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시즌(이하 롤챔스 코리아) 12일차 2경기 2세트였던 KT 롤스터와 롱주 IM간의 치열한 승부에 대한 내용입니다.

좋은 기세를 달리고 있던 KT 롤스터. 반면 아쉬운 경기력으로 많은 팬들의 애정 어린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던 롱주 IM. 하지만 이 날의 이 경기만큼은 양쪽 선수들 모두 입 속이 바싹 말랐을 것입니다.

1세트를 기분좋게 가져간 롱주 IM. 하지만 2세트마저 쉽게 가져가 버리기엔, 상대는 역시 기세가 오르고 있던 강팀 KT 롤스터였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엎치락 뒤치락 하며 공방을 주고 받은 양 팀! 후반부에 이른 롱주 IM의 저력은 무시무시했습니다. 한타를 멋지게 승리하며 내친 김에 KT 롤스터의 억제기 세 개를 모두 파괴한 상황! 거기에 바론 버프까지 더해져 몰려오는 슈퍼 미니언들의 기세까지 더해져, 이미 승리는 굳힌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요! 침착하게 슈퍼 미니언 무리를 제거하며 기지를 방어한 KT 롤스터는 다음 바론 앞 한타에서 승부를 걸게 됩니다. 결국 한타에서 패배한 롱주 IM은 넥서스까지 밀리며 극적인 역전패를 맞이하게 됩니다. 화면에 등장했던 팬의 눈물은 KT 롤스터 팬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었을까요, 롱주 IM 팬이 흘리는 탄식의 눈물이었을까요?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IM의 이름표를 달며 돌아온 탑 라이너, '애플' 정철우 선수는 지난 해 IM#2 시절에도 3억제기 역전패를 당한 전적이 있었습니다. 모처럼 IM으로 돌아왔지만, 이렇게 되니 작년 그 순간이 새삼 생각나며 더욱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네요.

억제기 세 개가 밀리거나, 바론을 연속으로 빼앗기거나, 드래곤을 번번히 놓치거나... 최악의 상황은 언제나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역전의 짜릿함을 노려 볼 수 있는 것이 LoL과 프로 게이머들이 보여주는 플레이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50화 특집 자투리 : 만평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어느덧 50화를 맞이한 인벤 e스포츠 만평! 인벤 e스포츠 만평은 언제나 매 주, 혹은 격주로 연재되며, 다양한 e스포츠 이슈를 유쾌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만평을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받은 질문을 토대로, e스포츠 만평이 만들어지는 짧은 과정을 간소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 실제로 울적하진 않다.

1. 주제 생각하기

젊은 솔로 청년들로 구성된 인벤 e스포츠 팀은 매 주마다 한 주의 이슈를 되새기고, 다음 취재의 계획을 세우는 회의를 합니다. 주로 '어떤 선수가 어떻게 됐다', '어떤 팀이 이렇게 이겼었다', '어떤 챔피언이 인기가 뜨거웠었다'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같이 만평의 주제를 정하게 됩니다.

만평의 주제는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정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비꼬는 듯 풍자하거나 공격적인 주제는 지양하며, 서로 서로 좋으며 건전한 주제의 균형을 잡는 부분이 가장 고심해야 할 부분인 듯 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가끔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2. 소재 생각하기

이제부터는 전적으로 만평 작가의 몫으로 넘어갑니다. 회의를 한 직후부터 대개 다음 날까지, 예민한 주제의 경우는 이틀 정도까지 시간을 두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만평 주제를 가장 보편적이며 공감하기 쉽게 시각화하기 위해, 주로 패러디에 기반한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패러디 하기 좋고 주제에 부합하는 구도와 설정을 가진 콘텐츠를 찾기 위해 이미 경험한 콘텐츠를 기억해 내거나, 아니면 다양한 서적, 사진, 영화, 인터넷 '짤방', 또는 최근 유행하는 여러 이슈들을 접하게 됩니다. 시간이 많이 없으므로 가장 초조한 순간입니다.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의 중요성을 매 번 느끼게 됩니다.


▲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아는 무서운 순간

3. 백지와의 전투

주제에 맞는 적합한 소재를 골랐고 설정과 관계까지 잘 들어맞는다고 판단이 들면 머릿속으로 그려질 이미지의 구도와 색감, 말풍선이 들어갈 부분 등을 시뮬레이션합니다. 샤프로 대충 휘갈기는 부분이지만, 전체적으로 틀을 잡는 작업이기에, 이후 작업의 속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낙서 비슷한 다양한 스케치가 수반됩니다. 물론 낙서가 많습니다.



4. 그림 시작

스케치가 완전하다 판단되고 머릿 속에 완성본의 상상이 구체적으로 가능하게 되면, 약간 두꺼운 만화 용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재료로는 M사의 수성 펜만을 사용합니다. 필압을 조절하다 보면 날카로운 촉이 금방 닳게 되므로, 한 편 당 두 자루 정도의 펜이 소모됩니다. 밑그림이 세세할 수록 색칠 단계에서 쉬워지는 부분이 많으므로, 손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묘사를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집중을 하기 위해 그림에 돌입할 때는 음악을 들으며 하는 편인데, 사실 약간 눈치가 보이긴 합니다.



5. 스캔

밑그림이 그려지면 컴퓨터에서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스캐닝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스캐너까지는 무려 스무 걸음이나 되는 위험한 길을 걸어가야 하므로, 디지털 카메라로 그림을 찍어 컴퓨터로 옮기는 효율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이며, 위 사진을 자르고 흑백으로 변환시켜 깔끔하게 만든 뒤 밑그림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 "내가 컬러라니!"

6. 컬러링 노가다

팔자 주름이 깊어지는 부분입니다. 스케치 단계에서 설정해 놓은 색감을 기억하며 부분 별로 천천히 칠해 나갑니다. 선수들의 얼굴을 본따 그림을 그릴 때에는,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 선수의 실제 사진을 오려서 채색의 밑바탕으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는 얼굴 사진 자체를 가져와서 재가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타블렛의 감각을 좋아하지 않아 언제나 마우스로 색칠을 합니다. 타블렛은 특별히 라면 받침으로 쓰고 있습니다.



7. 완성 단계

채색이 완료되고, 스케치에는 없던 부가 작업이 끝난 단계입니다. 이제 여기까지의 작업이 적절한지 안 적절한지 검토를 하고, 적절하다고 판단이 들면 말풍선과 효과음을 적절하게 넣어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견출지 모양의 워터마크를 우측 하단에 박아 넣으면 만평이 완성되게 됩니다. 참 쉽죠...?

복잡한 척 하면서 사실은 유쾌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인벤 e스포츠 만평! 앞으로도 다양한 e스포츠의 이슈를 색다르게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