래서 딱히 경계하지 않는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강함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블리츠크랭크는 한 때, '매드라이프' 홍민기의 손에서 챔피언 인생 최고의 절정기를 맞았습니다. 그의 그랩 한 방은 전 세계 LoL 팬들을 열광케 했고, 블리츠크랭크는 프로 무대, 솔로 랭크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너프, 강력한 라이벌의 출현, 그리고 게임 운영의 고도화로 그는 프로 리그에 잘 등장하지 못합니다. 매드라이프가 오랜만에 2015 롤챔스 스프링에서 블리츠크랭크를 꺼내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깜짝 카드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 매드라이프의 블리츠크랭크 플레이. 훌륭했지만 깜짝 카드라는 느낌이 강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하지만 솔로 랭크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솔로 랭크와 프로 경기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솔로 랭크 게임은 의사 소통과 호흡이 프로 경기에 비할 바가 못되기에, 맵 장악 적인 측면에서도 프로 경기와 비교한다면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그 솔로 랭크에서 발생하는 빈틈은 블리츠크랭크를 완벽한 챔피언으로 만듭니다. 아무리 불리한 게임도 단 한 방의 그랩으로 역전 시키는 블리츠크랭크가, 솔로 랭크에서 큰 활약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비록, W스킬에 큰 너프가 있어 예전과 같은 무지막지한 픽률과 승률을 기록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픽률 28.5%로 최상위권이며, 승률 역시 51%대를 유지하며 화려했던 과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기서 더 엄청난 너프가 있거나, 솔로 랭크가 아예 팀 단위 플레이로 바뀌지 않는 이상, 블리츠크랭크의 솔로 랭크 최강의 입지는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 솔로 랭크에서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블리츠크랭크 (통계 출처: fow.kr)



베인에게도 영광의 시기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피글렛' 채광진은 베인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며, 수많은 베인 플레이어를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뿐, 지금의 베인은 등장은 커녕 밴픽 단계에서 조차 언급되지 않는 챔피언입니다. 베인을 잘 다루는 프로 선수들 조차, 챔피언 밸런스 조정이 없는한 베인이 등장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 할 정도니까 말이죠.

▲ 피글렛의 베인 매드무비. 이젠 과거의 영광이다 (영상 출처: Youtube 'Pecex')



솔로 랭크에서도 베인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베인은 블리츠크랭크와 더불어 인식과 성적이 따로 노는 또 하나의 챔피언입니다. '최고의 이니시에이팅은 베인의 앞구르기'라는 농담 아닌 농담 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유저들의 베인에 대한 평가는 박합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베인은 높은 픽률과 준수한 성적은 내고 있습니다. 베인의 픽률은 28.8%로 전체 챔피언 중 4위입니다. 보통, 픽률이 높을수록 승률은 떨어지는 게 정설입니다. 하지만 베인의 승률은 나쁘지 않습니다. 베인의 승률은 무려 AD 캐리 승률 랭킹 4위에 위치할 정도입니다.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높은 픽률과 준수한 승률을 갖춘 베인. (통계 출처:fow.kr)



베인이 프로 리그와 달리 솔로 랭크 게임에서 좋은 승률을 올리고 있는 것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베인은 현 덩치 메타를 상대하기 나쁘지 않습니다. 베인은 W스킬의 강력한 트루 대미지로, 탱커 챔피언을 잡아내기 적합합니다. 탑 라이너, 정글러 가리지 않고 탱키한 챔피언이 주류인 현 소환사의 협곡에서, 베인은 주류 메타를 카운터 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베인이 가진 엄청난 캐리력입니다. 솔로 랭크 게임은 프로 경기보다 변수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불리하고 잘 성장하지 못한 베인에게도 한 번 제대로 구를 기회는 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는다면, 대반격의 시작이 됩니다.

슈퍼 캐리라는 로망과, 준수한 성적이라는 실속을 모두 챙기는 베인! 그녀는 적어도 솔로 랭크에서 만큼은 좋은 카드 중 하나입니다.

▲ 그녀는 현재 솔로 랭크에서 맹활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